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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플앤피플] “진정한 후원은 후원이 끝나게 하는 것” 어호선 월드비전 마케팅부문장
    [피플앤피플] “진정한 후원은 후원이 끝나게 하는 것” 어호선 월드비전 마케팅부문장
    “작은 빵이 큰 식량 된 순간, 이 길 걷길 참 잘했다 싶었습니다.”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이 시작한 ‘사랑의 빵 저금통 동전 모으기’ 캠페인은 1991년 국내에서 시행된 지 첫 해에 약 16만 명이 동참했다.

    학교나 기관에 작은 빵 모양의 저금통을 배포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람들이 모은 동전을 후원금으로 받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저금통 3천만 개를 통해 후원금 30억 원 이상이 모였다.

    [피플앤피플] “진정한 후원은 후원이 끝나게 하는 것” 어호선 월드비전 마케팅부문장

    이 캠페인을 이끌었던 어호선 월드비전 마케팅부문장은 “월드비전 후원자 중에 20~30대가 많은데 이들이 바로 사랑의 빵 저금통과 함께 자란 세대”라며 “작은 동전이 수십 억 원이 돼 생명을 살렸다”고 말했다.

    또 “사랑의 빵 캠페인은 한국 나눔 문화의 원조”라며 “한국이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첫 신호탄이었다”고 강조했다.

    월드비전은 1950년에 설립돼 전국 13개 지부, 94개 지회를 두고 국제 구호사업을 비롯해 국내 사업, 북한사업 등을 추진한다. 지난 6월 기준으로 498,363명의 후원자가 함께 하고 있다.

    [피플앤피플] “진정한 후원은 후원이 끝나게 하는 것” 어호선 월드비전 마케팅부문장

    다음은 어호선 부문장과의 일문일답입니다.

    Q. 요즘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활동은?

    월드비전의 중심은 ‘아동’인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적 흐름과 후원, 환경 변화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후원자와의 ‘소통’이다. 점점 뚜렷해지는 세대별 특징과 밀레니엄 세대의 급부상은 기부 환경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눈여겨보고 있다.
    세대 별 생활패턴과 기부 성향을 분석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후원 캠페인, 서비스 등에도 차이를 둔다. 즉 ‘세대별 맞춤 후원 방법’을 만들어 제공하려고 노력 중이다.


    Q. 20여 년 전 ‘사랑의 빵’ 저금통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어디에서 모티브를 얻었는가?

    1970년대 초 미국 월드비전에서 시작한 모금 운동이었다. 이 저금통을 집마다 나눠주고 동전을 모아 미국의 월드비전으로 보냈다. 월드비전은 글로벌 NGO인 만큼, 다른 나라 월드비전의 좋은 사례를 공유하고 도입하는 일에 능숙하다. 당시 미국 월드비전에서 전개했던 ‘사랑의 빵’ 저금통 캠페인을 듣고 한국 사회에도 잘 맞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예상처럼 캠페인은 전 국민의 대대적인 호응을 받기 시작했다. 전 세계 월드비전으로부터 도움을 받던 한국이 도움을 ‘주는’ 나라로 역사적인 전환을 이룬 특별한 해다.

    [피플앤피플] “진정한 후원은 후원이 끝나게 하는 것” 어호선 월드비전 마케팅부문장

    Q. 그때 까지만 해도 모금 홍보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려웠던 점은?

    모금 홍보는 사실 지금도 어려운 분야이다. '사랑의 빵' 캠페인을 막 시작하던 당시에는 나눔의 개념이 지금보다 훨씬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쉽지 않았다. 007 서류가방에 사랑의 빵 저금통을 넣고 학교, 지하철 역 등 가리지 않고 발로 뛰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정보를 주기 위해 ‘가져가세요’라는 문구를 넣은 작은 브로슈어를 만들어 지하철 문 앞, 자동차 앞 유리 등에 열심히 넣고 다녔다. 좋은 일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서러운 대우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작은 동전이 큰 힘이 되리라 믿었기에 한 사람씩 설득해 나가는 것이 기뻤다.


    Q. 모금 담당 직원으로 시작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 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1992년, 배우 김혜자 선생님과 한국에서 모은 후원금을 전달하기 위해 에티오피아를 방문했다. 그 곳에서 비가 내리던 날, 서너 명의 아이들이 비를 피해 처마 밑에 쪼그려 앉아 있는 것을 봤다. 집 안으로 들어가니 비가 세는 방 안에 에이즈에 걸린 아버지가 두 살짜리 아이를 꼭 안은 채 누워 있었다. 그 순간, 한국에 있는 제 두 딸의 얼굴이 떠올랐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어떻게 이렇게 다른 환경에서 살 수 있는지 믿기지 않았다.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면서 평생 마음에 품고 살기로 결심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자켓 안 주머니에 후원 신청서를 넣고 다닌다. 분명 힘든 날도 있었지만 그 아이들과의 만남이 제가 이 일을 끝까지 해야 한다는 사명감의 근원이 됐다.

    대학에서는 사회복지를 전공했다. 전공을 살려 선택한 곳이 월드비전이었고 시간이 흘러 여기에 몸담은 지 벌써 30년이 됐다. 돈을 쫓아 사는 일이 아니기에 넉넉한 삶은 아니지만 묵묵히 응원해 준 가족에게 고맙다.

    [피플앤피플] “진정한 후원은 후원이 끝나게 하는 것” 어호선 월드비전 마케팅부문장

    Q. 단체가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어, 선입관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월드비전은 한국 전쟁 당시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졌다. 미국인 선교사 밥 피얼스 목사가 한경직 목사 등과 함께 고아와 미망인을 돕기 위해 한국선명회를 설립하고 이후 3년 뒤에 세계기독교선명회 본부로부터 한국지부로 승인받았다. 이 때문에 종교 활동을 할 거라는 막연한 오해를 하는 분들이 물론 많다. 그러나 월드비전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개발과 구호 사업을 진행하는 글로벌 NGO다. 따라서 교회 건축, 선교사 파송, 개종 권유 등의 활동을 하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월드비전의 중심은 아동이다. 아동들의 풍성한 삶을 위해 필요하다면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종교, 사회, 문화, 성별에 대한 차별 없이 일하고 있다.


    Q. 지난해 ‘제18차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에서 NGO 브랜드 부문 1위를 했다. 월드비전만이 가진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월드비전은 다양한 문제 속에 방치된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안정적이고 전문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국제적인 규모의 기관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전 세계 4만여 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기관이다.

    또한 투명한 후원금 집행과 보고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NGO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NGO에게 기대하는 점도 커졌는데 그 중 에서도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재정 보고에 대한 후원자의 요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월드비전은 매년 재정 보고에 대한 회계법인의 외부감사를 통해 결산자료를 홈페이지, 국세청에 공시한다. 사업 보고서를 후원자들에게 보내는 것은 물론이다. 모바일과 디지털에 친숙한 세대이니만큼, 모바일과 디지털에 최적화된 재정 보고를 제작하고 배포해서 후원자들이 쉽고, 빠르게 본인의 후원금 사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피플앤피플] “진정한 후원은 후원이 끝나게 하는 것” 어호선 월드비전 마케팅부문장

    Q. ‘진정한 후원’이란 무엇인가?

    끝없이 줄 수도, 도중에 놓기도 힘든 것이 후원 아닐까? 월드비전이 찾은 답은 ‘진정한 후원은 후원이 끝나게 하는 것’ 이다. 월드비전이 사라져도, 후원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주민 스스로 아이들을 돌보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진짜 후원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과 치열한 노력이 걸리는 과정이겠지만 월드비전의 가치에 동의하고 동행해 주시는 후원자들과 묵묵히 그 길을 가고 있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