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피플] "외국인 반응요? 작은 나라가 큰 음악 품었대요" 김해숙 국립국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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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9. 오후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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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앤피플] "외국인 반응요? 작은 나라가 큰 음악 품었대요" 김해숙 국립국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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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오를 때 마다 푸른 녹음이 눈앞에 펼쳐졌다. 국악원 뒤에 봄을 맞은 우면산을 마주하니 여기가 과연 도심 속 공간일까 싶었다.

“오느라 고생하셨어요. 여기서 국악을 들으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죠.” 김해숙(62) 국립국악원장이 취재진을 반갑게 맞았다.

소가 잠을 잔다는 ‘우면당’과 예와 음악을 뜻하는 ‘예악당’, ‘연희 마당’과 ‘풍류사랑방’ 등 국악원 공연장들은 모두 한국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을 따랐다.

우면당은 오는 11월 자연음향 공간으로 탈바꿈해 국악 전문 콘서트홀로 재개관된다. 김 원장은 “자연 소재로 된 우리 악기에 마이크를 대지 않았을 때 국악의 진짜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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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일반인들이 국악의 ‘참맛’을 느끼려면 생활밀착형 국악에 귀 기울이는 것이 첫 걸음”이라고 했다.

Q. ‘생활밀착형’ 국악이란 무엇인가?

서울 지하철 환승음악을 관심 있게 들어본 적 있는가. ‘얼씨구야’라는 제목의 국악이다. 인천, 대전, 부산 등의 지하철 내에도 국악이 흐르는데, 이것은 국립국악원이 주도한 ‘생활 속 우리 국악’ 사업의 일환이다. 최근에는 YTN 총선방송을 위해 국악 배경음을 제공했다. 또 K리그 경기장에도 국악 응원가를 보급해 관람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Q. 국악 브런치 콘서트 ‘다담’을 보면 식(食)생활에 국악을 결합했단 생각이 든다.

‘다담 콘서트’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전 11시 풍류사랑방에서 열리는 국악 음악회다. 지난달엔 사찰음식연구소장인 선재스님을 모시고 ‘봄의 맛, 봄의 소리’를 주제로 콘서트를 진행했다. 시작 전엔 간단한 다과를, 후엔 사찰음식을 관객이 직접 맛 볼 수 있었다.

사실 우리 브런치 콘서트는 밥을 먹으며 국악을 듣는다는 개념보다, 아침과 점심 식사 시간인 ‘브런치’에 각 계 각 층의 다양한 분들을 초청해 특강을 연다는 게 특징이다. 물론 무대에서는 국악을 연주해 일상에서의 차 한 잔과 음악, 인연을 조화시키자는 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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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체능 과목은 뒷전인 학교가 많다. 왜 국사 보다 국악 교육이 등한시 되고 있다고 보는가?

우리 인식 자체에 국악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 측면에서 보면 현재 학교 음악 교사들은 대부분 서양음악을 전공했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 감성이 서양 음악에 더 기울어져 있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나라에서 ‘예술강사 제도’를 도입한지 10년째다. 따라서 지금 국악을 전공한 강사들은 임시로만 기용된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음악 선생님들이 국악 교육에서 손을 뗐을 뿐 아니라, 국악을 연구하고 공부하려는 음악 선생님이 거의 없어 아쉽다.

Q. ‘국악은 낯설다’는 인식을 바꾸려면?

우선, 아주 어렸을 때부터의 ‘감수성 교육’이 중요하다. 4살짜리 손녀가 있다. 얘를 보면 아이의 가치관 주입, 즉 교육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느낀다. 국악과 전통놀이를 경험하게 하니 평소에 아리랑을 부르고, 놀 때는 강강술래를 한다. 이렇게 감성이란 어릴 때 느낌으로 알아가는 것이다.

한 가지 더. 현실을 직시하고 어떻게 하면 국악을 널리 퍼뜨려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퓨전 국악’이다. 이 일은 국악원 내 창작악단에서 하고 있다. 재즈나 관현악단, 발레 등 서양 예술을 하는 사람들과 조화와 융합을 시도하는 것이다.

[피플앤피플] "외국인 반응요? 작은 나라가 큰 음악 품었대요" 김해숙 국립국악원장

Q. 퓨전 국악이 시도되면서 국악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지적도 있는데.

우리 전통의 뿌리와 기본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그런 의견은 기우라고 본다. 역사가 흐르고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무수하게 변화무쌍한 일들이 다 생긴다. 이처럼 지구상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할 수밖에 없고 변화도 생긴다. 오히려 전통을 기반으로 한 시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Q. 클래식에 비하면 국악 대중화는 더딘 것 아닌가?

클래식 등 서양음악과 국악은 서로 비교하면 안 된다. 클래식은 한 나라 음악이 아닌 유럽, 미주 전체의 것이다. 국민들 감성을 국악으로 돌리려는 노력을 늘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

Q.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프랑스에서 종묘제례악을 연주했는데, 외국인들 반응은?

‘대한민국은 작은 나라인 줄 알았는데, 그 전통의 깊이가 어디까지일까’라는 호기심 어린 질문과 감탄이 많았다. 연주자 50명, 무용단 35명 등 예술단원 85명과 스태프 35명을 파견했는데 보람 있고 뿌듯했다.

종묘제례악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이자 유네스코 등재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이다. 제대로 알고 들으면 상징성이 더 크다. 왕조 500년 작은 나라에서 이렇게도 크고 웅장하게 왕실 제례 음악을 하는 나라는 드물다. 우리나라 종묘제례악은 왕실 문화의 보고이자 완결판이다.

물론, 지루하게 볼 수도 있다. 종묘제례악은 조선 전기 왕실 유교이념을 위한 음악이지 감성을 위한 음악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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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 2014년 국악원장이 됐다. 이제 3년째인데.

책임감이 커지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가야금을 공부하면서 나라 지원 하에 여기까지 왔다고 여겼다. 그것을 국가에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책임감이 있는 만큼 기쁘고 행복한 마음도 크다.

올해 신년사에서 ‘국악의 미래 관객을 만나기 위한 접점을 넓혀 국악 대중화를 이끄는 원년이 될 것’이란 말을 했다. 주력 사업은 ‘어린이·가족 등 미래 관객 개발을 위한 공연·교육·체험’, ‘자연음향 공연장 확대를 통한 국악의 고품질화’ 등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국악 감수성을 심어주기 위해 영유아·어린이·가족 대상 공연을 확대하고 있다. 동화에 국악을 입힌 ‘토요국악동화’를 매주 토요일 마다 선보이고 있는데, 이미 몇 개월 뒤의 표까지 매진이다.

오는 5월은 가정의 달과 어린이날 등 가족이 하나 되는 달이다. 공연 외에도 국악기 이해자료 시리즈, 전래동요 자료집, 국악박물관의 어린이관객 관람환경 개선, 체험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악이 온 가정에 울려 퍼지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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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숙 국립국악원장
△54년생, 부산 출생 △국립국악고 △서울대 국악과 △서울대 국악과 대학원 석사 △한국학중앙연구원 문학박사 △서울예술전문학교·성심여대·서울시립대·이화여대·숙명여대·중앙대·추계예술대 출강(1981~1998) △대한민국예술원 전문직연구원(1981~1985)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1998~2013)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2005~2007)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장(2007~2010) △전통예술원 음악과장(2012) △현 국립국악원장·한국산조학회 회장

[YTN PLUS] 취재 공영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국립국악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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