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피플] “특성화가 대학 살 길“,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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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2. 오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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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앤피플] “특성화가 대학 살 길“,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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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상아탑, 대학 종말론 등 대학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성의 요람인 대학은 전통적으로 학문적인 자유를 갈구해 왔다. 하지만 급격한 기술발전 등에 따른 교육문화 환경의 변화에 따라 오늘날 대학의 역할과 기능은 많이 달라졌다.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이며 사교육 열기 또한 뜨거운데도 전반적인 대학교육은 여전히 정상화 되었다고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학문적인 탐색보다는 급변하는 지식정보 사회에 어쩔 수 없이 적응하기 위한 산업적 관점에서의 교육 트렌드가 주류를 이룬다.

[피플앤피플] “특성화가 대학 살 길“,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

이현청(66) 한양대 석좌교수는 “우리는 사교육 과열, 심각한 청년실업, 취업률 위주의 교육, 사이버 교육의 과도한 확장 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대학의 위기를 진단한다.

또 머지않은 미래에는 인구 감소에 따라 급격히 학생 수가 줄고, 온라인 교육의 확산 추세로 인한 교육방법과 과정의 대혁명 등 대학 환경이 변화하면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역설한다.

이 교수는 YTN PLUS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학의 미래 대응 전략과 세계화를 위해서는 인성을 기르는 개인의 특수성과 정체성을 살리는 학과가 많이 개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무크 (MOOC·Multi Online Open Courses)’와 같은 온라인 교육을 적극 활용해 다국적 학생을 흡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온라인 공개강좌 서비스인 ‘무크’는 질의·응답, 토론, 과제 등 교수와 수강생 간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게 한다.

[피플앤피플] “특성화가 대학 살 길“,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

이어 “기업과 대학이 산학협력에서 투자를 받거나 체험을 통해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차별화된 특수 교육을 활발히 만들어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현청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일평생 교육자로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40여 년 전의 일이다. 처음에는 법이나 종교에도 관심이 많았으나 유연성이 제한된 영역이나 추상적이고 막연한 학문보다는 ‘인간에 관한,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활동을 하고 싶었다. 교육은 다른 학문 보다 더욱 직접적으로 인간을 다루는 학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교육은 우리 실생활에 대한 문제다. 사람을 만들고 생각을 키우고 사회에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변화시키는 학문이므로 교육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인류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는다.


-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을 진단한다면?

20년 전 버클리 대학의 이중 언어 교사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었다. 그 때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학생은 시험에 취해있고(testholic student), 학부모는 과외에 취해있고(tutorholic parent), 사회는 교육에 취했다(educaholic society)’고 이야기했다.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 목표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양성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고 자연스럽게 공교육이 사교육에 종속되고 있다. 공교육의 정상화와 사교육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에 동시에 해결이 필요하다. 법과 제도로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다. 학부모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교육 신념이 중요하다고 본다.

세계 어느 나라도 자녀의 교육 때문에 부모가 가난해지는 소위 ‘Education poor’라는 용어도 없고 ‘교육이민’이라는 용어도 없으며 ‘기러기 가족’이라는 개념도 없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사회병리적인 현상들이다.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사교육을 무조건 금지시키거나 선행학습을 위한 과도한 집체교육기능을 수행할 것이 아니라 공교육을 보완하는 기능으로 전환시켜 교육 경쟁력을 기를 수 있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한다.

즉, 21세기에 적합한 교육문화, 학부모의 교육관, 입시위주의 교육운영, 교사의 질, 그리고 인력 배출 등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피플앤피플] “특성화가 대학 살 길“,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

- 지난 달 초, ‘한양대 고등교육연구소’를 창립했다. 어떤 기관인가?

지금 위기상황에 있는 고등교육에 대한 현실적 대안 마련과 세계적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관이다. 위기에 처해있는 전국 대학들의 현실을 진단·분석하여 대안을 마련하려고 한다.

또 향후 학령인구의 절벽 등 대 변혁기를 맞은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것이다. 즉, 미래 학력인구 감소에 따른 학생 미충원으로 대학의 생존전략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직면하고 있는 청년 실업과 산학 협력에 관한 기업 인재상 등을 연구한다.

이처럼 대학의 대 변혁기에 미래의 대학상에 대한 연구와 급변하는 대학 환경의 위기구조에 대한 진단과 분석을 통해 세계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대학의 전략을 다룰 것이다. 그리고 수요자 중심 체제로의 전환에 따라 학생 수요자 시대의 학사 운영 등도 탐색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 지난 7월 출간한 ‘왜 대학은 사라지는가?’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21세기는 급격한 변화의 세기다. 특히 IT중심의 과학기술의 엄청난 변화는 학습방법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간의 가치, 사회체제, 교육 전반에 변동을 가져오면서 대학 교육관에 대한 인식과 목표, 가치에 대한 변화 역시 초래하고 있다.

대학교육은 기존의 3대 기능인 교육, 연구, 봉사의 가치에 큰 변화를 겪고 위기를 맞았다. 2030년을 기점으로 입시생 25만 명이 사라질 것이라고 미래 학자들은 예측한다. 학령인구는 줄고, 온라인 기반의 대체교육은 지금보다 더 빠르게 확산 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세계 대학과 경쟁에 내몰릴 수도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대학교육 환경의 변화와 대학의 빙하기가 다가온다는 점을 인식하기 위해 준비하고 방안 할 수 있는 전략과 트렌드를 담고 있다. 세계적으로 모두들 대학이 위기라고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그 위기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2030년 대학의 빅뱅을 예측하여 열 가지 대학 생존 전략에 대해 기술했다. 교육방법의 대혁명과 학습욕구의 다양화, 세계를 한 교육의 틀로 전환하는 시대 상황을 감안할 때 대학이 왜 사라지는지 이해하고 생존전략을 스스로 찾도록 하기 위한 지침서이다.


- ‘대학의 자율화’, ‘특성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대학의 자율화는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면서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하는 교육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지나치게 법 테두리 안에서 대학을 규정하고 규제하면 변화하는 대학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대학 자율화는 입시에서부터 졸업에 이르기까지 대학 스스로 자율적인 경영과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 특성화는 자율화의 틀 속에서 개별 대학의 독특한 학문영역을 개척하고 타 대학과 차별화시켜 경쟁력을 기르자는 것이다. 현재 교육은 같은 백화점식 대학 운영이나 유사한 기능과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틀에서 탈피해야만 대학의 특성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 대학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세계적으로 내놓을만한 특성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국교육의 콘텐츠를 가지고 세계에 도전하는 것도 세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 중 하나일 것이다.

즉, 우리 고유의 교육 콘텐츠에 방법과 기법에서 서구의 첨단 기술을 접목시키는 것이다. 세계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3가지 키워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자율화와 특성화가 이뤄져야 한다. 둘째 대학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을 시대에 맞게 전면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수요자 중심으로 융·복합체제로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셋째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평가체제가 확립돼야 한다. 따라서 세계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대학의 기능 분화, 대학의 특성화, 대학의 국제화와 대학의 사회적 책무 등과 관련된 21세기 형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


- 평소 교육철학은 무엇인가?

교육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교육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교육은 사람을 만드는 일이다. 미성숙에서 성숙, 어리석음에서 현명함, 모름에서 앎으로 사람을 만드는 것이 교육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을 만드는 것은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교육은 사람을 만드는 일에서 출발해 사람을 완성시키는 일이다. 인성을 기르는 일이자 이 시대에 요구하는 세계적인 창의적 인재를 기르는 일이기도 하다.


-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청춘은 청춘대로 아프다하고 중년은 중년대로 그리고 노년들은 노년대로 아픈 사회다. 그러나 인생은 모두 아프다. 현미경처럼 지금 아픔과 좌절, 사회적 절망만을 세심히 들여다보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다. 현미경처럼 볼 때도 있지만 먼 미래의 비전과 희망을 담고 망원경처럼 보는 시각도 필요하다. 청춘은 인생의 끝이 아니라 끝을 만드는 시작이기 때문이다. 미움, 좌절과 아픔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청춘이 나에게 인생을 묻는다면’이라는 첫 에세이 책을 냈었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진정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인지, 무엇을 하며, 누구와 함께 살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젊은이들과 인생 아픔에 대해 공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삶의 의미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싶었다.

[피플앤피플] “특성화가 대학 살 길“,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

▶ 이현청 교수는 한양대를 졸업한 후 미국 남일리노이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과 남일리노이대학의 교수로 역임하면서 미래교육학과 평생교육, 교육 사회학을 가르쳤다. 또 미시간대학교와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고등교육과 인간발달에 대한 연구를 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 고등교육 개혁을 위해 노력했으며 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호남대와 상명대 총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대학총장협회 회장, UMAP(아태지역 고등교육협력기구)의장, 유네스코 대학 간 학점교류 및 상호인정 세계총회 의장, 대만 교육부 자문교수 등 다양한 국제적 활동을 해왔다.

이와 더불어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모두 등재되어 탁월한 21세기 지성, 국제인명센터(IBC) 21세기 우수지식 2,000인, 미국인명연구소(ABI)21세기 탁월한 지식 1,000인, 영국 세계인명센터에서 세계적인 교육자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한양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회문제와 교육, 인권과 인성교육, 위기사회론 등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전보람 / 사진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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