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어려워 더 빠져드는 '루어낚시'

적당히 어려워 더 빠져드는 '루어낚시'

2015.03.04. 오후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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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어려워 더 빠져드는 '루어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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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낚시가 존재한다.

온몸으로 사투를 벌여야 겨우 낚을 수 있는 아이만 한 크기의 부시리를 낚는 대형어 낚시도 있고 도대체 손맛을 느낄 수는 있을까 의심스러운 빙어낚시같이 초미세 낚시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대형어 낚시든 잔챙이 낚시든 그 순간에 임하는 낚시인들은 굉장히 진지하다. 재미나서 웃음 띤 얼굴만으로 보면 진지해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매우 진지했음을 알 수 있는 증거가 있다. 시간에 대한 느낌의 왜곡이다. 시간 가는 걸 잊을 정도로 몰입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 낚시는 그런 것이다. 하루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한순간처럼 흘러갈 정도로 재미있는 것이다.

가짜미끼가 통하는 이유

여러 종류의 낚시 중 필자의 전공분야는 루어 낚시다. 낚시하며 으레 지렁이나 떡밥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건 낚시를 모르는 일반인들의 선입견이다. 지렁이나 떡밥같이 먹을 수 있는 미끼가 아닌 먹을 수 없는 재료를 가지고도 물고기를 꼬실 수 있다. 먹을 수 없는 불가 식성 재료로 만든 미끼를 루어라고 부른다. 금속, 목재, 플라스틱, 고무, 가죽 무엇이든 상관없다. 가용한 모든 소재를 이용해 물고기를 꼬시는 것이다.
이게 가능한 것은 우리가 잘 몰랐던 물고기의 습성 안에 비밀이 있다. 물고기는 오랜 진화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효율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들어졌는데 그 안에는 낚시와 연결 지을 만한 키포인트들이 몇 가지 숨겨져 있다. 이걸 알아내면서 물고기들의 치명적 약점이 드러나게 된 셈이다.

예를 들면 물고기는 반짝거리는 물체를 입으로 공격하곤 한다. 평상시 먹이로 취하던 곤충이 외피나 작은 물고기의 비늘이 내는 번쩍거림에 습관이 되어 있다가 무엇이든 번쩍거리면 무의식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이런 습성은 또 있다. 예를 들면 수면에 뭔가 떠있으면 강한 호기심을 보인다. 그게 벌레처럼 가는 다리를 지녔다면 더욱 호기심은 강하게 나온다. 이들에게는 이런 식의 약점이 있다. 지금까지 물고기들의 약점은 많이 발견되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발견될 것이다.

적당히 어려워 더 빠져드는 '루어낚시'

루어의 시발점으로 여길 만한 일화가 있다. 서양에서 한 사람이 물가에서 식사를 하던 중 물속으로 떨어뜨린 수저에 물고기가 덤벼든 것으로 보고 낚시 미끼로 착안했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등등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알 수 없지만 꽤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 에스키모들은 허연 동물뼈를 얼음구멍에 넣고 움직여 이에 호기심을 보이며 접근하는 물고기를 작살로 찍어서 잡았다고 한다. 이런 어법도 물고기들의 습성을 잘 이용한 예라 할 수 있다.

너무 어려우면 포기하고 너무 쉬우면 지루해하는 게 사람

루어 낚시의 매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만을 꼽아야 한다면 단연 광대한 다양성을 꼽고 싶다. 해도 해도 끝 모를 재미가 있다. 그 다양한 재미의 원천은 우선 다양한 종류의 루어에서 출발한다.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기법도 다양하고 그만큼 익히는데 시간과 노력을 요하게 된다. 한마디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너무 쉬운 목표에 대해서는 금방 싫증 내고 너무 어려우면 처음부터 엄두를 못 내고 포기하는 게 사람 속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기량 수준과 적당한 간극일 때 끊임없이 도전의식을 불태우며 재미를 붙이게 된다는 말이다. 루어 낚시에는 다양한 수준의 도전과제가 끝도 없이 기다리고 있다. 루어 낚시가 성행하는 미국의 경우 60을 훌쩍 넘긴 장년의 루어 프로가 현역으로 흔히 보인다. 어렸을 적부터 시작해서 노년이 다 되도록 한 분야에서 지치지 않고 정진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안에 대단한 뭔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밥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가끔은 입맛투정을 하면서 빵도 먹고 국수도 먹지만 결국 우리는 밥으로 돌아온다. 그게 밥의 정체고 위력이다. 그렇다. 루어 낚시인에게 루어는 밥과 같은 존재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밥.


FTV(한국낚시채널)=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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