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 중환자실 앞 '무거운 한숨만'

마지막 순간 중환자실 앞 '무거운 한숨만'

2014.10.27. 오후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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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 중환자실 앞 '무거운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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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저녁 7시, 서울 아산병원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

문 사이로 한 남자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혹시 아는 사람이 와있지는 않은지 살피는 듯 보였다. 186cm 장신에 검은 모자를 쓴 이 사람은, 가수 김장훈이었다.

김장훈이 동료 신해철을 면회했다. 저녁 면회시간에 맞춰 발걸음을 재촉한 모양이었다. 지난주 토요일에 이어 시간이 날 때마다 오랜 동료를 찾아 쾌유를 간절히 기원해온 그였다.

하지만, 이날 만남이 마지막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김장훈이 다녀가고 1시간 20분 쯤 이후인 오후 8시 20분, 신해철은 끝내 세상을 떠났다. 향년 46세.

'마지막 면회객' 김장훈과 함께 지켜본 마지막 순간을 전한다.

◆ 김장훈, 신해철의 마지막 면회객

김장훈과 신해철은 90년 대부터 활동을 같이해온 각별한 동료다. 그는 지난 6월 발매한 신해철의 신보 앨범 프로모션을 도왔다. 신해철이 입원하자 김장훈은 SNS를 통해 아픈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신해철이 중환자실에 입원한 후 김장훈은 시간이 날 때마다 그를 찾았다. 27일 저녁도 김장훈은 두 매니저와 함께 병원으로 발걸음 했다. 김장훈의 매니저는 이번 일이 있은 뒤 신해철을 줄곧 도왔다.

중환자실 문이 열리고, 신해철의 어머니가 셋을 맞았다. 신해철의 어머니는 아들의 친구에게 어서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어머니는 "어서 들어와. 다 같이 들어와"라며 김장훈의 매니저도 불렀다.

하지만 결국 김장훈 혼자 들어갔다. 신해철과 오랫동안 각별한 사이로 지내온 김장훈 매니저는 "들어가면 더 눈물이 날 것 같아 밖에서 기다리고만 있다. 22일 이후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 김장훈, 5분 면회 뒤 무거운 한숨만

김장훈을 다시 마주한 건 5분 쯤 뒤였다. 김장훈은 홀로 걸어나왔다.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매니저에게 몇 마디 건넨 뒤 발걸음을 돌렸다.

밝고 활기찬 모습만 보여줬던 김장훈이지만, 평소와 확연히 달랐다. 위중한 동료의 모습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중환자실 안에 있는 신해철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김장훈은 두 매니저와 함께 곧장 엘레베이터로 직행했다. 어떤 말도 물어볼 수 없었다. 엘레베이터에 올라탄 그는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이내 사라졌다.

'마지막 면회객' 김장훈이 다녀가고 2시간 20분 쯤 지난 뒤. 신해철은 결국 세상을 등졌다. 김장훈을 포함한 많은 동료들과 오랜 팬들이 그의 쾌유를 기원했지만, 결국 '마왕'은 하늘 나라로 떠났다.

◆ 마왕, 영원히 잠들다

신해철은 '자유'와 '젊음'의 아이콘이었다. 가수이자 음악 프로듀서, 사회운동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록 음악으로 젊음을 노래했고, 뛰어난 언변으로 각종 토론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해 거침없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논란의 대상이 될 때도 있었지만, 화제의 중심에 서길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가요계는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애도의 물결도 일고 있다. 김광진은 "그의 노래와 많은 추억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명복을 빌겠다"고 애도를 표했다.

YTN PLUS 강내리 기자 (nrk@ytnplus.co.kr)
[사진출처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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