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까지 추운 이재민들..."잠자리 또 옮기라니"

마음까지 추운 이재민들..."잠자리 또 옮기라니"

2017.11.18. 오후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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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진 피해가 난 경북 포항은 새벽에 수은주가 영하에 가깝게 떨어졌습니다.

대피소 이재민들의 몸과 마음이 더 추울 수밖에 없는데요.

거기다 대피소가 여러 이유로 통합되거나 분산될 예정이어서 이재민들이 잠자리를 옮기는 불편마저 겪고 있습니다.

이문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갑자기 찾아온 겨울 추위.

대피소에서 밤을 지새운 이재민들은 더 춥게 느껴집니다.

자원봉사자들이 건넨 따뜻한 음료로 차가운 마음을 녹여 봅니다.

모포와 이불로 꽁꽁 싸매도 발이 저리고 무릎이 시립니다.

[권영자 / 이재민 : 아이고 많이 춥지요. 다리가 아파서. 추운 데서 자니까 다리가 아파 가지고….]

잠을 잔 건지 만 건지.

지난밤에도 계속된 여진과 집 걱정에 잠을 설치고 말았습니다.

[최해철 / 이재민 : 화장실 갔다가 다시 앉았다가 좀 누웠다가 잠이 안 와 앉았다가 그랬어요.]

수백 명이 집단생활을 하는 데다 히터 바람에 공기까지 건조해 감기와 각종 통증이 떠나지 않습니다.

현장 진료소 대기 줄은 끊길 새가 없을 정도입니다.

[김종태 / 포항의료원 공공의료사업팀장 : 감기는 만연하게 퍼져있는 상황이고 여기 공기도 많이 탁하고 대부분 마스크 착용하더라도 계속 (감기 바이러스가) 옮겨 다니고 있는 것 같고 많이 안 좋습니다. 열악합니다.]

이런 가운데 6곳이던 이재민 집단 대피소가 4곳으로 통합됐습니다.

이곳은 포항시 북구의 한 중학교에 마련된 집단 대피소입니다.

대피소를 옮겨야 해서 여기서 머물던 지진 피해 주민들이 짐을 싸고 있습니다.

곧 학교 수업이 재개돼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안 그래도 불안한데 다시 거처를 옮길 생각에 야속한 마음이 듭니다.

[이재민 : 한 자리에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안 그래도 불안한데…]

제일 큰 흥해체육관 대피소의 이재민들도 곧 인근 두 학교로 나뉘어 옮겨질 예정.

이곳 천여 명 이재민들 역시 또 한 번 떠돌이 신세가 될 처지입니다.

YTN 이문석[mslee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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