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위기의 강원랜드, 어마어마한 청탁자 명단

[취재N팩트] 위기의 강원랜드, 어마어마한 청탁자 명단

2017.10.19. 오후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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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카지노 공기업, 강원랜드의 비리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문제들이 오랜 기간 계속될 수 있었는지,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지 환 기자!

채용비리 문제부터 얘기해보겠습니다.

청탁자가 거의 합격자 전부라고 하는데 공기업 공채잖아요. 너무 허술한 것 아닙니까?

[기자]
일단은 강원랜드라는 공기업이 탄생한 배경과 연관이 있는데요.

정부의 강제 폐광 이후 폐광지 경제 관광 활성화를 위해 '내국인 카지노'라는 유일무이한 특혜가 부여돼 탄생한 공기업이 바로 강원랜드입니다.

따라서 이 폐광 지역과 밀접하게 유착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카지노 이익이 워낙 많아 강원랜드의 매출이 1조 6천억 원, 순이익이 5천억 원이 넘는데 이 지역으로 상당 부분이 투자 또는 기부되고 있기도 하죠.

[앵커]
그렇게 유착이 있다 보니 청탁도 가능했고 공채 시험도 엉터리였다는 얘기죠?

[기자]
채용비리 사건은 5년 전 최흥집 전 사장 때 이뤄진 일입니다.

당시 대규모 카지노 증설을 하면서 직원도 많이 채용했습니다.

2012년 하반기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518명 선발했습니다.

청탁한 직원이 자기소개서를 올리면, 인사팀 직원이 평가시스템에 몰래 들어가 점수를 올렸고요.

인·적성 검사는 아예 점수를 반영하지 않았고, 3차 면접은 연필로 점수를 채점하면서 필요할 경우 수정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앵커]
그럼 청탁자들은 어떤 사람입니까?

[기자]
알려진 대로 염동열, 권성동, 한선교 의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 7명이 이름을 올렸고요.

경찰이나 중앙부처 공무원, 언론인, 종교인도 있습니다.

내부 임원은 말할 것도 없고요.

직원이나 사외이사도 청탁의 한 축이었습니다.

시, 도의원 등 지역 유지도 청탁을 많이 했는데요.

여기서는 금품도 오갔습니다.

청탁을 직접 했다고 고백한 지역 주민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실제 청탁자 : 딜러라도 하게끔 엄마가 해달라는데 되든 안 되든 얘기할 수밖에 없잖습니까. 동네 살면서. 그게 그렇게 된 겁니다.]

[앵커]
이제 과거 채용비리 말고 지금 이야기를 해볼까요?

함승희 사장의 차량 불법 개조 문제를 YTN이 단독 보도했고 호화 법인 카드 문제 역시 보도했는데요.

이런 접대 말고도 사내 접대비라는 게 있다고요?

[기자]
이렇게 보면 됩니다.

강원랜드 밖에서 그러니까 정선 시내, 서울, 부산 어디든 다른 곳에선 법인카드를 쓰고, 강원랜드 내부에선 사내 접대비라는 걸 쓰는 겁니다.

내부 접대비를 'ENT'라고 하는데요. 강원랜드 안에 골프장부터 호텔, 고급 음식점 모든 다 있지 않습니까?

오는 사람이 그만큼 많고요.

ENT 한도 역시 어마어마합니다.

사장이 연간 4천만 원대, 부사장이 3천만 원대입니다. 간부진은 누구나 다 있고, 필요하면 일반 직원도 쓸 수 있습니다.

[앵커]
한도를 초과해서 더 쓸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물론 그렇습니다.

함 사장이 법인카드를 쓸 때 본인 것 외에도 비서실 카드 여러 장을 돌려썼는데요.

이것 역시 그렇게 돌려쓸 수 있죠.

전체 금액이 얼마인지 저희가 정보 공개 청구를 했지만, 사생활 유출을 이유로 비공개 답변이 나왔습니다.

또 한가지, 사내 접대비 ENT가 강원랜드 내부서 쓰는 자기 매출이잖습니까?

쓴 금액의 반으로 낮춰서 기록합니다.

예를 들어 보통 관광객이 강원랜드에서 밥을 먹으면 1인분에 10만 원을 내야 하는데, 접대를 받는 사람은 공짜로, 그리고 강원랜드 내부 매출은 5만 원이 잡히는 겁니다.

내부 규정에 그렇게 돼 있는데요.

당연히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취지 자체를 무시하는 그런 방편이기도 합니다.

[강원랜드 직원(전직) : 회계상으로는 그렇습니다. (금액을 낮춰 기록합니다.)매입 매출을 잡을 때 어떻게 보면 자기 매출이잖아요. (법인카드는) 강원랜드 외부에서 쓴 거지. 내부(접대비)는 더 많아요.]

[앵커]
도대체 이 내부 접대비는 누구에게 쓴 것입니까?

[기자]
원래 사내 접대비는 강원랜드의 관계 기관이나 홍보, 마케팅·불만 제기 고객 등의 경우에만 사용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장 이하 일부 간부 직원의 지인 또는 가족이 이용하거나 국회, 중앙부처, 감찰기관 등 권력기관 관계자도 접대를 받았습니다.

국회에서 자료가 하나 나왔는데요.

국가정보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 회원들 역시 ENT 접대를 받았습니다.

양지회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정치 댓글 공작 중 '사이버 외곽팀'의 주축이 된 것으로 지목되기도 했죠.

수백만 원 골프비용과 밥값, 찻값 등도 강원랜드가 대접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함승희 사장 역시 채용 특혜 의혹에 있다면서요?

[기자]
여기서 학술포럼, '오늘과 미래', 줄여서 포럼 '오래'라는 단체가 나옵니다.

'포럼 오래'는 친박연대 최고위원을 역임한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이 지난 2008년부터 이끌고 있는데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단체 모임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강원랜드 임원 12명 가운데 함승희 사장을 포함한 5명이 이 단체 회원인데, 1순위자 대신 2순위자를 사장이 낙점했습니다.

또 사장이 추천하는 강원랜드 위원회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예를 들어 강원랜드 내부에 사회공헌위원회라는 게 있습니다.

강원랜드가 어디에 얼마나 기부, 투자, 지원할지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졌는데 이 위원회 멤버 5명 가운데 4명이 '오래' 포럼 회원입니다.

포럼 오래 회원들은 강원랜드의 고액 강연자 강사로도 이름이 올라와 있는데요.

강원랜드에서는 포럼 오래가 단순한 학술단체이고 회원들의 능력이나 경력이 인정돼 채용했고, 강사로 모셨다는 입장이지만 사내 접대비 역시 상당 사용액이 이들과 연관이 있다는 내부 제보도 있었습니다.

[앵커]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군요.

앞으로 이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이뤄질까요?

[기자]
강원랜드의 경우 지금까지 8명의 대표이사 중 말썽 없이 정상적으로 3년 임기를 채운 사람은 단 1명입니다.

다음 달 함승희 사장이 퇴임이 예정돼 있는데요.

오늘 오전부터 강원랜드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고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오는 31일 채용비리와 관련해 최흥집 전 사장과 함승희 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됐습니다.

채용비리와 관련한 검찰 수사는 안갯속입니다.

최흥집 전 사장 등 2명만 현재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따라서 축소, 은폐 수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참여연대에서는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청탁하지 않고 시험을 준비해 떨어진 피해자들을 모아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강원취재본부에서 YTN 지환[haj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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