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소비자 욕설 전화에 기절한 상담원

악성 소비자 욕설 전화에 기절한 상담원

2017.09.18. 오후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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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콜센터 상담원 십여 명이 이틀 사이 한 사람 전화를 받고는 정신을 잃거나 환청이 생기는 등 피해를 봤다고 합니다.

'가스 누출로 자녀가 죽을 뻔했다'며 이런 전화를 무려 10시간에 걸쳐 했다고 하는데요.

경찰이 알아보니 자녀는커녕 결혼한 적도 없는 30대 남성이었다고 합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종호 기자!

전화를 걸어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상담원들 피해가 막심했습니까?

[기자]
당시 통화 녹취록을 읽었더니 대부분이 욕설이나 협박이었습니다.

조직폭력배 행세를 하며 '죽인다'는 말을 연발했는데요.

전화 상담원들이 대부분 여성인데 이런 말을 오랫동안 듣고 정신이 온전할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콜센터 책임자가 통화 도중에 정신을 잃는 일도 있었는데 당시 녹취를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콜센터 책임자 (당시 통화 녹취) : (죽일 거니까 네가 내려올래? 내가 올라갈까?) 고객님 죄송합니다.]

[동료 상담원 (당시 통화녹취) : (여보세요!) 센터장님!]

[앵커]
실제로 쓰러지는 소리까지 고스란히 녹음된 걸 들으니 얼마나 피해가 컸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겠는데요.

전화 속 남성은 왜 이런 전화를 걸었습니까?

[기자]
처음 전화를 걸었던 건 가스레인지가 켜지지 않아서였는데 나중에는 가스가 샜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어린 자녀가 있는데 가스 누출로 죽을 뻔했다며 보상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가스레인지가 켜지지 않았다는 것은 본인 주장일뿐 확인되지 않았고 어린 자녀는커녕 결혼도 하지 않은 남성이었습니다.

이 남성이 처음 전화를 건 게 지난달 21일이었고 다음 날인 22일까지 10시간 가까이 전화를 걸어 상담원들을 괴롭혔습니다.

참다못해 가스 공급업체가 보상하겠다며 조사를 위해 집에 찾아가겠다고 하자 거짓말이 들통 날까 봐 더 심하게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회사에 직접 찾아가 난동을 부리기까지 했습니다.

이후에도 관계기관에 전화를 걸어 허위 제보를 하는 등 곳곳에 피해를 줬는데 닷새 동안 건 전화가 무려 217통입니다.

통화 이후 환청이 시달리는 등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피해를 호소하는 직원이 14명, 난동을 부리는 과정에 다친 직원이 2명이나 됩니다.

경찰은 이 남성, 36살 A 씨를 공갈 미수와 업무방해, 상해 혐의 등으로 구속했습니다.

지금까지 부산에서 YTN 김종호[ho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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