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갑질 사건 다음 날 파쇄...무언가 숨기려 했나?

단독 갑질 사건 다음 날 파쇄...무언가 숨기려 했나?

2017.08.28. 오전 05:19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군부대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은 내용 자체도 황당하지만, 시점을 둘러싸고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진 날이 바로 박찬주 대장의 '공관병 갑질 사건'이 불거진 다음 날입니다.

보안 감사 날 대체 무엇을 감추려 했을까요,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어서 이승배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사단에서 보안 감사를 나온 지난 1일, 병사들이 맡긴 휴대전화 100개가량은 생활관 한쪽에 펼쳐진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감사관이 이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휴대전화에서 SD 카드를 꺼내 없앴습니다.

그것도 아예 흔적을 안 남기려고 종이 파쇄기에 넣어 갈아버렸습니다.

[육군 모 부대 대대장 : (감사관이) 갑자기 중대로 올라간다고 하니까 용사(병사)들이 그걸 발견했고, 그걸 바로 순식간에 없앤 겁니다. 순식간에 된 겁니다. 간부들이 손 쓸 겨를도 없이….]

부대 측은 부대 사정을 잘 모르는 병사가 벌인 짓이라고 사건을 애써 축소하고 있지만,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시점이 참 모호합니다.

이 사건이 벌어지기 바로 하루 전날 군 인권센터가 박찬주 육군 대장 부부의 '공관병 갑질 사건'을 처음 폭로했기 때문입니다.

병사를 개인 비서처럼 허드렛일을 시키고 폭언을 일삼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곳은 당시 박찬주 대장이 지휘하던 제2작전사령부 예하 부대입니다.

사령관이 병사 인권 침해로 감사를 받는 사이 예하 부대에서는 사진이나 녹취 등이 담긴 자료를 주인 허락도 없이 없애버린 것입니다.

단순히 훼손된 거라면 복구라도 해보겠지만, 이미 가루가 돼버려 복구는 불가능합니다.

[김형남 / 군 인권센터 상담지원 팀장 : 문제가 나오면 그 문제를 바로잡는 방향으로 가야지. 지금 이건 (잘못을) 덮은 거잖아요. SD카드가 있는 건 문제인데, 부대 안에. 마치 없었던 것처럼 포장해놓은 거잖아요. 파쇄해서. 그 자체로도 부대에 문제가 있는 거죠.]

군부대 측은 자료를 옮길 수 있는 소형 저장 장치를 부대에 들여온 자체가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이어서 이를 감추려고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뭔가를 감추려고 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 SD 카드가 사라졌기 때문에 이런저런 의혹만 커지고 있습니다.

YTN 이승배[sbi@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