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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N팩트] 입주민 기증한 경비실 에어컨 왜 못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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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 2017-08-09 12:00
앵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는 아파트 경비실은 찜통처럼 변하고 맙니다.

그래서 부산의 한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들을 위해 자비를 들여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했는데요.

정작 경비원들은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어떤 사연인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차상은 기자!

먼저, 입주민이 경비실에 에어컨을 기증한 이유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부산 사하구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아파트 입구에는 가로세로 크기가 2m 남짓한 경비실이 있는데,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는 마치 찜통처럼 변하고 맙니다.

이 때문에 경비원들은 땀에 흠뻑 젖은 채 근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모습을 본 한 입주민이 용기를 냈습니다.

자신이 사는 동을 담당하는 경비원에게 여름철 힘든 점이 없는지 묻고는 지난 주말 자비를 들여 에어컨을 설치해 준 겁니다.

가격을 물어보니 40만 원 정도의 제품이라고 하는데 무더운 여름에 종일 고생하는 경비원을 모른 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앵커

입주민은 시원하게 지내라고 에어컨을 기증한 건데, 정작 경비원들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어제 취재 차 경비실을 찾아가 보니 에어컨 전원 케이블은 뽑혀 있는 상태였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전원 콘센트에 코드를 꽂기만 하면 되는데, 그러지 못한 겁니다.

정오가 되기 전이었는데도 실내 온도는 33도를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햇볕이 강할 때는 39도까지 올라간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경비원 한 명은 선풍기를 틀어놓고 있었지만, 얼굴과 목에는 땀에 줄줄 흐르는 상태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에어컨을 앞에 두고도 못 쓰고 있는 건가요?

기자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첫 번째 문제는 전기 요금 때문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아파트 경비실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주민들이 공동으로 부담합니다.

관리비에 포함되는 것이죠.

경비원이 에어컨을 사용하면 사용한 만큼의 전기요금은 주민들이 내야 하는 건데, 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경비원에게 무작정 사용하라고 하기는 어려웠다고 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형평성 때문입니다.

이 아파트 단지에는 30곳에 가까운 경비실이 있는데, 에어컨이 설치된 곳은 이번에 주민이 기증한 경비실 1곳뿐입니다.

이 경비실에서 에어컨을 틀고 시원하게 근무하면 에어컨이 없는 다른 경비실은 상대적으로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아파트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아파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지만, 무더위 고생하는 경비원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앵커

그럼 경비실에서 입주민이 기증한 에어컨을 사용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 건가요?

기자

절차는 까다롭지 않습니다.

바로 아파트 주민들을 대표하는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경비실의 에어컨 사용을 결정하면 되는 겁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일부 주민들은 경비원들이 무더위에 고생하는 점을 알고 모든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자는 안건을 낸 상태인데요.

안타깝게도 아파트 내부 사정으로 입주자대표회의가 제대로 열리지 못해 이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에어컨을 기증한 입주민의 마음은 좋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어떤 이야기를 하던가요?

기자

에어컨을 기증한 주민은 경비원이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에어컨을 기증했으니 경비원들이 쾌적하게 근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YTN 취재 과정에서 코드를 꽂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합니다.

이 아파트 1개 동에는 100가구가 넘게 살고 있는데, 한 가구당 천 원도 안 되는 돈을 부담하면 경비원들이 시원하게 근무할 수 있을 텐데 너무한 조치라며 굉장히 안타까워했습니다.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한 다른 아파트 사례를 찾아보니 더울 때 적절히 사용하면 전기요금이 한 달에 5만 원도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경비실 1곳당 2개 동을 담당하는데, 한 가구가 여름철에만 250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YTN 보도가 나가면서 일부 입주민 사이에서는 경비실 에어컨 설치 여부를 빨리 논의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아무쪼록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차상은 [chas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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