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약물로 살해하고 장례 치른 의사 남편

아내를 약물로 살해하고 장례 치른 의사 남편

2017.04.09. 오후 12:49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약물로 아내를 숨지게 해놓고 태연하게 장례까지 치른 40대 의사가 며칠 전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충격적인 소식이었는데요. 의학적 전문 지식을 가진 의사가 벌인 계획적인 범행으로 드러났는데, 자세한 내용 이 사건을 취재한 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이상곤 기자!

사건을 처음부터 하나씩 짚어보죠. 먼저 의사의 아내가 사망한 건 언제입니까?

[기자]
사건은 지난달 11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은 40대 의사인 A 씨 부부가 살던 원룸에 설치된 CCTV 화면인데요.

한 남성이 건물로 들어가는 게 보이실 겁니다.

저 남성이 바로 의사 A 씨입니다.

A 씨는 이때 거실에 쓰러져 있는 아내를 발견했다며 이웃 주민에게 119를 불러 달라고 했는데요.

곧바로 구급차가 도착했고, 그동안 A 씨는 심폐소생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A 씨의 아내는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도착해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앵커]
그럼 그때 당시 부검이나 경찰 수사는 진행되지 않은 건가요?

[기자]
그 부분이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A 씨의 아내가 숨졌을 당시 사망 원인을 제대로 확인해 줄 부검이나 경찰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병원에서 A 씨의 아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정했기 때문입니다.

A 씨의 아내는 지난해 11월 심장마비로 쓰러진 병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지병이 있었던 사실을 병원 측에 전달했고, 병원도 이 사실을 진료 기록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A 씨 부부가 살던 원룸의 인근 주민의 말 들어보시죠.

[인근 주민 : 심장마비로 알고 있어요. 돌아가시기 전에 한 번 쓰러지셔서 그때도 다시 살아나셨는데….]

병원 측은 별다른 외상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의학적 소견에 따라 A 씨의 아내가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곧바로 장례가 진행됐는데, 시신은 화장됐습니다.

[앵커]
장례까지 마치고 시신까지 화장했다면 경찰 수사는 어떻게 시작된 거죠?

[기자]
문제를 제기한 건 숨진 아내의 유족들이었습니다.

1년 전 이들이 결혼했는데 평소에 자주 다퉜고, 장례를 치를 때도 남편인 A 씨가 너무나도 태연했다는 겁니다.

이런 내용의 진정서는 지난달 20일 경찰에 제출됐습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앞서 보여드렸던 CCTV에서 이상한 점을 확인했습니다.

A 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운동하려고 집을 나섰다고 말한 시간과 CCTV에서 확인된 시간이 1시간 정도 차이가 난 겁니다.

그렇다 보니 A 씨의 외출 시간은 30분도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고, 경찰은 A 씨가 아내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경찰은 이후 지난달 30일 A 씨의 집과 병원을 압수 수색해 컴퓨터와 서류 등을 확보했습니다.

[앵커]
경찰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데, A 씨가 돌연 자취를 감췄다가 체포됐다고요?

[기자]
의사인 A 씨가 사라진 건 지난 4일입니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달아났던 건데요.

A 씨는 전날부터 집에 들어가지 않은 채 새벽 5시까지 병원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병원 직원들이 아침에 출근해 보니 A 씨의 책상은 잔뜩 어질러져 있었고 휴대전화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던 겁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휴대전화를 봤더니, 놀라운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A 씨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아내를 살해했다는 내용이 발견된 겁니다.

경찰은 곧바로 공조 수사를 요청했고, 영동고속도로의 한 휴게소에서 차 안에 있던 A 씨를 체포했습니다.

A 씨는 발견 당시 자신의 몸에 불상의 약물을 투약한 상태였으며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진 A 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경찰서 유치장으로 옮겨졌습니다.

[앵커]
경찰 조사에서 의사 A 씨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모두 인정했나요?

[기자]
A 씨는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결혼 이후 성격 차이로 가정불화가 이어졌고, 자신을 무시해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습니다.

A 씨의 범행은 상당히 계획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 씨는 병원에서 처방전을 발행해 약국에서 수면제를 샀고, 수면제를 물에 타 아내가 마시도록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병원에서 가져온 약물을 아내에게 투약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자백했습니다.

범행에 사용된 약물은 전신마취에 사용되는 근육이완제로 인공호흡기 없이 사용했을 때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위험한 약물로 확인됐습니다.

자신의 의학적 전문 지식을 살인에 이용한 의사 A 씨는 영장 실질 심사를 포기했으며 살인 혐의로 영장이 발부돼 결국 구속됐습니다.

[앵커]
A 씨의 아내가 이전에도 심장마비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했는데, 이번 사건과 연관성은 없나요?

[기자]
경찰도 그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A 씨의 아내가 심장마비 증상을 보여 119가 출동했었는데요.

이때는 다행히 A 씨가 깨어났고, 이후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도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때도 현장에는 남편 A 씨가 있었던 것 확인됐습니다.

여기에 유족들은 A 씨의 아내가 결혼 전에는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경찰은 A 씨가 운영한 병원의 의약품 사용 내용을 확인하는 등 압수 수색 자료에 대한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숨진 아내의 재산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의사가 살인 사건 피의자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장례를 치러 시신이 없는데도 이번 사건 유죄를 입증하는 데 문제가 없나요?

[기자]
이전에도 의사가 아내를 살해했다는 사건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유죄를 받은 건 아닌데요.

그중 1995년에 발생한 '치과의사 모녀 살인 사건'은 대표적인 미제 사건입니다.

치과의사인 아내와 딸이 아파트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돼 남편인 외과 의사가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사건인데요.

당시 경찰은 남편이 아내와 심하게 다툰 뒤 아내와 딸을 살해해 물을 받아 욕조에 유기하고 범행을 은폐하려고 불을 질렀다는 수사결과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사망 시각을 두고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재판은 8년간 이어졌고,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가 최종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앞선 미제 사건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피의자인 의사 A 씨가 범행을 자백했다는 점인데요.

경찰은 또 어머니에게 자신의 범행을 털어놓은 문자 등도 증거라며 유죄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지금까지 대전에서 YTN 이상곤[sklee1@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