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농업용수를 식수로 공급 '물의'

익산시, 농업용수를 식수로 공급 '물의'

2015.10.09. 오전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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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례적인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북 익산시가 농업용수를 식수로 공급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생활용수로 공급할 수 없는 물을 8일 동안이나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익산시는 최악의 가뭄에 대비해 시험 삼아 해본 일이라고 항변했습니다.

백종규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물에 부유물이 잔뜩 떠 있고 녹조까지 발생해 한눈에 보기에도 오염 정도가 심해 보입니다.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화학적 산소 요구량인 COD 4등급 물입니다.

이 물을 전북 익산시가 시민들에게 공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COD가 3등급을 넘어서면 주로 농업용수로 사용하게 되는데 가뭄이 이어지자 이 물을 시험 삼아 공급했다는 것입니다.

익산시는 평소 농업·공업용수로 사용하던 이 금강물 10만 톤을 지난달 16일부터 25일까지 휴일을 제외한 여드레 동안 생활용수로 공급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익산시는 물이 부족할 경우를 대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했습니다.

자체 상수원 저수율이 13%대까지 떨어져 금강 물을 끌어와 생활용수와 최대 30%가량 섞었다는 것입니다.

자체 검사한 결과 문제가 없어 생활용수로 공급했다고 밝혔습니다.

[익산시 상수도 부서 관계자]
"(저희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한 것밖에 없어요. (최대 30% 금강 물과 맑은 물을) 섞었을 때 이 정도면 (식수로) 가능하다고 판단해서 차후 대비 차원에서 한 거에요."

시민들은 한마디 말도 없이 검증되지 않은 물을 공급한 지자체의 행동에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또 건강에 해가 되지 않았을까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김소진, 전북 익산시 영등동]
"(금강에서 농업용수로) 나오는 물이라고 하면 믿고 먹을 수가 없잖아요. 저희 아이들이 먹었다고 생각하니까 많이 찝찝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시민들뿐만 아니라 시장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박경철, 전북 익산시장]
"제가 나중에 (금강호 물이 공급된 사실을) 알고 즉각 취수 중단하고 이것이 어떻게 된 배경인지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취수가 즉각 중단됐습니다."

백 년 만에 찾아온 가뭄에 대비하느라 분주한 이 시점에 지자체의 섣부른 판단과 행정이 오히려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 준 꼴이 됐습니다.

YTN 백종규[jongkyu8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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