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에 멈춘 시간" 29살 애꾸눈 광대, 무대에 오르다

"80년에 멈춘 시간" 29살 애꾸눈 광대, 무대에 오르다

2011.12.08. 오전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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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5·18 민주화운동 당시 한쪽 눈을 잃고 민주 투사로 살아오다 얼마 전부터 웃음 치료사, 희망 전도사로 변신한 분이 있습니다.

5·18 구속부상자회 회장으로도 활동했던 이지현 씨인데요.

아픔을 딛고 웃음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며 무대에 올랐습니다.

황혜경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녹취:공연 소리]
"날마다 긍정적으로 사시면서 웃었더니 어떻게 되었냐! 짠! 여러분도 이렇게 바꾸면 됩니다. 바꿔버려!"

과장된 몸짓, 구성진 입담에 어르신들의 얼굴이 어느새 미소로 가득합니다.

190cm에 이르는 큰 키, 영화에 나오는 해적 마냥 한쪽 눈을 가린 오늘의 광대는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인 이지현 씨입니다.

계엄군에게 맞아 실명하고 민주 투사로 살아왔던 지난 30년을 눈물로, 풍자로, 때론 웃음으로 그려냅니다.

[인터뷰:박현숙, 광주광역시 주월동]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서 우리 한국 현대사를 볼 수 있었고..."

두 번이나 옥고를 치르고 5·18 구속부상자회 회장까지 맡았던 이 씨가 웃음치료사, 희망전도사라는 직함으로 무대에 오르기 시작한 건 10년 전.

민주화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은 이들이 더는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그 고귀한 희생에 함께하지 못한 죄스러움에 용기를 냈습니다.

[인터뷰:이지현, 5·18유공자·희망배달부]
"(눈 다쳐서 병원에 누워있는데)그 여학생의 애절한 목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시민 여러분, 와서 도와주십시오. 도청으로 모여주십시오...아, 근데... 제가 무서워서요. 정말 비겁자가 되가지고 도청으로 못 갔습니다."

하지만 환갑을 눈앞에 둔 나이에 2시간에 달하는 1인극에 도전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성대모사와 품바, 각종 마술까지...

서투른 솜씨라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모두 보여주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인터뷰:이지현, 5·18유공자·희망배달부]
"그 때 맺힌 한을 제가 공연을 통해서 기쁨과 웃음과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시간은 1980년, 29살 시절에 멈춰버렸다는 이지현 씨.

남은 생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희망을 잃지 않았던 그 시절 우리의 모습을 되살리는데 보내고 싶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이지현, 5·18유공자·희망배달부]
"아, 광주 가니까 뭔 투사에서, 회장에서...뭔가 변화되지 않겠냐, 이런 걸 느끼면서...나이 60이 돼서 새로운 삶을 찾아가면서 국민들과 소통하려는 그런 이미지로 사실은 남고 싶습니다."

YTN 황혜경[whitepaper@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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