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준비했는데..." 누구를 위한 단일팀인가?

"4년 준비했는데..." 누구를 위한 단일팀인가?

2018.01.15. 오후 10:11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단일팀 논의로 올림픽만 바라보고 달려온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물거품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허재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우리 정부는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측에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다음 달 10일 열리는 스웨덴과의 올림픽 첫 경기를 한 달 남겨둔 시점입니다.

이번 주말 IOC와 남북의 3자 실무 회의에서 엔트리 확대 등 세부 사항이 결정되는데, 이미 의견 접근이 이뤄진 만큼 단일팀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아이스하키의 종목 특성과 당사자인 선수들의 입장이 철저히 배제된 채 모든 과정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변변한 실업팀도 없는 상황에서 올림픽 하나만을 바라보고 힘든 조건과 환경을 이겨내고 달려온 국가대표 선수들입니다.

정부는 우리 대표 선수 23명 중 단 한 명도 피해를 보지 않게 IOC에 추가 엔트리를 요청한다는 입장이지만 큰 의미는 없습니다.

경기에 실제로 뛸 수 있는 인원이 22명인 만큼, 우리 선수 몇 명은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없습니다.

[유승민 / IOC 위원 : 선수들의 피해는 없어야 한다는 기조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선행돼야 하지 않나….]

또 북한 여자 선수들이 합류해도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별 도움도 안 됩니다.

선수들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남은 시간 동안 조직력을 끌어올리기에도 역부족입니다.

단일팀이 적어도 경기장 안에서는 어떤 상승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마이너스 요인이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최동호 / 스포츠평론가 : 올림픽 헌장에도 위배되고 정상적인 절차를 밟고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진행되는 단일팀 구성도 아니고, 스포츠가 정치적인 이벤트에 활용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불만과 불편함이 있습니다.]

여론은 싸늘하게 식었습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3천 건이 넘는 반대 청원이 등록됐습니다.

올림픽 사상 첫 승을 목표로 전력을 다지고 있는 대표팀의 분위기도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제 평창올림픽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때, 올림픽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YTN 허재원[hooah@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