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 "알파고 더 강해졌다"

이세돌 9단 "알파고 더 강해졌다"

2017.01.09. 오전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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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 "알파고 더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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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초부터 바둑계는 시끄러웠습니다.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 등장한 고수 때문입니다. 'Magister'와 'Master'라는 아이디를 사용한 정체불명의 고수는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로 60전 전승을 거뒀습니다. 국내 1위 박정환 9단, 세계 1위 중국 커제 9단도 이 인터넷 고수에게 전패를 당했습니다. 사람들은 정체불명의 고수를 '복면기왕'으로 불렀습니다. 더 이상 적수를 찾을 수 없었던 복면기왕은 마침내 정체를 공개했습니다. 예상대로였습니다. 알파고였습니다.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을 4승 1패로 제압했던 알사범이 더 강해져 돌아왔습니다.

이세돌 9단 "알파고 더 강해졌다"

"알파고가 더 강해졌고, 초읽기 상황에서 실수가 없다."
이세돌 9단은 새로운 알파고를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이 9단은 "작년 3월에 대국했던 알파고는 초읽기 상황일 때 다소 약점을 보였으나 지금은 이 부분이 보완됐다. 프로기사와 알파고가 모두 초읽기로 같은 조건에서 대국한다면 프로기사에게 승산이 없다. 알파고는 기계이므로 실수를 하지 않는 반면, 인간은 초읽기에 몰리면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알파고는 초읽기, 프로기사는 2~3시간 정도 시간이 있는 방식으로 대국한다면 인간이 5판 중 1판은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세돌 9단 "알파고 더 강해졌다"

알파고가 활동한 사이트 중 하나는 타이젬이었습니다. 타이젬은 알파고 개발사인 딥마인드측의 요청에 따라 Magister(P)로 활동하고 있는 알파고에 대해 그 동안 함구해왔습니다. 타이젬은 비밀 유지 기간이 끝난 시점에서 딥마인드측이 ‘신형 알파고’의 최초 트레이닝 무대로 선택한 타이젬과 아자황 박사의 대화 내용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타이젬 신사업개발팀 권진수 팀장은 지난해 12월 16일 저녁 8시 경, 알파고 핵심 개발자 중 한 명인 아자황 박사에게 메일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알파고를 타이젬에서 테스트 할 계획이며 한국 국적의 Magister(P)라는 ID를 만들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이디에 붙는 P는 프로기사를 의미합니다. 또한, 아자황은 기존에 알파고가 타이젬에서 활동할 때 사용했던 ID ‘deepmind’는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아자황 박사가 한국 국적 ID를 요구한 이유는 지난해 타이젬에서 활동했던 영국 국적의 ‘deepmind’가 국적과 ID로 인해 빠른 시기에 알파고라는 사실이 노출됐기 때문입니다.


이세돌 9단 "알파고 더 강해졌다"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결’을 치르기 이전 버전의 알파고, 즉 유럽챔피언 판후이와 대결했을 때와 유사한 수준이었던 deepmind가 타이젬 대국실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딥마인드측 아자황 박사의 비공개 요청으로 타이젬에서 제공한 Magister(P)는 등장과 동시에 폭발적인 화제를 몰고 왔습니다. 2016년 12월 29일부터 12월 31일까지 3일 동안 타이젬 대국실에서 활동한 ‘신형 알파고’ Magister(P)는 29일 6승, 30일 14승, 31일 10승을 거둬 도합 30연승을 기록했습니다.

이세돌 9단 "알파고 더 강해졌다"

Magister(P)와 가장 많이 대결한 기사는 38개월 연속 한국랭킹 1위를 수성하고 있는 박정환 9단입니다. 타이젬에서 총 4판의 대결을 펼쳤습니다. 12월 30일 오후 2시 첫 대결에서 150수 만에 패한 이후, 같은 날 오후 6시에 재도전 했으나 백으로 255수까지 싸운 끝에 5집반 패배를 당했습니다. 이어서 31일 오후 1시에 223수끝 백불계패, 마지막 대결이었던 31일 오후 2시 대결에서는 261수까지 가는 접전을 벌여 흑으로 아쉽게 ‘반집’을 패했습니다.

박정환 九단에 이어 중국랭킹 1위 커제 九단도 알파고에게 도전했지만, 승리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12월 30일에 벌어진 두 번의 대결에서 알파고는 커제에게 228수끝 흑5집반승, 128수끝 백불계승을 거둔다. 한국과 중국 랭킹 1위가 모두 ‘신형 알파고’ Magister(P)에게 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세돌 9단 "알파고 더 강해졌다"

한국랭킹 7위 안성준 七단은 알파고에 대해 “경이로울 정도로 강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작년 3월 이세돌 9단에게 승리했을 때도 막강한 실력이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둬보니 인간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이 전혀 없다는 걸 느꼈다. 두텁게 반면을 운영하며 대체로 약한 돌을 만들지 않는다. 실리와 세력의 조화를 이루는 균형감각 또한 탁월하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일인자 커제 9단과 알파고의 대국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에서, 호선 바둑(핸디캡 없이 먼저 두는 쪽이 덤을 제공하는 형태의 맞바둑)은 무의미 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바둑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완전히 무릎을 꿇게 되는 순간이 다가온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 톱클래스 프로기사들은 긍정적인 측면이 오히려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상급 프로기사들은 바둑 기술에서 일종의 한계치에 직면한 상황이었지만, 알파고를 통해 새로운 바둑 세계의 탐험이 가능해졌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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