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야구' 지키려 바다 건넌 소년, 바다에 잠들다

'가족과 야구' 지키려 바다 건넌 소년, 바다에 잠들다

2016.09.26. 오후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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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야구' 지키려 바다 건넌 소년, 바다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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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프라도 / 마이애미 말린스 3루수 : 호세가 우리 팀 동료에게 그런 얘기를 했다더군요.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최근 경기가 그가 여태 등판한 경기 중 최고였다고…. 그리고 그는 가버렸습니다. 괴로워요. 너무 괴롭습니다.]

2013년 LA 다저스 류현진 선수를 제치고 그해 내셔널리그 신인상을 거머쥔 선수가 있습니다.

마이애미 말린스의 호세 페르난데스인데요.

메이저리그 20년을 책임질 선수로 꼽히던 전도유망한 청년이 어제 보트사고로 숨졌습니다.

페르난데스는 현지 시각 어제 새벽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해변에서 보트가 부두 바위에 충돌하는 사고로 동승자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올해 나이 스물넷, 당일 등판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쿠바 출신의 페르난데스는, 가족과 함께 미국 망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해 감옥에 갇혀 지냈습니다.

그 시기를 "우리는 정말 동물 취급을 당했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는데요.

4번째 망명길에는 어머니가 보트에서 미끄러져 물에 빠졌습니다.

페르난데스는 바다로 뛰어들어 죽을 힘을 다해 어머니를 건져 올린 뒤 가까스로 멕시코에 닿았습니다.

목숨 걸고 도착한 미국 땅에서 페르난데스는 이를 악물고 야구에 전념했습니다.

미국 고교 최고의 유망주로 인정받았고 수많은 대학 러브콜을 받았지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 프로팀에 입단합니다.

그리고 2년 만인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최고 시속 159km의 강속구와 커브로 그해 신인왕에 등극합니다.

시상식에 나타난 할머니를 보고 그가 눈물을 쏟은 일화는 유명합니다.

페르난데스가 사망 전, SNS에 마지막으로 올린 글입니다.

"네가 내 삶에 들어와 줘서 기쁘구나. 우리의 여정이 어디로 향하든지, 아빠는 준비가 되어 있어."

임신한 여자친구의 사진과 함께 '패밀리퍼스트', '가족이 먼저'라는 해시태그를 달았습니다.

"너는 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날 놀리는 걸 좋아했지. 네가 그리울 거야."

같은 쿠바 출신의 LA 다저스 선수, 야시엘 푸이그는 페르난데스와 맞붙었던 어느 날의 사진을 올리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는데요.

가족과 야구를 사랑했고,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바다를 건넜던 열여섯 쿠바 소년, 스물넷의 나이로 꿈의 무대였던 마이애미에서 바다에 꿈을 묻고 잠들었습니다.

나연수 [ysn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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