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명품 무회전킥'의 비밀..."힘빼고, 끊어!"

손흥민 '명품 무회전킥'의 비밀..."힘빼고, 끊어!"

2015.06.18. 오후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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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명품 무회전킥'의 비밀..."힘빼고,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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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컬럼]
메르스 때문에 온 나라가 한 달 넘게 침통한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은 만 하루가 지났는데도 손흥민이 미얀마전에서
보여줬던 무회전킥으로 여전히 시끌벅적합니다.

찬사가 쏟아지고, 동영상 조회 횟수도 좀처럼 줄어들 줄 모르고
있습니다. 손만 뻗으면 닿을 수도 있는 공이 골키퍼 머리 바로 위로
지나가 골망을 갈랐습니다.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골키퍼. 아마도 후반전 중반까지 1실점으로
기대 이상 잘 싸운다 생각하며 중계를 지켜보던 미얀마 국민들도
한 순간 자존심이 무너져 내렸을 것입니다.

우린 손흥민이 가장 존경하는 롤모델로 꼽았던 호날두가 보여줬던
무회전킥과 세리머니를 그렇게 지켜봤습니다. 언젠가는 손흥민이
그렇게 닮고 싶은 호날두가 손흥민에게 찬사를 보내는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그런데 이 월드클래스 손흥민의 슛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손흥민 '명품 무회전킥'의 비밀..."힘빼고, 끊어!"

기자가 19살 앳된 손흥민을 만난 건 4년 전인 2011년 6월 초.
춘천 공지천에서 였습니다. 손흥민이 나고 자란 곳이 바로 강원도
춘천이었고, 훈련 장소도 당연히 공지천이 주무대였습니다.

박지성이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면서 한국축구의 대를 이을
선수, 자신의 '후계자'로 손흥민과 김보경을 꼽았던 일이 화제가 됐던
때였습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6살 어린 나이에 독일로 건너간 손흥민은 그때
함부르크 소속 선수였습니다. 손흥민이 함부르크 구단 역사상 최연소
득점 기록을 갈아치운 직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잠시 귀국해 국내에 머물던 손흥민과 인터뷰 약속을 잡고 아침 일찍
춘천으로 향했습니다. 약속 장소인 공지천에 일찌감치 도착한 탓에
기자는 운동장에서 슈팅 연습 중인 손흥민을 두 시간 가까이 코앞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미디어를 의식한 훈련이 아닌, 아빠와 아들 단 둘만 있는 평소의 훈련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 춘천 시민들에게 손흥민은 이제
막 관심을 끄는 새내기, 샛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아무도 훈련 중인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기억이 나기 때문입니다

지금 그곳에서 손흥민이 슈팅 연습을 한다면 어떨까요? 물론 난리가
나겠죠. 여하튼 그때 열정적인 아버지의 지도를 받으며 슈팅 기술을
익히던 손흥민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들보다 더 승부욕 강한 아버지 손웅정 씨는 손흥민이 슛을 할
때마다 계속 외쳐댔습니다.
"힘 빼고" "끊어!"
'손-손 부자' 의 비지땀 훈련 2시간 동안 끊임없이 메아리친 대화의
전부였습니다.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또 오른쪽과 중앙에서 슈팅
연습은 이어졌고, 멈춰 있는 공, 골문에서 나오는 공, 옆에서 흘러
나가는 공 등 다양한 실전 상황에서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슈팅
연습이 단내 나게 이어졌습니다.

손흥민의 슈팅력이 인정받는 원천이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그의 슛은 전혀 힘이 들어가 있지 않지만 정확하면서 파워가 넘칩니다.
손흥민의 잘 습관된 이 슈팅 능력은 바로 그에게 축구에 눈을 뜨게 하고
기본기를 가르친 춘천 FC 유소년 축구단 감독 출신의 아버지 손웅정
씨로부터 나왔던 것입니다.

손흥민 '명품 무회전킥'의 비밀..."힘빼고, 끊어!"

흔히 축구의 슛과 골프의 샷은 많이 닮았다고 합니다.
손흥민의 슛은 국내 여자골프 1인자인 이정민 선수의 아이언샷과
많이 닮았습니다.

이정민은 샷 전에 백스윙을 풀로 하지 않고 쓰리쿼터 정도로 합니다.
파워 보다는 정확성을 기하기 위한 것으로 임팩트 때 역시 가장 큰
힘이 아닌 힘을 빼고 가볍게 찍어서 끊어 칩니다.

임팩트 때 그립에 힘이 들어가면 십중팔구 공이 오른쪽으로 곡선을
그리며 가는 생크가 나거나 악성 훅을 경험하게 됩니다.
축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슛을 할 때 힘주고 강하게 차려고만 한다면
우리가 말하는 이른바 '똥볼'이 나오고 맙니다. 골문을 좌우로
벗어나거나 하늘로 솟구치는 우리가 늘 봐왔던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문전처리 미숙 장면을 보게 되는 겁니다.

손흥민의 슛에서는 이런 어이없는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손흥민의 예술 같은 무회전킥을 보면서 4년 전 공지천에서 끊임없는
아버지의 잔소리를 들어가며 비지땀을 흘리던 손흥민의 앳된 얼굴이
떠올라 추억해 봤습니다.

지금 별빛 축제가 한창일 강원도 공지천 유원지.
좀 뜬금없는 얘기지만 중세 분위기 물씬 풍기는 포르투갈 신트라에는
유명한 페냐 성, 무어인의 성, 카푸초스 수도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곳에는 세계인이 사랑하는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생가도
있습니다.

춘천 여행을 갈 일이 있다면 막국수와 닭갈비만 투어 일정에 넣지
말고 공지천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손흥민이 어린 시절부터
슈팅 연습을 해온 의미있는 공간이니까요.

손흥민이 수 없이 밟았을 그 잔디를 밟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누가 압니까? 강원도 춘천이 언젠가 세계 축구팬이 찾는 손흥민의
생가가 있는 곳, 어린 시절 축구선수의 꿈을 키우며 훈련한 곳으로
사랑 받는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여행 코스가 될 지...

손흥민 '명품 무회전킥'의 비밀..."힘빼고, 끊어!"

4년 전 기자와 인터뷰 당시 19살 손흥민은 나이답지 않게 무척 철든
청년이란 느낌을 줬습니다. 손흥민이 지옥 훈련을 시키던 아버지에
대해 묻자 당시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아빠의 경험담을 들려주시는 거예요. 아빠가 너무 승부욕이 강해서
매일 경기에 지면 울면서 뛰었다고... 넌 항상 즐겨라 축구를, 축구를
즐기고 긍정적인 생각만 하고 그러면 다 잘 될 거다. 그렇게 이야기
해 주셨어요."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soccer&ctg=news&mod=read&office_id=052&article_id=0000357747
(2011.6 손흥민 YTN 인터뷰 동영상)

"힘 빼고" "끊어"

오늘 아침 신문을 보면서 뜬금없이 왜 이 단어와 그 장면이
떠올랐을까? 하면서도 자연스레 우리의 일상생활 모습과도 연결지어
봅니다.
지금 사무실에 좌우에 있는 선후배들을 한번 돌아보시죠. 자신이
힘주고 있는 상대가 있지는 않은지? 너무 힘줘서 어깨나 눈이 아프지는
않은지? 힘을 좀 빼보시죠. 편안해 집니다.

그리고 끊읍시다. 담배든 술이든…
숙취로 오늘 아침이 괴로웠던 사람이나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 담배
피우러 갈까 고민하는 사람도.

손흥민의 환상적인 무회전킥과는 전혀 연관성도 없고 비논리적이지만
그런 생각 한번 해봤습니다.

무엇을 하든 결단은 필요해 보입니다.

"힘 빼고, 끊어!!"

YTN 보도국 스포츠부장 김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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