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삼성 럭비팀...삼성 스포츠단의 미래는?

'풍전등화' 삼성 럭비팀...삼성 스포츠단의 미래는?

2015.01.17. 오전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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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전등화' 삼성 럭비팀...삼성 스포츠단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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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전등화' 삼성 럭비팀…삼성 스포츠단의 미래는?>

삼성중공업 럭비팀이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입니다. 구단 측은 기업 경영 악화 때문에 팀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럭비계 인사들과 만나 선수들 퇴직금을 섭섭하지 않게 주겠다고 전했습니다. 체육계의 강력한 반발에 여론 눈치 보기까지 겹치면서 삼성중공업은 해체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습니다.

해체설을 듣고 기자회견까지 열었던 럭비협회는 발만 구르고 있습니다. 럭비 원로들은 서초동 삼성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라고 할 기세입니다. 하지만 해체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 스포츠단은 계열사에서 내린 결정이라며 선 긋기에 나섰습니다.

'풍전등화' 삼성 럭비팀...삼성 스포츠단의 미래는?

▲ 애물단지(?) 스포츠단…'오너'의 태도가 핵심

'일등기업' 삼성은 최근 들어 스포츠에서도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사회 공헌 차원에서 운영하던 것과 180도 달라진 모습입니다. 삼성 스포츠단의 '다이어트'는 럭비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테니스와 레슬링, 배드민턴 등 삼성스포츠단 다른 종목도 숨죽이고 있습니다.

삼성 스포츠단의 변신은 '오너'의 태도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IOC위원을 지낸 이건희 회장은 스포츠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입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로컬 스폰서를 시작으로 꾸준히 올림픽을 후원하면서 글로벌 브랜드로 인지도를 끌어올렸습니다. 평창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특별 사면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들 이재용 부회장은 다릅니다. 야구장을 직접 찾는 '야구광'이지만 다른 종목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농구장을 찾은 이재용 부회장의 한마디가, "갤럭시 광고판을 잘 보이는 곳으로 옮겨주세요" 였다며 농구인들은 섭섭해 했습니다. 오너의 생각, 패러다임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스포츠단이 예전만큼 힘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풍전등화' 삼성 럭비팀...삼성 스포츠단의 미래는?

▲ 인기 없는 럭비?… 절반은 구단 책임!

삼성팀 해체설을 처음 보도한 기자는 주변에서 '돌직구' 질문도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삼성이 대기업이긴 하지만, 럭비단에 매년 15억원 넘는 돈을 쏟아붓는 것이 충분히 아까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동안 지원해준 것을 감사히 생각하라는 의견도 더러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맞습니다. 또, 어찌보면 틀리기도 합니다.삼성중공업 럭비단이 매력없는(?) 상품이 된 것은 선수들 탓만이 아닙니다. 삼성 야구단 이승엽 선수가, 삼성 축구단 염기훈 선수가 구단 마케팅까지 고민할까요? 그저 '삼성' 로고를 달고 경기장에서 100% 기량을 발휘하는 게 그들의 일입니다.

돈을 버는 건 구단이 고민할 몫입니다. 운영비가 아깝지 않도록 럭비단을 활용해야죠. 럭비 경기를 인터넷 중계라도 하고, 삼성구단 스포츠 스타들과 끼워서 CF에도 출연시키는 겁니다. 해외 프로팀과 교류전도 할 수 있습니다. 협력사까지 4만명 넘는 임직원들과 럭비 동호회를 만들어 선수단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꿈 같은 얘기죠. 하지만 삼성이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돈 아깝다는 푸념에 앞서 먼저 꼼꼼히 되짚어봐야 할 얘기입니다.

조은지 기자[zone4@ytn.co.kr]

*취(取)중진담은 시간의 제약을 받는 방송 리포트로 다하지 못한 기자들의 취재 뒷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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