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만화로 보는 재즈 역사…'재즈 잇 업'

[신간] 만화로 보는 재즈 역사…'재즈 잇 업'

2018.02.05. 오후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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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만화로 보는 재즈 역사…'재즈 잇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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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는 과정의 음악이고 내일의 음악이다"
재즈 종주국 미국, 만화왕국 일본에도 없는 '만화로 보는 재즈입문서'(2월 10일 발간)

재즈가 다시 부흥할 수 있을까. 만화로 보는 특별판 재즈입문서가 국내에 모습을 드러낸다.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과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잇는 공통점은 바로 재즈다. 닮은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모두 유명한 재즈 애호가였던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재즈로 이끌었을까.

흔히들 대중음악 감상의 마지막은 재즈라는 얘기를 한다. 핍박받던 흑인들의 위로가 되어주던 음악, 관악기 위주의 낯선 구성, 불규칙적인 리듬, 자유로운 즉흥연주 등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 때문인지는 일부에서는 재즈를 가리켜 "공부하면서 듣는 음악"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재즈는 아는 만큼 들리는 음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저자는 재즈 월간지 편집장으로 일하던 시절, 좀 더 쉽게 재즈를 알릴 수단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고 그중 하나로 '만화'라는 방법을 택하게 됐다. 그리하여 2003년, 재즈 종주국 미국은 물론, 역시 재즈 강국이면서 만화왕국이기도 한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없던 '만화로 만든 재즈역사책', 'Jazz It Up, 만화로 보는 재즈 역사 100년'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출간 즉시 국내 음악계와 재즈 애호가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며 재즈를 다룬 책으로는 전례 없이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 정상에 올랐고, 2003년 대한민국만화대상 신인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어서 일본의 세계적인 재즈 전문지 'Swing Journal'에 연재된 후(2005~2008년), 일본 고단샤, 대만 차이나타임스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이후 최근까지 국내외 수많은 사람들을 재즈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하는 '재즈입문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출간 15주년 기념 특별 개정증보판으로 돌아오다

2015년 4월 이후 절판 상태에 있던 'Jazz It Up'은 3년 가까운 준비 기간을 거쳐 ‘출간 15주년 기념 특별 개정증보판’이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그동안 지속적인 재출간 요청이 있어왔고,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정가의 2~3배에 거래되는 등, 독자들과 음악 애호가들의 관심이 여전한 상황에서 그 갈증을 채워주고자 다시 서점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개정판은 기존에 출간된 'Jazz It Up' 1~2권의 내용을 합본한 것으로, 20세기 초부터 재즈의 역사를 돌아보며 재즈 스타일의 변화, 뮤지션들의 생애, 재즈 관련 음악이론과 용어, 해당 시기의 시대상, 음악 및 뮤지션들과 관련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다루고 있다.

15년 만에 나오는 개정판인 만큼 적지 않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70%의 그림을 다시 그리면서 투박했던 그림체가 한결 부드러워지고 세련되어졌다. 거친 문장을 다듬었다는 것도 중요한 변화다. 만화와 정보의 조화에 더욱 신경을 썼고, 의미 전달이 어려웠던 부분도 명쾌하게 고쳐 썼다. 새로운 콘텐츠도 대폭 추가했다. 재즈 역사를 다루는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재즈 뮤지션들에 대한 음악적인 평가와 그들의 주요 작품을 별도로 조명하는 페이지를 새로 만들었다. 실제로 무엇부터 들어야 할지 고민하는 재즈 입문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라 할 수 있다. 또한 본문 사이사이를 활용해 정보를 보충하고 새로운 에피소드를 추가했다.

'재즈 잇 업'은 도입부에서 20세기 이전 재즈의 기원을 훑어본 뒤 1900년대를 시작으로 시대별 재즈 스타일의 변화와 거장들의 면모를 소개하며 장대한 재즈의 역사를 짚어나간다. 스윙에서 비밥, 쿨재즈, 하드 밥, 프리재즈, 퓨전 재즈, 재즈록, 재즈 삼바, 컨템퍼러리 재즈 등 재즈 스타일이 어떻게 시대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대중의 사랑을 얻고 분화/발전/침체되어갔는지 그 흥망성쇠를 보여준다. 그리고 루이 암스트롱, 듀크 엘링턴, 빌리 홀리데이, 냇 킹 콜, 찰리 파커, 마일스 데이비스, 빌 에반스, 키스 자렛 등 재즈사를 화려하게 수놓은 거장과 그들의 대표작, 드라마틱한 인생 스토리가 펼쳐지며, 금주법, 경제대공황, 1-2차 세계대전, 현대음악과의 관계, 인권문제, 포스트모더니즘 등 재즈의 발전에 영향을 준 세계사적 현상들까지 아우르는 인문학적 접근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 내용들이 익살스런 만화 속에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저자의 목소리는 네모 칸 속에 진지하게 들어 있지만, 그 안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너무도 유쾌하고 익살스럽다.

▲흥미로운 재즈입문서…음악을 감상한다는 것

음악을 감상한다고 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이어폰이나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귀로 듣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을 듣는 목적은 무엇일가. 음악이 인간의 삶에서 비롯되었듯, 음악을 듣는 것 역시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함이다. '재즈 잇 업'은 재즈를 통해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재즈 잇 업'은 우리에게 재즈의 밑바탕에 흐르는 슬픔과 고통의 정서를 느껴보라고 얘기하고, 1940년대 뉴욕 52번가의 자유로운 젬 세션을 상상해보라고 제안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놀라운 열정을 소개하고, 1990년 노년의 드럼 연주자 아트 블래키의 기적 같은 일본 공연 현장으로 안내한다. '재즈 잇 업'은 그런 식으로 독자들이 재즈에 한걸음 다가서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재즈를 즐기고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를 기대한다.

YTN Star 지승훈 기자 (jiwi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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