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와 싸우는 '좀비들'

'스포일러'와 싸우는 '좀비들'

2016.07.26. 오전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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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방글 / 변호사

[앵커]
죽은 자의 영혼을 보는 소년과 이 소년을 치료해주는 의사의 이야기.

영화 '식스센스'죠.

엄청난 반전이 충격적인 이 영화!

아직 안 본 분들도 계실 텐데, 제가 여기서 '사실 귀신은 누구누구다'라고 말해버린다면, 이 영화를 볼 마음이 생길까요?

하지만 우리 주변엔 이 금기를 깨고 싶어하는 얄미운 사람들이 꼭 있죠.

이를 두고 '스포일러'라고 합니다.

반전의 교과서라 불리는 1995년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 기억하시나요?

당시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매표소 앞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을 향해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이미 영화를 본 관객이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범인은 누구누구"라며 소리쳤다는 일화는 무척 유명하죠.

우리 영화 '곡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귀신인지, 누가 선인지 악인지는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하는 극의 중요한 요소인데요.

개봉과 동시에 이미 스포일러가 파다했습니다.

최근에는 영화 '부산행'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시사회에 다녀온 한 관객이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어떤 등장인물이 살아남고 죽는지를 인터넷에 다 공개해버린 겁니다.

이 글에는 '이제 영화 보기 아깝다', '볼맛이 안 난다'라는 댓글이 수두룩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하죠.

김이 새버렸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이런 포스터가 다 나왔을까요?

스포일러 안 본 눈 지켜줄게.

내 친구들은 아직 못 봤어.

부산행의 투자배급사는 얄미운 스포일러를 향해 이런 패러디 포스터를 내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알 권리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분명 '모를 권리'도 있습니다.

영화의 재미를 온전히 누릴 우리의 권리를 빼앗아가는 악의적인 스포일러.

대처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앵커]
요즘 영화 부산행이 인기라고 하는데 인기와 함께 스포일러도 온라인상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 내용도 짚어보도록 하죠.

영화 보면요, 무슨 영화,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마는 영화를 보고 있는데 앞에 앉은 사람이 팝콘을 먹으면서 다음 장면을 다 얘기를 해 줘요.

여기서 쓰러진다 그러니까 쓰러지고. 그래서 그 사람을 한대 때려주는 그런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 얄미워요.

그런데 이거 영화 배급사 입장에서는 얄미운 수준이 아니라 아주 치명적으로 경제적인 손실을 끼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인터뷰]
스포일러 자체, 망치다 이런 거잖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영화사 입장에서는 그 스포일러가 퍼뜨린 결말들을 보고 영화 관객이 영화 보는 것을 포기함으로 인해서 수익이 줄어들 수도 있고요.

또 저작권 문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또 반면에 영화를 보려고 했던 예비 관람객인 경우에는 보자마자 영화에 대해서 갖고 있던 기대나 흥미가 확 줄어들면서...

[앵커]
그렇죠. 결말을 다 알면.

[인터뷰]
맞습니다. 그러면서 영화를 보게 될 기대감을 저버리는 이런 피해를 입게 되는데요.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막상 이걸 법적으로 취할 조치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우선 영화사 입장에서 업무방해죄로 고소할 수 있느냐. 업무방해죄가 되려면 허위의 사실을 유포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보통은 범인이 누구다. 그렇기 때문에 형법상 업무방해죄는 되지 않고요.

저작권법상 저작권 침해가 되느냐? 이건 어떤 줄거리를 아주 상세하게 나타내지 않는 이상 그냥 범인이 누구다라는 식으로 얘기한 것만으로는 또 이 법에 의해서 처벌이나 어떤 배상을 받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면 나머지는 민법상 불법행위로 갈 수가 있는데요. 문제는 이게 손해 입증이 쉽지 않다는 거예요.

영화사 입장에서는 관람객이 당신의 스포일러 때문에 이만큼 수익이 줄었다라고 입증하기가 어렵죠.

또 예비관람객 입장에서도 위자료 같은 것을 사실 청구할 수 있습니다. 내가 영화 재밌게 보려고 했는데 나의 기대권을 이렇게 침해하다니.

[앵커]
그런데 그래봤자 영화비용 안 쪽에서 나올 것 아니에요.

[인터뷰]
그렇죠. 그것뿐만 아니라 이제는 정말 영화를 보려고 했던 사람인지 이것도 입증이 어렵죠.

그러니까 논리적으로는, 법리적으로는 민법상 어떤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 같아도 사실상 이게 실무적으로 간다면 입증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죠.

[앵커]
그렇네요. 불법다운로드를 하거나 불법으로 업로드를 해서 영화를 유포하는 경우는...

[인터뷰]
그런 경우는 명백하지만 단순히 어떤 한 내용만 딱 범인은 누구다라고 얘기하는 것만으로는 법적으로는 조치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앵커]
그렇네요. 그러면 스포일러가 된다는 사실이 문제가 있는데 어디까지를 스포일러로 봐야 되나. 영화사 입장에서도 참 난감할 것 같아요.

[인터뷰]
앞서 설명해 드렸죠. 스포일은 뭘 망치다, 이겁니다. 따라서 만약에 이 영화의 결정적인 내용이나 반전이 있다면, 그 반전의 내용이거나 아니면 그 결말의 중요한 내용을 얘기해 줬다면 스포일이 되겠죠.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은 또 그 영화를 본 후기를 남기고 싶은 그런 표현의 자유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 내용 자체가 예를 들면 영화사에서 미리 예고편에서 다 보여준 내용이라든지 이게 일반적으로 공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거기에 자기 느낌을 첨가한 정도라면, 그 정도라면 스포일러가 되지 않겠죠.

[앵커]
알겠습니다. 이 스포일러를 유포하는 사람들, 재미삼아 올리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마는 그것 때문에 영화 좀 재밌게 보려고 하는 다른 분들에게 큰 피해를, 물론 아직까지는 법적인 처벌 기준이 없다고 합니다마는 이것도 사회 문제가 되면 다른 사람들한테 큰 피해를 끼칠 것 같습니다. 좀 자제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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