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아버지의 자화상, 배우 임동진

이 시대 아버지의 자화상, 배우 임동진

2016.05.04. 오후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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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동진 / 배우

[앵커]
저희가 오늘 초대한 손님, 데뷔 52년 된 배우입니다. 우리 시대 아버지의 모습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임동진 씨, 아마 반가운 얼굴일 것 같습니다. 만나 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인터뷰]
반갑습니다.

[앵커]
악수 한번 하시죠.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앵커]
건강하시죠?

[인터뷰]
네, 건강이 100%는 아닙니다마는 한 번 건강에 문제가 있었는데 잘 회복이 돼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앵커]
많이 안 달라지셨는데요, 옛날에 제가 생각했던 젊은시절 모습과는.

[인터뷰]
제가 볼 때는 많이 달라졌어요. 그런데 가끔 뵙는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해 주실 때 힘이 납니다.

[앵커]
요즘 1인극을 시작하셨다고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임동진 모노드라마 제목하여 그리워, 그리워.

[앵커]
아버지에 대한 얘기라고 들었습니다.

[인터뷰]
아버지인데 특별한 아버지입니다. 홀로 된 홀아버지. 홀아버지가 가족을 그리는. 그런데 가족 중 가장 가까운 이웃인 아내 그다음에 딸도 여의었습니다. 딸도 이미 작고를 했어요.

그래서 홀로 된 홀아버지입니다. 그 아버지의 가슴 절절한 고백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가족과 살면서 잘못했던 부분 또 그리웠던 그런 부분을 떠올리면서 90분 동안 혼자 독백을 합니다.

[앵커]
90분 동안을 이어가시는군요?

[인터뷰]
그렇죠.

[앵커]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겠는데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대개 모노드라마의 가장 위험한 부분이 혼자 하는 연극이기 때문에 혹시 지루하지 않느냐라는 의문들을 갖습니다마는 저의 모노드라마는 굉장히 무대 매커니즘이라든지 소리, 목소리로 또 출연하는 분이 계십니다.

그게 아내죠. 정영숙 씨가 목소리로 마지막에 일기장의 내용. 이런 입체감이 있는 모노드라마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걱정이 제가 안 되더라고요.

[앵커]
아버지를 연기하시려면 여러 가지가 떠오르시겠는데요. 선생님의 아버님도 생각하실 것이고 또 실제 자제분들도 생각나실 것이고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선친의 모습이 많이 떠오릅니다. 또 드라마 상에서도 연극 무대에서도 나이가 먹으니 아버지 모습이 보입니다라는 얘기도 있고. 그리고 어려서부터 아버님 작고하시기까지의 떠나신 다음에 느끼는 아버지의 사랑이 그거였구나라는 것 이런 것을 연상을 하면서 연기를 하고 있고.

무엇보다 아내와 자식에 대한 얘기 또 사위에 대한 얘기. 그러니까 딸이 떠났으니까 사위도 역시 남이 되는 그런 아픔으로. 그리고 외손녀가 하나 살아 있습니다, 내용상. 그 외손녀를 정말 생명처럼 아끼는데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자꾸 사위가 거리를 두는 데서 오는 외로움. 그래서 눈물도 짓고 화도 내고. 다양한 연기를 표현해야 하니까 에너지가 좀 많이 소비되네요.

[앵커]
지금 가정의 달이지 않습니까?

[인터뷰]
그렇습니다.

[앵커]
그래서 가족이 우리 사회의 모든 관계, 사회의 토대이기도 하고 가정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이고.

[인터뷰]
그래서 이번 연극의 목적은 다른 게 아닙니다. 5월 가정의 달을 기준으로 가정이 좀 회복되자.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는 바입니다마는 젊은 부부도 그렇고 요즘 황혼이혼이 그렇게 많아지는 때라고 하는데 아마 이 연극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부부 간의 정체성이라고 할까요.

존재의 본질을 깨닫고 다시 한 번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매만지면서 서로 사랑을 회복할 수 있는 이런 연극이 될 거라는 확신과 함께 또 하나는 이게 방송에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마는 대한민국 아내들이 좀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홀아비 역할을 하려다 보니까 아내보다는 남자가 먼저 떠나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자꾸. 그래서 대한민국 아내들이 건강해서 때로는 남편들이 철이 없을 때가 있거든요. 남편이 아기 같을 때가 있고.

어느 집은 자식을 남편까지 포함해서 몇을 키운다는, 여성분들, 아내들의 얘기가 있습니다마는. 그래서 아내들이 건강해서 남편이 아내 무릎을 베고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연극에서도 그런 것을 연상합니다.

[앵커]
아내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남편이 차라리 먼저 떠나기를.

[인터뷰]
그건 모르겠습니다. 제가 여자가 아니고 아내가 아니니까 모르겠습니다.

[앵커]
말씀이 서로의 얼굴을 매만질 수 있는 부부가, 오래 산 부부가 참 보기 좋은 광경이기는 한데 현실에서는 쉽지 않거든요. 현실에서도 실제로 그렇게 하십니까?

[인터뷰]
제가 목회를 했었습니다. 연기생활을 하다 갑자기 목회를 하면서 소위 사랑에 대한 본질을 깨닫게 됐고 그리고 성경적 가르침도 있었습니다마는. 지금 또 이 연극을 통해서 저를 힐링을 시켜요.

그래도 내가 부족한 부분이 아내에게 있었구나 해서 저부터 지금 마음의 자세라든지 아내를 보는 눈이 바뀌고. 하여튼 여러 가지 과정 속에서 작품 진행이 잘 되고 있습니다. 어려움도 많았고요.

[앵커]
부인께 좀더 각별하게 해 주시는군요, 최근에?

[인터뷰]
그런 것 같습니다.

[앵커]
예를 들면 어떻게 무엇을 해 주십니까?

[인터뷰]
말이 따뜻한 게 우선인 것 같아요. 그래서 대개 아내는 그냥 항상 내 편이려니 해서 쉽게 한마디 한마디를 툭툭 던진다든지 이런 부분들이 나이가 먹을수록 여자들에게는 뭔가 상처도 되고 또 아픔이 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따뜻하게, 같은 여보를 불러도 조금 가슴에서 여과시키는 여보, 이렇게 부를 수 있는. 이 연극의 목적이 그것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게 참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도 잘 못 하는 일이죠. 저희가 선생님 가족사진을 보여드렸습니다. 자제분들은 또 선생님 뒤를 이어서 연기의 길을 가고 있죠? [인터뷰] 연기하다가 막내는 시집갔고 그 위 언니는.

[앵커]
왼쪽이 부인이신가요?

[인터뷰]
왼쪽이 제 집사람이고 뒤가 사위와 막내딸입니다. 결혼식 때 찍은 사진이네요. 저걸 어떻게 발췌를 하셨어요.

[앵커]
선생님, 아까 연극 말씀 듣다 보니까 저희가 미리 요청드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좀 결례인데 한 대목을 혹시 아까 외손녀에 대한 부분이라든가, 혹시 좀 잠깐 보여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요.

[인터뷰]
대사를 요구하시는 겁니까?

[앵커]
네.

[인터뷰]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외손녀가 오랜만에 전화를 해서 이미 아버지가 재가를 해서 그 집에서 사는 것이죠, 재혼을 해서. 그래서 외손녀를 자주 못 만나요. 그런데 갑자기 전화를 해서 결혼을 하게 됐다고. 그래서 이런 얘기가 있어요.

뭐라고? 결혼? 누가? 우리 강아지, 우리 미아가 결혼을 해? 신랑, 신랑 뭐하는 사람이야? 아, 그래? 엘리트구나. 날짜는? 어, 벌써. 얼마 안 남았어. 그러면 상견례는? 했어. 아니야, 섭섭하기는. 그럴 줄 알았으면 할아버지가 이사를 나중에 할걸. 여기는 집도 좁고 사람 초청하기도 그렇잖니. 이럴 때 할머니가 있었으면 모든 게 다 착착 진행이 됐을 텐데. 나는 뭘 해야 되니? 이런 외손녀를 향한 마음이 있고.

일기장을 보니까 아내가 남편의 실수를 다 알고 용서를 하고 떠났더라고요. 일기장에서 그걸 발견하고 오열을 합니다. 날 다 용서하고 떠났구나. 그리고 나에게 그리워하지도 말라는 벌을 주고 갔구나. 그러나 당신 만날 때까지 내가 그리워, 그리워, 그리워하다가 당신 곁으로 갈게. 그때는 내 손 잡아줄 거지? 그리고 우리 함께 스포츠댄스 배울 때 탱고 한번 거기서 춰 줄 거지? 하면서 탱고 스텝을 밟으면서 연극이 끝나요.

[앵커]
잠깐 듣는데도 진짜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것 같은 그런 느낌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다 아버지와 관련된 얘기죠. 여기 또 얼마나 많은 가족들, 아버지가 여기에 관계되어 있겠습니까.

[인터뷰]
그렇습니다. 이 연극은 아버지들 또 젊은 분들도. 나도 나이먹으면 저게 내 자화상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고. 하여튼 특정한 아버지를 그리려니까 여러 가지 연극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제작 과정도 어려웠고 또 모노드라마이기 때문에 혼자 무대에서 죽어도 내가 무대를 책임져야 된다는 것도 있었고. 그런데 무엇보다 순수 연극은 환경이 열악합니다.

그리고 제가 그동안 활동을 했던 사람도 아니고 이제 목회를 마치고 컴백하는데 순수연극을 하려니까 굉장히 어려운 과정 속에. 잘 아시죠? 프리드라이프사가 인간의 죽음을 가장 아름답게 장식하는 회사 아니겠어요?

프리드라이프의 대표가 흔쾌히 작품을 보고 선택을 해 주셨어요. 회사 임원 전부가. 프리드라이프가 그야말로 국민들에게 선물하는 아버지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그야말로 국가적인 대행사도 다 이쪽에서 하는데. 무엇보다 천안함 사태, 이런 부분을 다 감당한. 그래서 제가 이 극단 대표예요.

그래서 제작도 쫓아다녀야 되고 또 연기도 집중을 하고 연습을 해야 하는데. 다행히 프리드라이프 덕에 연기에 집중하고 좋은 작품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연기를 이번에 이 무대로 다시 연기를 다시 시작하셨고. 이게 옛날 모습이군요? 몇 년도쯤인가요?

[인터뷰]
기억 못하겠네요.

[앵커]
1980년대쯤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영화입니다, 저게. F학점의 천재? 모르겠습니다. 저게 애마부인인 것 같습니다. 제가 애마부인 1호 남편 역할을 했어요.

[앵커]
그러셨습니까?

[인터뷰]
그때 당시에 저런 영화밖에 없었어요, 제가 활동할 때는.

[앵커]
저희 기억 속의 임동진 선생님 이미지하고 애마부인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그러면 영화나 드라마도 복귀하실 계획은 있으신가요?

[인터뷰]
이제는 다시 돌아왔습니다. 건강이 받쳐줘서 제가 다시 활동을 할 수 있게끔 모든 걸 허락을 하셨어요. 그래서 연극도 하고 TV드라마도 한 편 했죠, 벌써. 사극을 한 편 했습니다. 여러 가지 지금 준비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제 50년, 52년이니까 반세기를 연기하셨는데. 연기에서 내가 마지막, 이건 좀 한번 해 보고 싶다라든지 목표라든지 그런 게 있으면 말씀해 주시죠. [인터뷰] 많이 아시겠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배우가 있습니다.

배우를 하면서 감독을 85세 때 했어요. 저도 꼭 하고 싶은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연출도 하고 연기도 할 수 있는.

[앵커]
어떤 작품입니까?

[인터뷰]
그게 바로 스펙터클하고 대형 영화가 아니라 따뜻한 가족영화를 하나 만들고 싶어요. 결국은 제가 목사 출신 배우 아닙니까. 결국은 바이블이 가리키는 것은 사랑입니다.

사랑인데 어떻게 사랑해야 되느냐. 그리고 우리가 가장 가까운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는데 내 이웃이 어디서부터냐. 바로 내 옆에 잠들어 있는 아내, 내 옆에 잠든 남편부터 내 이웃이다. 여기서 사랑이 시작이 안 되면 사랑은 밖에 나가서 사랑 외치고 기치를 드는 것, 이것은 아니다. 여기서부터 사랑이 시작돼야 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참 따뜻하고 누구나 감동할 수 있는 그런 영화를 한편 만들고 싶어요.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임동진 선생님을 모시고 오랜 만에 얘기 들으면서 가정, 가족 그리고 아버지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드리고 연극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앵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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