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유럽인들도 '웃음가스'를 썼다?

19세기 유럽인들도 '웃음가스'를 썼다?

2017.07.17. 오후 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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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우 / 과학과 사람들 대표

[앵커]
과학 이야기 더 이상 어렵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희 '괴짜과학'에서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오늘도 과학과 사람들의 원종우 대표와 함께하겠습니다. 대표님 어서 오세요~

[인터뷰]
네, 안녕하세요.

[앵커]
대표님, 오늘은요, 대표님 만난 지도 몇 개월이 지났고 대표님이 지쳐 보이셔서 제가 선물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기다려보세요!

짜자잔~ 이렇게 예쁜 하트모양의 풍선입니다. 제 마음을 담아서 드리겠습니다.

[인터뷰]
고맙습니다.

[앵커]
풍선을 드린 이유가 있습니다. 그냥 예뻐서 드린 게 아니고요, 요즘에 좋은 쪽으로는 아닌데 화제가 되는 풍선이 있습니다.

[인터뷰]
아, 해피벌룬 이야기하시는 거군요?

[앵커]
맞습니다, 해피벌룬. 이게 환각 효과 때문에 종종 파티에서도 사용된다고 하는데, 해피벌룬 안에 들어있는 기체, 가스의 정체가 뭘까요?

[인터뷰]
이건 '아산화질소'라는 건데요. 이산화질소로 발음하기 쉽지만, 아산화질소입니다.

[앵커]
아산화질소.

[인터뷰]
질소산화물 중 하나고요, 공기보다 무겁고 물에 녹는 성질이 있고요. 그런데 상쾌하고 달콤한 맛이 나요.

그리고 흡입 시에 몸이 붕 뜨거나 취한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그 느낌을 가지고 파티에 쓰이는 것 같고요.

많이 쓰는 경우에 호흡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요, 기억상실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신경전달체계를 기본적으로 방해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생겨서 많이 마시면 그렇게 될 수 있죠.

[앵커]
그래서 요즘 해피벌룬 근절 캠페인 같은 게 연예인들도 많이 하고, 대한적십자회에서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러면 아산화질소는 원래 어디에 쓰였던 걸까요?

[인터뷰]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거로는 휘핑크림 아시죠? 커피 위에 올라가는 거요.

[앵커]
네, 커피 위에 휘리릭 하고 올라오는 거잖아요?

[인터뷰]
네, 거기에도 들어가고요, 물론 웃음이 날 정도로 들어가진 않겠죠? 그리고 사실 수면 및 진정 효과가 있어서 마취제로 많이 쓰입니다.

[앵커]
아니, 그런데 이렇게 의학적으로도 쓰일 수 있는 아산화질소가 어쩌다가 파티를 할 때 쓰이게 됐을까요?

[인터뷰]
파티용 가스로 바뀐 게 아니라 원래 파티용 가스였습니다. '로버트 사우디'라는 사람이 이 아산화질소를 칭송하면서 이야기하기를 "천국의 공기는 이처럼 경이로울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진정한 환희의 기체다"라고 말할 정도로 각광 받았던 겁니다.

[앵커]
19세기 초에 광란의 파티에서 이 아산화질소를 썼단 말입니까?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처음 발견된 건 18세기였고요. 1799년에는 화학자이자 발명가인 험프리 데이비가 스스로 자신의 몸에 아산화질소를 실험해봅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기절할 때까지 웃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 거예요. 그리고는 이건 이런 효과가 있다며 칭송하기를 "알코올이 주는 모든 이점이 있지만, 결점은 없다"며 웃음 가스로 공개하게 됩니다.

[앵커]
얼마나 많이 사용됐길래 이렇게까지 기록이 남아 있을까요?

[인터뷰]
유흥, 오락이 있는 곳에서는 굉장히 많이 쓰였고요. 이 아산화질소를 많이 담긴 부대를 많이 들고 다니면서 전국에서 시연을 벌였어요. 위에 지금 사진 보이시나요?

[앵커]
예!

[인터뷰]
이게 당시의 '잔소리 심한 아내도 아산화질소로 치료할 수 있다'는 삽화 광고인데, 1820년도의 광고입니다.

[앵커]
재밌기도 하고 뭔가 씁쓸하기도 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네요. 지금 저희가 위험성을 알고 있으니까요.

자, 그러면 질문을 반대로 드려야겠습니다. 파티용으로 쓰였던 아산화질소가 어떻게 마취제로 사용되게 됐을까요?

[인터뷰]
아까 데이비가 소개할 때도 수술할 때 쓰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웃음가스로 더 좋아하니까 그 기능이 묻혔던 건데, 그 당시에 치과의사인 '웰스'라는 분이 있었는데 치과 치료는 또 아픈 거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앵커]
네, 아픈 거 많죠.

[인터뷰]
이분이 웃음가스 파티에 참석했다가 다리에 상처 입은 남자를 발견하게 돼요. 이분이 다리에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데, 웃음가스에 취해서 통증을 전혀 못 느끼는 걸 보게 된 거죠.

[앵커]
거기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거네요?

[인터뷰]
집에 가서 자신의 사랑니에다가 실험해요. "웃음가스를 마시고 이걸 뽑았는데 하나도 안 아프더라, 이건 역사상 큰 발견이다, 그리고 난 전혀 핀으로 찌르는 통증도 느끼지 못했다"고 스스로에 실험하고는 치과 수술에 아산화질소를 사용하게 되고, 이걸 안 손님이 당연히 몰려들게 되겠죠. 안 아픈 치과니까요.

[앵커]
인기가 굉장히 많았을 것 같은데, 기분도 좋아지고 아프지도 않은데 치료는 되는 엄청난 발견입니다. 그럼 치과의사였던 웰즈가 마취제를 발견한 첫 번째 학자였던 건가요?

[인터뷰]
어, 썼지만 공식적으로 그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고요. 왜냐면 웰즈가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공개수술 시연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대실패를 하게 돼요.

[앵커]
아니 어떤 실패입니까?

[인터뷰]
이를 뽑았는데 환자가 아파서 소리를 지르고, 많은 사람 앞에서 한 거니까 공개적으로 야유와 비난이 쏟아진 거죠. 그런데 당시의 실패 원인으로는 환자가 알코올 중독자였던 데다가 굉장히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이라 적정량을 쓰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지만, 어쨌든 대중 앞에서 실패하게 돼서 큰 충격을 받게 돼서 치과의사도 그만두게 돼요.

[앵커]
아, 그 정도로 충격받았습니까…. 그러면 이 아산화질소, 흔히 말하는 웃음가스가 실제로 사용된 것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을까요?

[인터뷰]
웰즈랑 다 연결되어 있는데요, 먼저 '에테르'라는 것을 먼저 썼어요. 화학 시간에도 나오고 했던 기체인데, 웰즈의 제자이자 치과의사인 모턴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 가서 목 뒤에 있는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합니다. 통증 없이 성공하게 되죠. 그래서 "여러분 이건 사기가 아닙니다."라고 공언하게 되고, 이때는 웰즈가 아직 살아있을 때라 모턴의 성공을 보고 굉장히 속상해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 이후로도 연구가 계속해서 이뤄졌겠죠?

[인터뷰]
네, 일단 에테르로 성공을 이루고 웃음가스가 아산화질소를 포함해서 클로로폼 같은 마취제를 만드는 연구가 계속 진행됐고요, 이 셋 중에 클로로폼은 영화에서 사람들을 기절시켜 납치하는 데에 많이 쓰이죠, 손수건 같은 것에 뿌려서요.

[앵커]
입을 가려서 납치하는 그거요.

[인터뷰]
네, 영화에 많이 쓰이는 거로 나오는데, 조금 위험하고요. 에테르는 폭발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역시 아산화질소가 의료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앵커]
아산화질소, 우리가 파티용으로 시작해서 부작용도 봤고요, 그게 의학용으로 어떻게 쓰이는지도 봤는데, 요즘에 파티용으로 국내에서 아산화질소를 사용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당국이 환각 물질로 아예 규정해버렸네요?

[인터뷰]
네, 이게 기체였기 때문에 원래 규정이 없었죠, 그러다가 원래 의약품 외 식품첨가물, 아까 말했던 휘핑크림 정도였다가 이제 흡입을 목적으로 많이 쓰이니까, 환각 물질로 적용했고요. 판매도 금지했고, 흡입 목적으로 판매할 경우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는 범죄가 됐죠.

[앵커]
역사적으로 마취제로도 쓰이고, 환각제로도 쓰여온 아산화질소, 확실히 얼마 전에 우리가 다뤘던 독극물과 같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는 판이해질 것 같은데요.

원종우 대표와 함께하는 '괴짜과학', 오늘은 해피벌룬 안에 들어가는 기체죠, 아산화질소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함부로 흡입해서는 안 된다는 점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더 재밌는 소재로 찾아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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