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새 1,700명 살해한 '니오스 호 미스터리'

하룻밤 새 1,700명 살해한 '니오스 호 미스터리'

2017.04.18. 오후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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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새 1,700명 살해한 '니오스 호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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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지나 새벽이 됐다. 깜박 잃은 정신을 차려 눈을 떠보니 주위의 모두가 누워있다. 모로 누운 몸 사이로 피가 흐른다. 오직 나만 눈 뜬 채 시퍼렇게 산 사람이었다.'

1986년 8월 21일, 1,746명이 갑자기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가축도 3,500마리가 죽었다. 평범한 마을들, 평온했던 간밤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평소처럼 누워 잠든 밤에 무엇이 죽음을 틈탔을까.

참사가 벌어진 마을 근처에는 호수 하나가 있었다. 아프리카 대륙 북부 카메룬에 위치한 니오스 호. 죽음이 덮쳐온 당시 호수는 날숨을 내뿜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최대 1,600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가스가 호수에서 태어나 마을을 덮친 것으로 봤다. 100km 근방까지 50m 두께로 빼곡히 이산화탄소가 들어찼다. 9시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른 이산화탄소 가스는 주변 공기를 차지하고 사람들로부터 산소를 앗아갔다.




(▲ 과거 '니오스 호 미스터리'에 대해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

당시 질식으로 인해 3시간가량 정신을 잃었던 조셉 니콴은 플리머스대 아놀드 테일러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이상한 냄새가 나서 입을 열 수도 없었다. 딸이 이상한 소리로 코를 골기에 딸아이 방에 들어간 순간 혼절했다. 딸은 이미 죽어있었다"고 당시를 서술했다.

니오스 호 참사를 연구해온 학자들은 질소폭탄이 투하된 것과 같은 피해 규모라고 설명했다. 과거 영국 매체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시간대 생태학 교수 조지 클링은 "호수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라고 말했다.

약 30년 전 참사임에도 여전히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다만 과학자들은 호수 아래 화산 가스가 호수에 용해되고(담수분출) 열대지방의 따뜻한 공기 중으로 녹아들었다고 짐작한다. 공기 중으로 두껍게 쌓인 이산화탄소는 산소보다 무겁게 땅을 덮으며 대규모 참사로 이어졌다.
(*담수분출: 호수 깊은 곳으로부터 이산화탄소가 나와 구름을 형성하는 자연재해, limnic eruption)




(▲ 2016년 12월 니오스 호 참사 생존자들이 30년 만에 다시 터전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는 알자지라의 보도)

1984년 모노운 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해 37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호수에서 이산화탄소가 다량 나온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이러한 분출이 왜 일어나는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카메룬 정부와 이스라엘이 비공개적인 폭탄 실험을 진행한 결과라는 음모론도 제기됐다.

같은 참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공학자들은 호수 바닥에 파이프를 박아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인 후 분출량을 조절하는 대안을 내놨다. 또한 니오스 호 밖으로 가스가 나갈 우려를 막기 위해 댐이 설치되기도 했다.

비록 완전한 진상규명이 완료되진 못했지만 과학자들은 30년 전과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호수의 동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천 개의 목숨을 앗아간 호수의 미스터리가 조속히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대비될 수 있길 기도한다.

YTN PLUS 김지윤 모바일PD
(kimjy827@ytnplus.co.kr)
[사진 출처 = 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 게티이미지뱅크]
[영상 출처 = Youtube 'Mikaela Buscher'(상), 'Al Jazeera English'(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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