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만날 지각하는 과학적인 이유

당신이 만날 지각하는 과학적인 이유

2017.04.06. 오후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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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날 지각하는 과학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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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만날 늦는 사람이 있다. 분명 11시에 만나자고 했는데 11시까지 안 나타나서 '어디냐?'고 물어보면 '가고 있다'고 답한다. 하지만 사실 11시에 나가려고 신발을 신고 있다. 왜 어떤 사람들은 늘 지각을 못 면할까?

물론 덜렁대는 성격도 만성적 지각 본능에 크게 한몫 한다. 하지만 심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 외에 어떤 과학적인 이유가 있을지 고심했다.

2016년 미국 워싱턴대 심리학자인 에밀리 월둔과 마크 맥다니엘이 발표한 논문에선 '시간 의존적 미래 계획 기억'(Time-Based Prospective memory, TBPM)이란 개념을 소개했다.

연구에 앞서 연구진들은 피실험자에게 미션 제한시간을 걸었다. 물론 시계를 확인하도록 허락했다. 퍼즐 맞추기 같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 미션에 매료된 동안 과연 피실험자들 중 누가 제한시간을 신경 쓰거나 준수하는지 지켜봤다.

당신이 만날 지각하는 과학적인 이유

(▲ 소셜데이터분석을 통해 '지각'을 검색해봤다. 아무래도 교수님들이 지각을 많이 하는 모양이다.)

이때 시간을 바탕으로 한 미래 계획 기억력이 더 뛰어난 사람이 제한 시간을 잘 안배해 미션에 임하는 성향을 보였다. 미래 계획 기억이란 미래에 수행해야 할 일에 대한 기억으로 식후 약 먹는 것, 친구와의 약속 시각이나 타인의 생일을 기억해내는 것 등을 포함한다.

종합해보면 '5분의 여유'를 따로 떼어 현재에 몰두하기보단 미래 계획을 최우선에 둔 채 24시간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사람일수록 TBPM이 강해 늘 여유롭게 약속장소에 도착한다. 반면 미래의 시간 계획을 잘 까먹거나 꼭 막간을 이용해 사로잡힐 만한 일을 하는 사람은 지각쟁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캠퍼스 뇌과학 전공 수잔 화이트본 교수는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미래 계획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은 미래의 시간까지 더 잘 조율한다"고 설명했다.




(▲ 지각하지 말라고 벌금을 걸면 벌금을 내고 도덕적 죄책감을 덜게 되는 역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한 대책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현상인 코브라 효과를 설명한 EBS 영상)

혹은 애초에 일찍 오기보단 늦게 오려 하는 사람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화이트본 교수는 "프로이트 계열 심리학자들은 자기 파괴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지각한 후 자책하길 반복한다고도 해석한다"고 소개했다.

일찍 도착해 혼자 기다리는 데 대한 불안, 지나치게 긍정적이라 매번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 자신을 제어하는 능력이 부족해 순간적인 감정이나 게으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가설 등 만성적인 지각에 대한 심리학자들의 궁금증은 무한하다.

시간 약속은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비록 연구진들의 온갖 주장이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매번 지각하는 사람들이 미래 계획 기억을 좀 더 신경 쓰거나 혼자 먼저 도착해보는 연습, 절대 10분 안에 도착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참고해봄 직하다.

YTN PLUS 김지윤 모바일PD
(kimjy827@ytnplus.co.kr)
[사진 출처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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