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지진 위치 오락가락한 이유는...

기상청 지진 위치 오락가락한 이유는...

2016.09.23. 오후 3:16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기상청 지진 위치 오락가락한 이유는...
AD
지난 12일,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일주일에 걸쳐서 이 일대에는 400여 차례에 이르는 여진이 발생했습니다. 이 지진들의 데이터를 지도 위에 표시해 보면 지진에 대한 정보를 더 파악할 수 있겠죠. 그래서 YTN 데이터저널리즘 팀은 기상청이 공개한 지진 위치 데이터(규모 2.0 이상)를 지도에 표기해 봤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뭔가 이상했습니다.

기상청 지진 위치 오락가락한 이유는...

위 사진은 기상청이 공개해 놓은 경주 5.8 지진 전후 여진 위치를 경위도 좌표를 바탕으로 지도에 표시한 결과입니다. 기상청이 공개한 경위도는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단위입니다. 파란색 점들이 여진의 위치인데, 마치 바둑판 위의 바둑알처럼 규칙적으로 늘어서 있습니다. 여진이 이런 모습으로 발생할 리 없는데 말이죠. 반올림을 해서 겹치는 지점이 많아지기 때문에 저런 모습이 되는 걸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다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의 도움을 얻어 소수점 넷째자리까지의 자료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의원실에서 소수점 넷째 자리까지의 자료를 요구하자, 기상청에서는 아직 보정 전 자료라는 이유로 바로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받아내기는 했지만요.... ) 더 정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지도는 이렇게 나왔습니다.

기상청 지진 위치 오락가락한 이유는...

이제 좀더 제대로 된 모습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만 가지고 보도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보정 전 수치이기 때문이죠. 다시 하루를 더 기다려서, 보정된 소수 넷째자리까지의 자료를 얻어 표기했습니다. 전후의 차이를 비교해 볼까요.

기상청 지진 위치 오락가락한 이유는...

전체적으로 볼 떄 위치가 아주 많이 차이나는 지점은 안보이지만, 여진 규모가 조정되면서 새로 추가된 지점 (빨간색)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곳에서 보정 전후가 꽤 많이 달라졌습니다. 바로 규모 5.1의 전진과 규모 5.8의 본진 지점입니다.

기상청 지진 위치 오락가락한 이유는...

일단 초기 발표 내용과 비교해서 본진과 여진의 위,아래가 뒤바뀌었습니다. 거리로 따지면 700~800미터씩 이동했습니다. 온라인 상에 올린 소수 둘째 자리까지 보정 후 데이터를 기준으로 표기하면 위치가 또 조금 달라지죠.

기상청 지진 위치 오락가락한 이유는...

기상청과 지질연 지진센터가 파악한 진앙도 조금씩 다릅니다. 또 지진의 규모도 두 기관의 측정값이 조금씩 다릅니다. 지질연은 "모든 관측소에서 측정된 데이터의 평균을 내는 것이 아니라 유의미한 데이터를 추려 분석하고, 기상청과 다른 분석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해석이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진의 진앙도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했다는 언론의 질타에, 기상청은 "일본, 미국, 대만 등에서도 큰 규모의 지진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사후에 진행한다"고 해명했습니다. 기상청의 이런 설명은 분명 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데이터를 좀더 정확하게 보정해 나가는 과정은 항상 있었던 일이고, 일본 기상청도, 미 지질조사국도 지진 데이터를 계속해서 보정해 발표합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 기상청처럼 역대 최고 규모 지진이 발생하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보정 데이터를 발표하지 않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일본 기상청은 발생 당일 최소 5번 이상 지진 규모를 조정해 발표했습니다.

기상청 지진 위치 오락가락한 이유는...

사실 YTN데이터저널리즘 팀은 이번 경주 지진 이전에 지난 7월 울산 해역에서 규모 5.0 지진이 일어났을 때부터 지진 데이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기상청에 자료를 보정해 줄 것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 정도로 정밀한 데이터를 정부나 학계를 제외하고 언론등 대중에 공개할 이유는 없고, 보정한 지진 데이터는 나중에 연감에 실린다"라는 거였습니다. 한마디로 지진 데이터의 정밀한 분석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거죠. 결국 그런 태도가 이번 역대 최고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드러나서 언론에게 난타당하는 상황을 불러오게 된 겁니다.

이런 우여곡절을 통해서 YTN데이터저널리즘 팀은 이번 경주 지진 이후 양산 단층 뿐만 아니라 다른 단층들에서도 독립적인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경주 남쪽 30km 전후 '미확인 단층'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위치 데이터가 정밀하지 않으면 찾아낼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위 사진처럼, 기상청이 처음 공개한 자료만 가지고는 마치 지진이 양산단층의 연상선상에서 일어난 것처럼 지도상에 표시됐지만, 자료 보정 후에는 일직선상에 있지 않다는 점이 확연하게 나타났기 때문이죠. 기상청이 지진 데이터를 더욱 정밀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가 여기서도 드러난 셈입니다.

취재기자 : 김수진
분석 : 권오은
디자인 : 나예진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