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미디어] 과학 저널리즘…'사실 확인'의 중요성

[이슈 & 미디어] 과학 저널리즘…'사실 확인'의 중요성

2015.10.26. 오후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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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는 미디어와 관련된 과학 소식을 살펴보고 언론의 과학보도 내용을 비평해보는 '이슈 앤 미디어' 시간입니다. 공공미디어 연구소 이경락 박사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주제에 대해 말씀해 주실 예정입니까?

[인터뷰]
아마 시청자 여러분들도 '팩트 체크'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텐데요. 우리 말로 '사실 확인'이라고 표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팩트 체크는 미국의 정치 관련 저널리즘에서 유행한 것인데요. 어떤 정치인이 특정한 주장을 할 때,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저널리즘입니다. 예를 들어서 누군가 선거 공약에서 '앞으로 매년 5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어낸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알고 보면 지난 20년간 계속 매년 5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큰 변동이 없는 이상 앞으로도 매년 5만 개 정도의 신규 일자리가 생긴다면, 이러한 주장은 부분적으로는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진실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죠. 게다가 오히려 7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면 그 주장은 거짓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이러한 정치인의 주장이나 데이터들에 대해서 사실을 검증하는 것이 팩트 체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언론에서 어떤 내용을 보도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습니까? '사실 확인'이 얼마나 중요한 건가요?

[인터뷰]
사실 저널리즘에서 진실추구의 원칙은 가장 중요한 목적이고, 그러한 진실은 반드시 사실 확인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언론인이 보도 자료를 그대로 받아서 옮기거나, 촉박한 기사 마감 시간 때문에 충분히 사실 확인을 하지 못하곤 합니다. 이런 경우 오보를 하게 되기도 하는데요. 지난해 고래회충과 관련된 보도는 선충의 종류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오보로 횟집을 운영하시는 분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최근에는 일부 방송 뉴스가 팩트 체크 코너를 따로 방송하던가, '뉴스 사실은'처럼 지면을 통해 뉴스의 틀린 점들을 짚어주기도 합니다.

[앵커]
최근에 인터넷 기사에서 식빵을 냉장 보관해서 곰팡이가 발생하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는 내용을 접했는데요, 이런 과학적인 내용도 팩트 체크의 대상이 될까요?

[인터뷰]
당연히 가능합니다. 오히려 과학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인터넷을 떠돌던 괴담 중에서 어떤 할머니가 오징어를 파는데, 냄새를 맡아보라고 해서 맡았더니 기절을 했다는 식의 납치 괴담이 돌기도 했는데요. 사실 영화에서처럼 숨 몇 번 쉬어서 기절하게 되는 마취제는 없습니다. 게다가 공기가 통하는 곳에서 오징어에 묻은 냄새를 맡고 기절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만약 이런 괴담이 지나치게 심하게 유포된다면 과학 저널리즘은 해당 내용을 전문가나 실험을 통해서 증명함으로써, 일종의 팩트 체크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괴담이 허위사실이라고 안심을 하겠죠. 그러나 식빵 보관과 곰팡이의 발생과 같은 문제 등은 매우 신중한 과학적 설계가 필요해서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식품과 관련해서 진행된 실험 가운데 논란이 된 내용, 또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인터뷰]
이와 관련해서 예전에 논란이 되었던 썩지 않는 햄버거 이야기를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한때 종편 채널과 신문에서 썩지 않는 햄버거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 당시 프로그램에서는 패스트 푸드 햄버거와 수제버거를 대상으로 실험하면서, 패스트 푸드는 상하지 않는데, 이는 보존제 때문이라는 식으로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앞서 한 미국의 블로거가 12년 동안 썩지 않고 보관된 햄버거를 공개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과학의 눈에서 보면 충분히 가능한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즉 세균에 번식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인 수분이 없는 상태라면 충분히 가능한 것인데, 해당 글에서는 마치 방부제 때문인 것처럼 오인하게 했다는 것이죠.

[앵커]
그렇다면 햄버거의 보존 기관과 관련해서 어떤 연구 결과가 발표됐나요?

[인터뷰]
이 문제는 올 4월에 이미 이야기한 바가 있는데요. 한국 식품 위생 안전성 학회의 학술세미나에서 식품공학과 하상도 교수가 햄버거 부패를 검증해 발표했는데요. 실험에 사용된 모든 햄버거가 3주에서 8주 사이에 눈으로 부패를 확인할 수 있었고, 빵에 보존료를 첨가하지 않고도 썩는 시기가 늦었던 햄버거는 빵의 원재료인 밀가루가 신선하고, 베이킹 온도가 높아 초기 균 수 및 일반 세균 오염도가 낮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즉 처음에 안전한 재료를 사용하고 세균이 번식할 환경을 제거해주면 부패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죠.

[앵커]
그렇다면 좀 전에 전해주신 식빵과 관련된 사실 확인은 과학적으로 제대로 진행됐다고 볼 수 있나요?

[인터뷰]
해당 기사를 보면, 취재팀이 개별적으로 일곱 종류의 식빵을 사서 100일가량을 관찰하고 곰팡이가 발생한 모습들을 기사화했는데요. 일단 기본적인 과학절차가 무시됐습니다. 우선 지난 몇 차례에 걸쳐 말씀드린 것처럼 가장 기본적인 과학적 방법으로써 대조군도 제대로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또 최초 식빵 내 세균수 등이 측정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실험 도중에 공기가 통하지 않아 빵이 마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식빵 봉지에 작은 구멍을 뚫었습니다. 문제는 기사의 맥락이 마치 빵에 방부제가 첨가된 것처럼 결론을 내고 있다는 점인데요. 특정 성분이 첨가되었는지, 그리고 그렇다면 그것이 인체에 해로운 것인지 성분의 분석조차 없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사실 검증이라고 하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매우 비과학적인 팩트 체크였습니다.

[앵커]
이렇게 어설프게 사실 확인을 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계속 남아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언론에서 사실 확인을 정확하게 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인터뷰]
지금 시청자 여러분이 '썩지'라는 단어만 검색어에 입력해도 가장 많이 검색되는 것이 '썩지 않는 빵'이라는 말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비과학적이고 자극적인 실험 아닌 실험은 선의의 피해자를 낳기도 하고, 과학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언론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앵커]
해당 분야의 전문가 의견과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검증된 사실을 전하는 것이 과학 저널리즘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까지 공공미디어 연구소 이경락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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