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피플] 9월 이 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 KIST 하헌필 박사

[줌 인 피플] 9월 이 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 KIST 하헌필 박사

2015.09.16. 오후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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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헌필, KIST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박사

[앵커]
자동차나 선박 등에서 연료가 연소될 때 발생하는 대표적인 공기 오염 물질이 바로 '질소산화물'인데요, 그동안 질소산화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300℃ 이상의 고온에서만 작동하는 촉매가 주로 사용됐습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낮은 온도에서도 질소산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습니다. 오늘 '줌 인 피플'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개발을 주도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하헌필 박사, 자리에 나와주셨습니다. 박사님, 안녕하세요?

질소산화물을 저온에서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하셔서 9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의 수상자로 선정되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인터뷰]
이달의 과학자상이 학문적 업적을 중요시하는 상으로 알고 있는데 저의 경우 학문적 업적과 더불어 연구결과의 상용화 과정도 고려하여 주셨기에 수상 결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결과를 내기 위한 KIST 실험실 식구들과 상용화를 위해 도움을 주신 관련 회사 연구팀 및 사업화 팀을 비롯한 모든 분께 심심한 감사를 돌립니다.

[앵커]
박사님께서는 대표적인 공해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처리하는 촉매 연구에 매진하고 계신데요, 구체적으로 ‘질소산화물’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일반적으로 질소산화물은 연료를 태울 때 많이 생성되는데 연소과정 중의 고온 분위기에서는 공기 중에 포함된 질소와 산소가 반응하여 형성하게 됩니다.

이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의 숙주 역할을 하기도 하고 산성비 등의 환경 공해의 원인이 돼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등 인체에 해를 끼치는 대표적인 공기 오염 물질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잘 알려진 이산화황 같은 경우에는 원천적으로 연료에서 황을 제거하면 형성 자체를 억제할 수 있지만, 질소산화물은 선제 대응이 제한적이라서 촉매 등을 이용한 후처리기술이 꼭 필요합니다.

[앵커]
환경오염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다양한 처리 기술이나 정화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친환경적인 촉매를 통해 공해물질을 처리하는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돼왔나요?

[인터뷰]
촉매반응은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도 오염물질을 무해 한 물질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 방법입니다. 그러나 디젤엔진의 배기가스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성능이나 내구성 면에서 촉매개발에 불완전한 부분이 많습니다. 촉매가 저온에서 효율이 충분하지 않거나 촉매가 배기가스에 포함된 특정 성분 때문에 수명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아 수십 년 동안 촉매연구의 난제로 있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박사님께서 개발하신 새로운 촉매 물질에는 어떤 과학적인 원리가 적용됐나요?

[인터뷰]
과거의 촉매개발 방법을 보면 반응에 가장 적합할 촉매 물질을 경험적으로 유추해서 최적의 물질을 도출하는 방법이 주류를 이뤄왔습니다. 그러나 촉매 사용환경이 열악한 조건에서는 고도의 특성이 요구되는데 이 경우에는 촉매개발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불가능하기도 합니다.

저는 촉매 물질을 설계하기 위하여 종래의 경험적인 방법이 아닌 양자 화학적인 계산기법을 기반으로 촉매 원소를 찾아내고 첨단 분석기법을 활용하여 이를 검증하는 식으로 극한조건에서 작동할 수 있는 촉매를 단기간에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배기가스의 질소산화물을 처리하려면 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주로 작동하는 촉매가 필요했지만, 박사님이 개발하신 촉매는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 저온에서도 사용할 수 있기에 더욱 유용할 것 같은데요. 언제쯤 상용화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제가 처음 개발한 250℃ 온도에서 작동하는 촉매는 포항제철 소결로와 같은 곳에서 외국산 촉매를 대체하여 이미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근래에는 촉매에 요구되는 특성이 더욱 까다로워져서 작동온도가 220℃보다 더 낮은 촉매를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촉매 물질을 다시 설계하여 저온효율을 더욱 향상하고 촉매표면을 특수 개질 처리해서 내구성을 향상한 초저온촉매를 개발하여 최근에 기술이전을 완료하였습니다. 이전된 기술은 국내 중소기업에서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제조된 촉매는 올해 내로 대기업의 생산되는 엔진 등에 장착되어 수출제품에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전 세계적으로 선박엔진 등 연소기관의 활용도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배기가스로 인한 문제가 더욱 골칫덩어리로 자리 잡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도 박사님의 연구팀에서 개발한 촉매에 많은 관심을 보일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인터뷰]
국제해사기구에서 내년부터 선박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를 발효하기로 하였는데, KIST 촉매가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저온특성과 내구성은 선박 배기가스 처리에 적합하다고 검증이 된 상태입니다. 선박에서는 엔진효율을 높이기 위해 '터보 챠져'가 적용되는데 터보 챠져를 통과한 배기가스는 온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저온에서 작동할 수 있는 촉매개발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저온 촉매가 개발되지 못하여 세계적으로 엔진 전단에 촉매를 설치하는 방법을 연구했는데, 엔진 후단에 설치하는 촉매는 촉매를 자유롭게 설치 교체할 수 있고 여러 장점이 있어서 해외 선박 엔진 관련 업체나 촉매회사로부터 많은 관심과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
끝으로 촉매 물질 외에 또 환경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나 연구를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나요?

[인터뷰]
KIST에서는 촉매 물질 외에 환경오염물질을 분리하는 기술이나 배출 최소화를 위한 많은 연구팀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분리막 기술이나 녹조 제거 기술 미세먼지처리기술 등을 개발하는 팀들이 있습니다.

미래에는 더욱더 고효율 엔진이 개발될 것입니다. 이 경우 배기가스의 온도는 필연적으로 낮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저는 당분간 미래형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처리하는 촉매연구에 더 매진하고 싶습니다.

이 분야는 수조 원 이상의 기술시장일 뿐 아니라 환경문제 해결에 핵심적인 글로벌 아젠다 이므로 선진국에서 수백억씩의 연구자금으로 전략적 개발을 하고 있는데 KIST에서 축적된 저온 촉매 기술을 좀 더 확장한다면 이 분야에서 충분히 선도 연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저온에서도 공기 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촉매를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의 하헌필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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