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커피 분말로 전력 생산 기술 개발한 과학자, 이재영 교수

폐 커피 분말로 전력 생산 기술 개발한 과학자, 이재영 교수

2015.08.19. 오후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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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의 커피 소비량이 지난해를 기준으로 880만 톤을 넘어섰는데요, 하지만 폐 커피 분말의 활용도는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폐 커피 분말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오늘 '줌 인 피플'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광주과학기술원 환경공학부 이재영 교수, 자리에 나와주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교수님께서는 친환경적인 에너지 개발, 특히 '연료전지' 연구에 매진하고 계신데요, 먼저 교수님의 연구 분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말씀하신 대로 연료전지 연구를 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전기자동차에 사용할 수 있는 리튬-황 배터리 개발과 물을 분해하여 수소에너지를 만드는 연구도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지구 온난화의 원인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를 에탄올과 부탄올과 같은 고부가가치 연료로 만드는 신 전극 촉매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많은 분에게 익숙한 소주, 비타민-C, 커피 등과 같은 물질들을 연료전지에 사용해 보려고 하는 시도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에 폐 커피 분말을 활용해서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셨는데요, 많은 재료 중에 '커피 분말'에 주목하셨던 계기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최근에 커피숍에 가면 "커피 분말(찌꺼기?) 필요하신 분은 가져가세요"라는 문구를 보셨을 것입니다. 대부분 냉장고나 신발의 냄새 제거에 좋다는 생각에 많이들 가져갑니다. 실제 꽤 괜찮은 효과가 있습니다. 저도 시도한 적이 있는데 간혹 화분에 사용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식물에 바로 사용하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많은 양의 폐 커피 분말을 어떻게 이용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제 연구실에서도 커피 타임을 수시로 하는데 매번 꽤 많은 커피 분말을 그냥 버리는 것이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소 연료전지, 석탄 연료전지에 다양한 탄소 원의 사용 가능성을 알게 되었고, 문득 사람이 마실 수 있는 성분이라면 나름 친환경적으로 활용가치가 높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탄소 연료전지의 연료로 사용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폐 커피 분말을 이용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력을 얻을 수 있었나요? 연구 과정도 궁금하네요.

[인터뷰]
폐 커피 분말에는 수분, 탄소성분, 휘발성분 그리고 미량의 미네랄이 들어 있습니다. 우선 자연 건조로 수분을 줄인 상태에서 커피 분말을 진흙과 같은 상태로 만들어 연료전지 반응기에 공급합니다. 탄소성분은 산소이온과 반응하여 최종적으로는 이산화탄소로 전환됩니다. 이때 1개의 탄소가 4개의 전자를 만들어 내게 되는데 이것이 결국 전기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는 일정한 양의 커피 분말이 모두 소비될 때까지 전기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입니다. 앞으로 폐 커피 분말을 연료전지 반응기에 연속적으로 보낼 수 있는 연구가 이루어지게 되면 배터리처럼 충전과정이 없이 전기에너지는 계속해서 사용 가능합니다.

한가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연구 초기에 브랜드 커피숍에서 폐 커피 분말을 가져다가 실험을 했습니다. 그런데 커피마다 다른 탄소 함유량과 성분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연구의 성과가 있을 때 논문에 어떠한 브랜드 이름을 써야 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필리핀에서 온 학생에게 부탁하여 특정 지역의 동일 커피 분말을 공급받아서 커피도 마시고 폐 커피 분말을 연료로 사용해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폐 커피 분말 외에 다른 재료에 이와 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바이오매스로 분류되는 탄소 물질들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는 야자수껍질을 활용하는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고, 국내에서도 많은 농작물의 껍질에 해당하는 물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서 폐 목질과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물질을 탄소연료전지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어떤 연구 주제에 주목하고 계신가요?

[인터뷰]
앞서 잠시 언급한대로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물질을 연료로 사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비타민-C 연료전지와 알코올 연료전지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인체 친화적인 연료전지를 만드는 것이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데 있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최근 의학기술이 발전하고 건강한 삶을 추구하면서 인체 내 삽입형 의료기기가 활발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기기를 보다 오랫동안 구동하기 위하여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 사용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흐름에 저는 비타민-C 연료전지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인체에 부작용이 거의 없고, 기기구동에 충분한 전력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인체 친화적이지는 않지만 온 국민이 즐겨 마시는 소주는 미량의 첨가물을 제외하면 매우 순수한 에탄올입니다. 연료전지의 연료로서 충분히 가능성이 크고, 향후 활용분야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앵커]
끝으로 교수님과 같은 분야의 연구를 희망하는 예비 과학도에게 응원의 한 말씀 전해주시죠.

[인터뷰]
제 아들도 과학자가 꿈입니다만, 과학도는 인류에 대한 배려와 연구에 대한 열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900년 근대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사람이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입니다. 독일에 이분의 이름을 딴 '막스 플랑크 연구소'가 있는데 34명의 노벨상을 배출해서 기초과학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죠. 막스 플랑크는 "학문 탐구는 응용을 이끌어야 한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 과학이 쓰여야 한다고 시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류를 위한 배려죠. 그리고 제 지도교수님인 Gerhard Ertl 교수님과 저는 빈센트 반 고흐가 남긴 어떤 말을 참 좋아하는데, 그 말은 "위대한 일은 순간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작은 일들이 함께 연속해서 어우러질 때 이루어진다"라는 것입니다.

열정을 다하여 끊임없이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성과가 따라올 것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인체 친화적인 연료전지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광주과학기술원 환경공학부 이재영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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