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 논란 나아갈 방향은?

'잊혀질 권리' 논란 나아갈 방향은?

2015.05.26. 오후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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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보셨듯 '잊혀질 권리'가 인터넷 시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국내에서도 법제화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데 찬반 논란이 팽팽한 상황입니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자세한 내용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원 박경신 교수 전화로 연결돼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잊혀질 권리'에 대한 법제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잊혀질 권리'가 왜 보장돼야 하고 또 왜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인터뷰]
잊혀질 권리를 법적으로 주장하시는 분들은 과거의 과오에 너무 오랫동안 매여있게 되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이야기하시는 것 같습니다. 반대하시는 분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 과오를 계속 기억할 수 있는 자유, 그 자유는 보호해야 되지 않겠는가 하면서 법제화를 반대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잊혀질 권리'가 얼마나 보장되고 있습니까? 국내와 비교했을 때 적용 범위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한데요.

[인터뷰]
그 부분은 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요. 해외에서 유럽 사법 재판소 판결 같은 경우, 어떤 내용을 인터넷에서 지우라는 것은 아니었고요. 어떤 내용이 있으면 그 내용이 그 사람 이름을 검색어로 넣었을 때 나오는 검색 결과에서는 배제하라는 매우 한정된 판결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 되었든, 한 사람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싶은 정보가 있으면 그 정보에 대해서는 자신의 인명 검색에서 배제함으로 해서 결국 자기에게 불리한 정보의 유통은, 특히 인터넷을 통한 유통의 속도를 낮추게 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에 관심을 가진, 또 인터넷을 통한 소통의 자유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잊혀질 권리'가 법제화되지 않았지만 정보통신망 법에 '임시 조치'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임시 조치' 제도는 무엇이고, 잊혀질 권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바로 그것 때문에 사실은 잊혀질 권리를 새롭게 법제화하는 것에 저도 개인적으로 반대하는데요. 외국에서 지금 잊혀질 권리를 유럽 사법 재판소 방식으로 법제화하자는 것은 우선 공적인 내용은 전부 배제되고요. 즉 공적인 내용에 대해서 잊혀졌으면 좋겠다는 요청은 전부 다 배제되고,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서 유통되는 정보, 그리고 잊혀질 권리를 신청한 사람의 사적인 내용으로만 한정하고, 그리고 매우 오랫동안 논의가 되지 않았던 정보, 유럽 사법 재판소 같은 경우는 12년 전의 자기 주택을 경매 잡혔던 사실이었는데요. 그런 식으로 한정 지어서, 특히 정보 자체를 지우는 것이 아니고 그런 정보들은 인명 검색에서 배제함으로 해서 속도를 늦추는 정도였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그보다 훨씬 더 소통의 자유나 알 권리를 제약하는 법이 이미 있습니다. 바로 정통망 법의 임시 조치 제도인데요. 임시 조치 제도 역시 어떤 취지의 법이냐면, 저는 꼭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인터넷은 매우 위험한 공간이기 때문에 정보를 올리면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 빨리 전파돼서 너무 오랫동안 남아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인터넷에 올라가는 정보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만 하면 최대 30일까지 반드시 내려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유럽 사법 재판소는 인명 검색에서 검색 결과를 배제함으로써 개인 정보의 유통 속도를 늦췄다면, 우리나라의 정통망 법은 우선 30일 정도까지는 삭제하는 방식으로 정보 유통의 속도를 낮추겠다는 거죠. 문제는 그런 요청이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필요도 없고 명예 훼손일 필요도 없고 누군가 권리를 주장만 하면 포털들은 반드시 정보 자체를 30일까지 될 수 있는 기간 동안 차단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잊혀질 권리 제도는 우리나라에는 이미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1인 미디어라든가 타인의 SNS에 나와 관련된 정보가 게시된 경우 삭제하고 싶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합니까?

[인터뷰]
지금 정통망 법 상의 임시 조치 제도를 그대로 이용하시면 됩니다. 문제는 해외에 서버를 둔 SNS,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경우에는 한국 정통망 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 SNS의 경우에는 한국 정통망 법에 따라서 임시 조치 제도 신청을 하면 최대 30일까지 우선으로 차단을 할 수 있습니다만, 그 이후에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법에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지 제시해주신다면요?

[인터뷰]
잊혀질 권리가 처음 논의가 된 것이 예를 들어서 과거에는 이혼한 여성에 대한 편견이 많이 있었죠. 그리고 또 전과자에 대한 편견이 많이 있었습니다. 또는 과거에 낙인이 찍힐만한 직업을 가졌던 사람들이 개과천선을 했을 때, 그 사람들에게 너그러워질 필요, 사회적 필요와 같은 것들 때문에 잊혀질 권리가 나왔거든요. 그래서 잊혀질 권리를 새로이 법제화한다면 사람의 프라이버시,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 그런 사실들이 더 알려지지 않도록 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프라이버시를 중심으로 해서 잊혀질 권리 법제화가 논의되어야지, 그런 기준 없이 그냥 본인이 잊혀지고 싶으면 그것에 대해서 유통 속도를 제한한다거나 일시적으로 차단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논의가 정리되면 인터넷을 통한 사회나 경제의 발전과 같은 것들에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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