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항공 '승객 학대' 사건의 전모

유나이티드항공 '승객 학대' 사건의 전모

2017.04.12. 오후 12:57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정상적으로 항공권을 사서 비행기를 탔는데 갑자기 내리라고 해서 거부를 했더니 무지막지한 폭력으로 강제로 끌어내린 사건.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 어제 보도해드렸죠.

문제의 유나이티드 항공사가 공식 사과를 했다고 하는데요, 현지 특파원을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LA 김기봉 특파원!

유나이티드 항공사 CEO의 사과, 어떤 말을 했나요?

[기자]
유나이티드 항공의 최고경영자인 오스카 무노즈는 오늘 비로소 사과다운 사과를 했습니다.

직원에게 보낸 글에서 "강제로 끌어 내려진 승객에게 깊이 사과한다. 어떤 승객도 이런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바로 잡기를 바란다"라고 적었습니다.

이와 함께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검토한 뒤 이달 말까지 결과를 내놓겠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이제는 좀 이해가 되는 사과문 같은데요,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이 CEO의 글이 더 큰 분노를 일으키는 면도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사건 초기, 본격적으로 사건이 알려지기 전 무노즈 회장이 내놓은 글은 사실상 사과라기보다는 자사의 행위를 두둔하는 데 더 방점을 둔 것이었습니다.

고객을 또 수용한 것, 즉 오버부킹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는 단어가 한 번 나오긴 하지만 전체 내용의 뉘앙스는 정 반대에 가까웠습니다.

승무원들은 규정을 잘 따랐다. 앞으로도 더 과감하게 행동하기를 바란다고 말해 마치 폭력 행위를 잘했다고 칭찬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글이었습니다.

[앵커]
파장이 커지자 미 백악관도 유나이티드 항공에 대해 한마디 했다면서요?

[기자]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오늘 정례브리핑에서 이 문제를 '불행한 사건'이라며, 항공사의 일 처리 과정이 명백히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잠깐 들어보실까요?

[숀 스파이서 / 美 백악관 대변인 : 승객이 팔걸이에 부딪쳐 얼굴에 피를 흘리면서 비행기 바닥에 질질 끌려 나가는 모습을 보면, 아무리 남의 이야기라고 해도 의자에 편히 앉아서 '좀 더 잘 해줄 수 없나' 이렇게 쉽게 말만 하고 있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이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습니다.

이 사건은 잠재적으로 법적인 문제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입장을 드러내는 건 편견을 유발할 수 있다며 답을 유보했습니다.

[앵커]
김 특파원! 사건을 아무리 되돌아봐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데, 이번 사건이 일반적인 정원초과 예약, '오버부킹'과는 많이 다르죠?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 사건이 '오버부킹'으로 빚어진 일이냐, 아니냐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일반적인 오버부킹과는 양상이 많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다른 항공사들도 예약만 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실제 정원보다 많은 예약을 받는 오버부킹을 하지만, 대부분 티켓팅을 할 때 좌석을 배정하는 과정에서 정리가 된다는 겁니다.

비행기에 타서 이륙을 기다리는 승객을 임의로 찍어서 내리게 하는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항공 관계자의 이야기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건이 '오버부킹'이 아니라면 어떤 겁니까?

[기자]
일단 확실한 건 유나이티드 항공이 자사 승무원 4명을 일반 승객 좌석에 태우기 위해 기존 승객 4명을 내리라고 한 건 밝혀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 승무원들이 탈 것을 미리 알고도 표를 모두 일반인에게 팔았다면 이것도 일종의 오버부킹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항공사 사정으로 갑자기 자사 승무원들이 타야 할 상황이 생겼고, 이런 필요에 따라 일반 승객들을 강제로 내리게 했다면 이건 훨씬 더 무거운 사안이 될 것입니다.

이런 것을 의식해서인지 유나이티드 항공사도 오버부킹이라는 쪽으로 해명을 하는 모습인데, 정황으로 볼 때 오버부킹 보다는 자사의 필요에 따른 조치일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앵커]
피해 당사자는 나이도 많은 의사인데, 당초 알려진 것처럼 화교가 아니라, 베트남계 출신 인사라면서요?

[기자]
비명을 지르며 저항하다 질질 끌려나간 남성, 흘러내린 안경 너머로 보인 얼굴이 동양계였고요.

얼마 뒤 외신에서 중국계 화교라고 보도가 나왔습니다만, 화교가 아니라 베트남계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외신들도 이 사람의 신상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를 하는데요.

69살의 데이비드 다오라는 이름의 내과 의사입니다.

다오 씨는 켄터키 주 주도인 루이빌 근교 엘리자베스타운에서 소아과 의사인 부인 테레사 다오씨와 함께 병원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피해자의 출신 국가가 베트남으로 밝혀지기 전에 중국에서는 유나이티드 항공에 대한 반발이 대단했죠?

[기자]
어제부터 피해 남성이 중국계 화교라는 소식이 중국에서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유나이티드항공 강제 승객 퇴거'라는 해시태그가 퍼지면서 순식간에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됐습니다.

관련 소식은 하루도 채 안 돼 1억 회를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는데요.

"내가 중국인이기 때문에 내려야 할 사람으로 선정됐다"는 피해자의 말을 리트윗하며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유나이티드 항공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며 항공사 회원 카드를 가위로 자르는 사진을 올리거나, 유나이티드 항공 앱을 삭제하는 사진을 싣기도 했습니다.

[앵커]
피해 탑승객 데이비드 다오 씨와 그 가족들이 받은 피해가 매우 클 것 같은데 앞으로 처리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이번 사건이 '오버부킹'이든, 갑자기 자사 승무원을 태우기 위해서든 명백히 항공사 측의 잘못입니다.

승객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물건처럼 끌고 나가고, 그 과정에서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이번 건은 결코 쉽게 넘어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법적인 대응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고요, 유나이티드 항공사는 손해배상과 함께 형사상의 책임을 물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불미스런 행위로 악명이 꽤 높습니다.

2013년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착륙 사고를 일으킨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을 조롱하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고, 2015년엔 캔 음료수를 요구하는 무슬림 여성에게 음료수 캔이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논리로 제공을 거부해 비난을 사기도 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LA 김기봉 특파원이었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