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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환의 안보이야기-6] ‘독재자의 딜레마’를 자초하는 김정은 정권
    [김주환의 안보이야기-6] ‘독재자의 딜레마’를 자초하는 김정은 정권
    지동지서(指東指西·동쪽을 가리켰다가 또 서쪽을 가리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갈팡질팡한다는 의미입니다. 요즘 북한의 대외정책이 딱 이 모양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후 특히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화풀이를 주로 중국에 퍼붓고 있습니다.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던 종업원 13명이 탈출한 뒤 한국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통일부의 발표가 있었던 것은 지난 2016년 4월 8일(금)이었습니다. 다음날인 9일, 북한 처지를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에 동조한 인방(隣邦·이웃 나라)에 대한 냉정한 평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의 변절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면서 ‘변절’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북한의 중국에 대한 분풀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4월 11일 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일성 주석이) 항일전의 나날 중국혁명을 피로써 도와 주시였고...(중략) 해방 후에는 중국의 동북해방전쟁 승리를 위하여 조선(북한) 인민의 우수한 아들·딸들을 중국 동북지역으로 파견하였고 신발과 폭약 등 물자들을 생산하여 보내주는 등 가능한 모든 지원을 다 주었다”고 썼습니다. ‘중국을 도왔다’는 북한 관영 매체의 주장은 대북제재 이후 중국의 태도에 대한 섭섭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적지 않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언급한 역사적 사실은 맞는 말입니다. 국공내전이 한창이던 1946년 여름 국민당 군대가 장춘 선양을 점령하자 중국공산당이 점령하고 있던 남만과 북만 지역을 잇는 만주지방의 주요 교통로가 끊기자 북한은 중국의 많은 병력과 물자가 북한 지역을 통과해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이후 국민당 군대가 1946년 하반기에 남만을 정복해 오자 중공군은 안둥·퉁화에서 철수하면서 18,000여 명에 달하는 부상병·군인가족·후방근무 인원을 북한 영내로 철수시켰던 사실이 있습니다.

    물론 중국도 북한을 도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전쟁입니다. 당시 중국 공산당은 국민당과의 30년 내전에서 승리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당시 저우언라이 총리는 유엔에 “중국은 이웃 나라 조선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우려하며, 조선반도 문제에 개입할 것”이라고 통보합니다. 그해 10월 25일 펑더화이가 이끄는 인민해방지원군 13병단 본대가 압록강을 건너게 됩니다.

    “한국전쟁의 가장 어려운 시기에 북중 양국은 구체적인 전쟁 목표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지만, 쌍방이 기대하는 전쟁의 효과는 완벽히 일치했다. 그것은 바로 ‘유엔군 세력에 무릎을 꿇지 않고 승리해 전 세계에 동방의 두 나라가 존재한다는 것을 엄연한 사실로써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당시 중국과 북한은 모두 유엔이 인정하지 않아 ‘비합법적으로 존재하는 국가’였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가장 중요한 일치점이 있었기에 중국과 북한은 전쟁에 대한 공통의 기반을 가질 수 있었다.” (출처: 왕수쩡, 『한국전쟁: 한국전쟁에 대해 중국이 말하지 않은 것들』, 2013)

    이렇듯, 중국과 북한은 한국전쟁에서 피를 나눈 혈맹관계인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북중 관계를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고 하죠. 이 표현은 1961년 7월 11일 체결한 조중우호협력조약(中朝友好合作互助条约)에 그대로 적시됐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복선이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고 부릅니다. 당시 북한이 중국을 대신해 서방에 역사적인 설욕전을 펼쳤다고 보는 거죠. 즉, 인민의용군의 파병은 미국의 위협 하에 중국의 생존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겁니다. 중국이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높게 본다는 겁니다. 중국은 북한이 중국의 핵심이익 지역인 베이징을 보호하는 만주와 보하이만(渤海灣)을 지켜주는 ‘참호’로 여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동북아에서의 미군 주둔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을 지켜줄 뿐만 아니라 북한 정권의 생명을 연장해주는 셈입니다. 역설인 셈이죠.

    이렇듯, 북한이라는 완충지대는 중국에 있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체제의 붕괴를 바라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책임대국을 강조하는 중국으로서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점도 견지해야 합니다. 다소 딜레마적인 상황인 거죠. 이를 북한이 역이용하는 측면이 적지 않습니다. 북한의 시각에서 볼 때, ‘북한체제 붕괴 방지=북한체제의 안정’이라는 등식이 성립합니다. 이는 북한이 중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라는 ‘약자의 우위’를 가능하게 합니다. 즉, 북한이 ‘위협하는 약자’로써 중국에 순응하지 않고 오히려 중국에 영향력을 행사는 결과를 초래하곤 합니다. 중국의 권고를 듣지 않은 채 핵실험 등 잇단 군사도발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거겠죠.

    이런 마당에 북한이 중국에 대해 ‘변절’이라고 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들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써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규범조차 지키지 않고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중국은 북한에 중국식 사회주의 노선을 따르라고 권고합니다. 북한 지도층도 중국식 개혁·개방을 하면 인민들이 좀 더 배불리 먹고 살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 북한 당국의 고민이 있죠. 살아남기 위해 개방을 해야 하지만, 개방의 과정은 북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 정권은 외부세계로부터의 정보유입을 감내하면서 개혁과 개방을 추진할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독재자의 딜레마’(Dictator’s Dilemma)라고 하죠.

    정치선임데스크 김주환 [kim21@ytn.co.kr]

    [김주환의 안보이야기-6] ‘독재자의 딜레마’를 자초하는 김정은 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