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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환의 안보이야기-3] 무력정치(armed politics)를 아십니까?
    [김주환의 안보이야기-3] 무력정치(armed politics)를 아십니까?
    다에시(IS를 지칭하는 아랍어 약자), 보코하람, 알 누스라, 탈레반... , 이들 단체의 공통점은 뭘까? 피상적으로는 ‘살라피 지하디즘’(salafi Jihadism)을 추종하는 극력 테러단체라는 점이다. 테러단체이지만 이들은 칼리프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치세력화 하겠다는 의미다.

    지금의 국경 개념으로 볼 때 이들 무장세력이 준동하는 지역의 국가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한 내전이다. 그런데 내전을 종결하는 방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하츠엘(Caroline A. Hartzell)과 호디( Matthew Hoddie) 교수는 『평화의 기술』 (Crafting Peace: Power-Sharing Institutions and the Negotiated Settlement of Civil Wars, 2007』에서 한 국가의 내전 종식은 다음 4가지 중 하나를 통해 종식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첫째, 어느 일방의 타방에 대한 군사적으로 승리하는 방식이 있다. 둘째, 분쟁 당사자들이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는 방식(negotiated settlement)으로 주로 제3자가 중재 역할을 한다. 셋째, 폭력적 분쟁의 종식을 위한 수단으로 협상에 의한 휴전(negotiated settlement)이 있다. 넷째, 주요 분쟁 당사자가운데 제3의 분쟁 당사자가 협상 또는 제3자에 의한 평화조치를 통한 적대행위 중단(a cessation of hositilities)이 있다.

    최근의 시리아 평화협상이라든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을 평화협상 당사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미국의 종용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과거 PLO를 평화협상의 한 파트너로 인정한 것도 위의 2번째에 해당하는 경우다. 지구 반대편, 중남미 대륙 콜롬비아를 잠시 들여다보자. 50여 년간 콜롬비아 내전의 한 축이었던 무장세력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 지난 2016년 2월 정부와 평화협상을 벌인 후, 국내정치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콜롬비아는 지난 1964년 FARC가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하고 무장봉기함으로써 내전이 발발했고, 50여 년 동안 22만여 명이 희생되고 600여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들 무장세력을 해당 국가의 정치의 한 축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극악무도한 방식으로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켰음에도 해당 국가내에서 그들을 제압할 파워가 없는 경우(이런 국가를 실패국가(failed state)라고 한다.) 이들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역사적으로 허다했다.

    중국의 유명한 역사학자 이중톈(易中天)의 말을 빌어보자. 그는 자신의 저서 『제국을 말하다, 2008』에서 “권력사회는 원래 무력 사회에 근원을 두고 있으며, 권력집단 역시 무력집단에서 생겨나기 마련이다. 설사 '평화로운 수단'을 통해 천하를 얻은 이들일지라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어 위(魏)나라의 조조 부자나, 진(晉)나라의 의 사마씨 가문, 송(宋)나라의 조광윤 형제 역시 막강한 무장 역량이 배경에 존재했으며, 군벌이 아닌 경우가 없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윌리엄 맥캔트(William McCants)도 “여러 나라가 만행을 거쳐 수립됐다”면서 서방이 테러단체 취급한 이란 무장조직 헤즈볼라가 합법적인 정치세력으로 탈바꿈한 사례를 꼽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바로 무력정치(armed politics)인 셈이다. 무력을 행사하는 반군 단체나 반정부 집단이 극단적인 행동을 과도하게 행사함으로써 주변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정치세력화 과정을 겪는 것으로 보면 타당할 것이다.

    IS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유럽의 심장부에서 무자비한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그런데 IS가 잔인한 테러를 일삼고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강요하고 있기는 하지만 부패하고 무능한 이라크·시리아 정부 하의 삶보다는 상대적으로 낫다는 주민들의 평가가 나온다는 점이다. IS가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강요하고 있지만 오랜 내전과 혼란에 지친 수니파 주민 중에는 IS 통치 하에서 어느 정도 질서가 잡히고 있다는 미 뉴욕타임스(2015년 7월 21일자) 보도는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저항만 포기하면 IS 밑에서 자유를 만끽하지는 못해도 큰 탈 없이 살 수 있다는 이른바 ‘야만의 논리’가 존속한다는 사실이다.

    이 야만의 논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010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불어닥친 ‘아랍의 봄’(Arab uprisings)이후 국가의 통치 권위가 급격히 약화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이들 국가는 독재 정권이 무너진 후 정파·종파간 대립이 이어진데다 이를 통제할 중앙 정부의 힘이 미약해 테러 위협에 더 쉽게 노출됐다. 부진한 경제 성장과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은 혁명후에도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남아있었고, 알카에다와 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은 이러한 가난한 청년들을 포섭하기 시작했다.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으로 소득 불평등 문제를 세계적으로 공론화했던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는 중동발 테러의 원인은 “경제적 불평등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집트와 이란, 그리고 시리아, 이라크를 거쳐 아라비아 반도를 보면 몇몇 석유 왕국들이 중동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60~70%를 차지한다. 이 석유 왕국들의 인구는 중동 전체의 10% 남짓에 불과하다. 중동은 지구에서 가장 불평등한 지역이 됐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석유 왕국 내에서도 소수의 사람들이 부를 독점한다. 여성과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많은 계층은 반노예 상태에 머물러 있다”면서 “이 정권들을 군사적·정치적으로 지지해주는 것은 바로 서방 국가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즉, 이슬람 테러의 근본 원인은 바로 경제적 불평등이며, 중동 지역의 극단적 불평등이 지속되는 이유는 바로 서방의 독재정권에 대한 지원 때문이라는 것이다. 독일 슈피겔(DER SPIEGEL)의 클라우스 브링크보이머(Klaus Brinkbäumer)도 “이집트와 같은 독재국가, 이라크 시리아 등의 실패국가에서 경제가 붕괴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무기력과 분노에 빠진 젊은이들이 테러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힘없는 (아랍) 젊은이들이 (서방 및 아랍의) 힘센 자들을 타격함으로써 일종의 보상 심리를 갖게 된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시장과 민주주의의 확산이 세계 평화와 번영에 필수적이라는 현대적 교의(敎義)에 가장 극적인 반론을 펼친 책으로 호평을 받았던 책 『불타는 세계: World on Fire』의 저자인 에이미 추아(Amy L. Chua) 역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소수집단(market-dominant minorities)에 의한 시장지배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에서는 시장과 민주주의는 소수의 특권계층이나 소수집단의 특권과 이익에 복무한다. 시장들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소수집단들의 손아귀에 부, 그것도 아주 거대한 부를 집중시키고 있다. 반면에 민주주의는 경제력을 상실한 가난한 다수집단들의 정치적 세력을 증가시킨다. 이런 상황하에서 자유시장과 민주주의가 소수민족에 의해 시장이 지배되고 있는 사회에 의식될 때, 거의 언제나 백래시(backlash) 현상이 발생한다. 이 백래시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형태들 중 하나를 취한다. 첫째 형태는 시장에 대한 백래시로, 시장점유 소수집단의 부를 표적으로 삼는다. 둘째는 시장점유 소수집단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백래시이다. 셋째 형태는 시장점유 소수집단 그 자체에 반대하는 폭력, 때로는 대량학살”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로 빈번해지기 시작한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는 엄청난 재원을 쏟아 붓고 있다.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 테러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32,685명으로 2013년에 비해 80%나 급증했고, 15년 전에 비해 10배나 증가했다. 국제 비영리 싱크탱크 경제평화연구소(IEP)가 산출한 글로벌 테러 인덱스(GLOBAL TERRORISM INDEX)에 따르면 2014년 전 세계 테러로 인한 비용은 529억달러((약 61조 8240억원)로 불가리아의 연간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다. 이 액수는 전년(2013년) 대비 61%, 2000년 이후 10배가 늘어난 것이다. 테러 활동의 범주에는 국가에 의해 자행되는 정치폭력과 국경 분쟁도 포함이 된다. 지난 25년 동안 발생한 테러의 92%가 국가가 은밀히 지원하는 정치폭력이 차지하고 있고, 이 가운데 88%는 어김없이 무장폭력이다. 테러는 가난한 나라는 물론 부자 나라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김주환의 안보이야기-3] 무력정치(armed politics)를 아십니까?

    파리테러나 브뤼셀테러 등 유럽의 한 복판을 공격한 테러 모두 도심 지역이라는 점이다. 도시에서 자행되는 테러 활동을 ‘MCUTA’(Mass Casualty Urban Terrorist Assault)라고 부른다. MCUTA는 한 두 명의 테러범들이 자살폭탄 방식 등의 방식으로 특정한 지역을 공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MCUTA는 다음의 3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첫째, 일종의 팀으로 이루어진 테러범들이 특정한 기회를 엿본 다음 테러를 감행한다는 점이다. 2016년 1월 16일 자카르타 도심 테러가 이런 유형에 해당한다. 이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비즈니스 구역을 노렸다. 둘째, 잘 무장된 그룹이 철저한 준비를 한 뒤 잇단 기습 공격을 감행하는 형태를 말한다. 알 샤바브(al-Shabaab)의 나이로비 웨스트게이트 몰 테러 사건(2013년 9월 21일), 파리 샤를르 엡도 테러(2015년 1월), 런던 테러(2007년) 등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셋째, 가장 정교한 테러 유형으로 한 팀에 2~5명 씩, 여러 팀이 동시에 다중 ‘소프트 타깃’을 공격하는 방식이다. 뭄바이 테러(2008년), 파리 테러(2015년 11월), 브뤼셀 테러(2016년 3월)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런 비극을 끝낼 해법은 없을까? 도덕심리학자인 미 뉴욕대의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 교수의 말로 설명하자.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과 상대가 옳다고 여기는 것은 왜 다를까? “상대방을 악마화하지 않고 서로의 ‘바른 마음’(The Righteous Mind)을 이해한다면 독선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실제 그런 사례가 있었다. 지난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이스라엘 정부가 서로 존재를 인정하고 분쟁 종식을 논의한 평화협정) 과정에서의 언론의 보도 행태를 담은 『Media and the Path to Peace, 2004』의 저자인 이스라엘 헤브루대학의 가디 월프스펠트(Ga야 Wolfsfeld)는 언론이 “부정적인 내용만 부각시킬수록 세상은 더 험악해지고, (언론이) 좋은 면만 부각시킬수록 세상은 더 밝아진다. 세상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오슬로 평화 협정이 성공한 것도 당시 노르웨이 등 북유럽 언론들의 공정하고, 미담을 위주로 한 보도 덕분에 평화협정 체결이 가능했다는 설명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기자라 그런지 이 말이 가슴에 꼭 와 닿는다.

    정치선임데스크 김주환 [kim21@ytn.co.kr]

    [김주환의 안보이야기-3] 무력정치(armed politics)를 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