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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의 안보이야기] 브뤼셀 테러 – 벨기에 식민정책의 업보
[김주환의 안보이야기] 브뤼셀 테러 – 벨기에 식민정책의 업보
Posted : 2016-03-25 16:59
벨기에 브뤼셀 자벤템 국제공항에서 내리면 ‘유럽의 심장 벨기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글귀가 방문객들을 맞는다. 벨기에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3대 국가의 가운데에 위치해 지리적으로도 '유럽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유럽의 심장이 테러를 당했다. 지난 2016년 3월 22일 오후 4시쯤(한국 시각)이다. 2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지난 2015년 11월 파리 테러나 올해 3월의 브뤼셀 테러를 자행한 테러범 모두가 브뤼셀에서 가까운 몰렌베이크(Molenbeek) 출신이라는 점이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가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테러 사건은) 항상 몰렌베이크와 연계되어 있다. 우리는 지난 시절의 부주의에 대한 값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샤를 총리가 첫 번째 말한 몰렌베이크는 벨기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이민자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데, 인근 지역과의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강력 범죄가 늘어나면서 그곳에는 현지인들조차 접근을 꺼리는 슬럼처럼 변했고, 실업률은 30%가 넘는다는 것이 외신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두 번째 언급한 지난 시절의 부주의는 바로 벨기에의 식민정책의 부작용과도 관련이 될 수 있다. 지난 1885년부터 1962년까지 벨기에는 다른 유럽의 식민지 국가들처럼 아프리카에 식민지를 갖고 있었다. 이를 ‘벨기에 식민제국’(Empire colonial belge)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벨기에령 콩고(지금의 콩고민주공화국), 르완다, 부룬디, 중국 톈진 시에 세웠던 조계(租界) 등이 이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중요한 점은 제국주의가 극에 달했던 19세기 벨기에는 이들 식민지를 당시 국왕 레오폴 2세(Leopold II : 1835년 ~ 1909년)의 사유지로 간주했다는 점이다. 그는 아프리카 콩고에서 고무 채취를 위해 주민들을 노예화하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신체를 절단하고 매질을 가하는 등 천만 명 이상을 학살해 ‘콩고의 학살자’라 불렸다. 벨기에는 또 철저한 인종차별정책을 추구했는데, 부와 직업에 따라 차등을 매기는 일종의 카스트제도를 도입했다. 신분증에 종족명을 명기하면서까지 부유하고 엘리트층인 소수 투치(Tutsis)족과 그렇지 않은 다수 후투(Hutus)족을 차별했다. 식민통치 기간 이러한 차별이 지난 1990년대 중반 인류사에 또 하나의 인간 만행으로 기록된 ‘르완다 비극’으로 이어졌다. 르완다 비극은 1994년 4월부터 7월까지 3개월 동안 8백만 명에 달하는 르완다 인구가운데 다수 종족인 후투족이 소수 종족인 투치족 백만여 명을 학살한 사건을 말한다.

프랑스 역시 지금의 서아프리카(Francophone Africa)를 중심으로 식민정책을 구사했지만 철저한 동화정책(Politique d'assimilation)을 펼쳐나갔다. 그것이 지금도 프랑스 이민자가 프랑스 사회에 동화돼 살아갈 것을 요구하는 쪽으로 정책의 일관성을 펼쳐나가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에 사는 이민 2, 3세대들은 완벽한 프랑스 시민이라는 뜻이다. 물론 프랑스의 정책은 이렇지만 실제 내막은 이민자 2~3대 젊은이들 상당수가 삶의 목표를 잃고 마약이나 범죄, 이슬람주의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벨기에의 경우 철저히 차별정책을 펼쳐왔고, 벨기에로 이주한 이주민 역시 이러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거론된 몰렌베이크와 함께 벨기에 동부의 베르비에(Verviers) 역시 테러 세포 조직의 온상지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지난 2014년 기준 벨기에 평균 실업률은 약 8%다. 그런데 몰렌베이크와 베르비에의 경우 실업률이 30% 안팎에 이른다. 게다가 국제 앰네스티조차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슬람 이민자들이 취업을 거부당하고 있다며 벨기에 정부에 시정을 권고한 적도 있다. 그런데도 벨기에 정부의 정책은 정반대이다. 2009년 벨기에 북부 도시 앤트워프는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착용을 금지했고, 2011년에는 이것을 벨기에 전역으로 확대하는 입법을 단행하는 등 이슬람 문화 배척이 제도화되었다. 19세기 자신들의 조상이 펼쳤던 차별정책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다. 샤를 총리의 발언 배경이기도 하다.

정치 선임데스크 김주환 [kim21@ytn.co.kr]

▶ 김주환 기자는 한국외대를 졸업한 뒤, 유엔캄보디아과도행정기구(UNTAC)에서 활동했다. 인하대에서 미중관계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YTN 정치·안보 전문기자를 맡고 있다. 한국국방정책학회와 국제정치학회 이사를 각각 맡고 있다. 육군본부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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