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 열병식 자리 배치로 본 동북아 정치학

[뉴스통] 열병식 자리 배치로 본 동북아 정치학

2015.09.03. 오후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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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의 하이라이트 열병식을 관람했습니다.

열병식이 포함된 중국 전승 행사에 우리 정상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이번 열병식 참가 전부터 과연 박근혜 대통령이 어디에 앉을 것이냐를 두고 이런저런 예측이 많았습니다.

자리배치는 국가의 위상과 대우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기도 하는데요.

초청국 정상의 자리배치는 외교 관례상 재임 기간과 연령, 국가 위상 등을 감안해 주최국 정상 좌우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이번 중국 전승절 행사는 국가 정상급 지도자만 30명, 정부 고위급 대표 19명, 국제기구 대표 10명, 외국 전직 정부요인 6명 등 어느 때보다 많은 60여 명의 VIP 인사들이 성루에 올라 열병식을 참관했는데요.

자, 그럼 박근혜 대통령 오늘 열병식에선 어디에 자리를 했을까요?

박 대통령은 오늘 열병식에서 시진핑 주석의 오른쪽 두 번째에 자리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의 오른쪽에 있고요.

박근혜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옆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시진핑 주석의 왼편에는 장쩌민과 후진타오 전 주석을 비롯해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들이 자리를 했습니다.

펑리위안 여사는 천안문 성루에는 오르지 않았습니다.

박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의 바로 좌측 옆에 자리할 것이다 라는 예상이 많았는데요.

하지만 예상과는 박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 오른쪽 두 번째에 자리한 것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요.

중국의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감안한 것인 동시에 한중 양국이 '지나치게 친하다' 는 우려가 미국이나 일본에서 나올 여지를 차단하려는 우리 측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특히 한국이 지금 미국과 일본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부담스럽게 쳐다보기 때문에. 그리고 성루에 올랐을 때 조금 박근혜 대통령보다 두 번째로 대우를 받았던 푸틴 대통령을 시진핑 주석 바로 옆자리에 앉힘으로써 러시아도 존중해 주고 방금 장 학장님께서는 말씀해 주신 대로 한국이 시진핑 주석 바로 옆에서 표정관리라든가 그런 모습이 부담스러울까 봐요. 이런 모습을 보면 한중 사이에 아주 세심한 배려가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 사진은 열병식에 기념식에 참석한 정상들과 기념사진 촬영을 한 것인데요.

시진핑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가운데 서고, 박 대통령은 펑리위안 여사 왼쪽에 자리해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어서 시진핑 주석의 안내로 텐안문 성루 홀로 이동하는 모습인데요.

이때는 펑리위안 여사가 빠지고, 시 주석 바로 오른쪽에 박 대통령이 나란히 걸으며 환담하기도 했죠.

행사 내내 박 대통령은 항상 푸틴 대통령과 함께 시진핑 주석 근거리에 있었는데요.

중국에선 행사 주관자의 왼쪽을 더 상석으로 친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제 관례상으로는 행사 주관자 오른쪽을 더 윗자리로 여기고 있어서 순서로 의전 서열을 단정적으로 언급하기에는 물론 복잡한 측면이 있긴 합니다만 기존 중·러 밀월 관계를 계속 강화하는 동시에 한·미·일 3각 동맹 체제에서 한국을 좀 더 중국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중국의 정치·외교적 의도가 담겨있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광일, 동양대 국방기술대학장]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은 이번 행사에 참석하면서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부분이 열병식을 참석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가지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민을 했는데요. 특히 이렇게 만약에 참석을 한다고 하면 참석을 했을 때 중국군 열병 장면을 박수를 치기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외면하기도 곤란하고 적절하게 표정관리를 해야 하는데, 시진핑 바로 옆에서 그와 같은 표정을 짓기보다는 하나를 건너서 오히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옆에서 자연스럽게 열병식을 참관하는 그런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중국 측에서 일부러 배려를 한 것은 아니겠습니다마는 자연스럽고 모양이 보기 좋았고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열병식에 참석한 북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어디 있을까요?

최룡해 비서는 열병식에 참석한 VIP 가운데 가장 말석에 위치했습니다.

두 번째 줄에 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시진핑 주석의 오른쪽 맨 끝에 자리해 열병식을 지켜봤는데요.

열병식을 관람한 톈안먼 성루는 1954년 10월 북한 김일성 주석이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의 왼쪽에서 서서 함께 중국 건국 5주년 기념 열병식을 참관했던 장소이기도 하죠?

그런 의미에서 북한 대표로 참석한 최룡해 당비서가 톈안먼 성루 오른쪽 끝 편에 자리해 열병식을 관람한 것을 보면 달라진 한·중, 북중 관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알 수 있기도 합니다.

[장광일, 동양대 국방기술대학장]
"아마 중국측에서 그래도 어느 정도 쉽게 얘기해서 맹방으로써의 대우를 하지 않았느냐 생각이 됩니다. 사실상 최룡해가 30명의 국가원수도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중국측으로서는 귀빈 대우를 나름대로 하려고 하는, 애쓰는 그런 모습은 역시 북중관계도 우리 한국과의 관계 못지 않게. 어떻게 보면 여태까지는 북중관계가 우선이었고 그다음에 한국관계가 어떤 의미에서는 부수적인 요원이었지만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그런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북한에 대한 중국의 배려, 이런 것들은 무시할 수 없는 그런 관계라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서열과 의전을 중시하는 중국, 이번 열병식 자리배치를 통해 중국이 생각하는 국제 관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척도가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이번 전승절 행사를 통해 달라진 한중관계의 위상과 동시에 향후 새롭게 재편될 동북아 외교 정세의 변화를 확실히 보여주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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