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한류 정서, 노골적 반한 감정 표출로

반한류 정서, 노골적 반한 감정 표출로

2011.08.22. 오전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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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일본에서는 지난 7일에 이어 어제 또 후지TV 앞에서 대규모 반한류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시위대 속에는 우익 성향의 사람들도 군데 군데 끼어들어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반한 감정을 표출했습니다.

한 민영 방송사의 한국 드라마 편향편성에 대한 단순한 항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도쿄의 박철원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박철원 특파원!

지난 7일에 이어 어제도 반한류 시위가 있었다고 하죠?

[리포트]

트위터 등을 통해 공지한 대로 어제 오후 12시를 넘기면서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 시위대는 1시 반쯤에는 수가 2천여 명으로 급격히 늘었습니다.

이들은 후지TV 주변을 돌면서 한국 드라마의 과도한 편성을 문제 삼으며 더 이상 한국 드라마를 보고 싶지 않다고 외쳤습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더 이상 한류는 그만"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혐한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행렬에 참가하지 않은 이들은 박수를 치며 시위대를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후지TV는 한국 드라마를 주당 40시간 정도 낮시간대에 집중 편성해 방송해 오고 있습니다.

[질문]

시위의 내용이 단순히 편향편성에 항의하는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답변]

처음에는 후지TV가 한국 드라마를 과도하게 편성하고 있다는 것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위대 곳곳에 우익 성향의 시위대가 의도적으로 끼어들어 시위 성격을 혐한 내지는 반한으로 끌고 가려는 움직임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일장기를 앞세우고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를 부르고, 또 간혹 '천황 만세'를 외치는 등 마치 우익 단체의 집회를 연상시킬 정도였습니다.

심지어는 들고 나온 일장기에 독도는 일본이라는 글씨를 새기고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들도 눈에 띄기도 했습니다.

[질문]

이번 반한류 시위가 일어나게 된 이유가 특별히 있습니까?

[답변]

반한류 분위기를 조장하는 데는 일본 배우 다카오카 소스케의 입김이 작용했습니다.

영화 '박치기'에서 재일교포 역을 맡아 잘 알려진 인물이지만 자신의 트위터에 "후지TV는 한국TV라고 생각한다"는 등의 글을 올려 사실상 시위를 부추겼습니다.

게다가 후지TV를 '한류편중'이라고 비판한 것 때문에 소속사에서 해고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반한류 정서가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달 초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자민당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강행이 좌절되면서 한류에 대한 거부감 표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일본 내에서 이 같은 시위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답변]

물론 시위대가 수천 명이 모였다는 점에서는 간과할 수 없지만 사실상 효과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미미합니다.

일본의 민방은 철저한 상업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면 편성조차 어렵습니다.

그만큼 한국 드라마를 낮 시간에 편성해도 광고를 유치할 정도의 시청률이 나오기 때문에 편성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구매 단가를 뽑고도 남는 이른바 남는 장사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7일에도 시위대들은 후지TV 시청 거부와 광고주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펼치겠다며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후지TV의 시청률은 오히려 이전에 비해 1% 정도 오르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질문]

우리 못지 않게 일본 내에서도 이 같은 반한류 시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죠?

[답변]

이 같은 반한류 또는 혐한류 분위기는 후지TV뿐 아니라 상업주의에 기반을 두는 모든 지상파 TV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 일본의 지식인 사이에서도 반한류 시위에 대해 '유치한 국수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일본 뇌과학의 선구자 모기 겐이치로 박사도 "유치한 자국문화주의는 어리석을 뿐 아니라 일본을 더욱더 약체로 만들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스시로 알려진 초밥 문화의 세계화에 성공을 거둔 바 있는 일본입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단순한 거부감을 넘어 반한 분위기로까지 몰고 가는 이 같은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 일본에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갈지 의문시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YTN 박철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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