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법정 통역인의 삶

어느 법정 통역인의 삶

2007.01.18. 오전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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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10년 넘도록 재일 한국인들을 법정 통역을 해온 홍경실 씨가 지난주 지병으로 숨을 거뒀습니다.

열정적이고 세심한 업무처리로 동포들 법적 이익을 도와온 고 홍경실씨의 별세 소식에 동포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도쿄에서 박은미 리포터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0년 넘게 재판정에서 한국인들을 위해 통역일을 도맡아 온 재일동포 홍경실씨가 지난 10일 50세를 일기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홍 씨는 지난 1996년부터 법정 통역관 일을 시작했습니다.

주로 불법 체류나 형사사건에 임하는 한국인 관련 공판과 변호사 접견 통역, 법정 제출서류의 번역 등을 맡아왔습니다.

[인터뷰:오다가와 코우, 전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한국인 관련 사건 법정에 나서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뼈를 깎듯 일을 해 자신의 목숨을 갉아먹은 셈이 됐습니다.정말 유감입니다."

1977년부터 NHK 라디오에서 한국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 홍 씨는 우연히 많은 한국인들이 언어 장벽으로법정에서 불이익을 당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복잡한 법률 서류를 유난히도 빠른 솜씨로 처리해 온 그가 담당해낸 사건은 한 달 평균 50~60건!

특히 홍씨는 일본어에 서툴고 법률 지식이 전무한 한국 국적 형사 피고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른바 '눈높이 통역'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고인은 평소 자신의 통역 하나가 한 사람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다며 업무에 심혈을 기울여 왔습니다.

[인터뷰:미즈가미 기요시, 남편
"재판관이나 변호사처럼 교육 수준이 높지 않은 경우의 사람들을 위한 눈높이 통역을 하려고 늘 신경을 썼습니다."

3년전 암을 선고받고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도 통역일을 놓지 않았던 그였기에 주변 사람들은 더욱 고인의 사망을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끊없이 엄습해오는 고통을 이겨내면서 법정 통역관의 길을 오롯히 걸어 온 고 홍경실 씨!

일본내 동포들은 그의 뜨거운 동포애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도쿄에서 YTN 인터내셔널 박은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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