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살자" 가난한 아빠를 살린 중학생 딸의 한마디

"아빠, 살자" 가난한 아빠를 살린 중학생 딸의 한마디

2017.11.06. 오후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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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살자" 가난한 아빠를 살린 중학생 딸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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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현이가 생리대로 사용하는 분홍 손수건

중학교 1학년인 소현이는 지난해 아빠의 사업 실패로 부모님이 이혼한 뒤 아빠,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 이혼 후 쫓기듯 넓은 아파트에서 반지하로 이사했다.

그 무렵 소현이는 처음으로 생리를 시작했다. 하지만 13살 소현이에겐 용돈은커녕 생리대 살 돈이 없었다. 처음엔 보건소에서 지원을 받아보기도 했지만, 소현이네는 매번 자신의 가난을 증명하는 일이 버거웠다.

이 소녀는 집에 있던 '분홍 손수건'을 접어 생리대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생리 때면 매일 새벽에 일어나 손수건을 빤 뒤 학교에 간다. 피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손수건인지라 생리가 샐까 봐 팬티를 두 겹 입을 때도 있다.

"아빠, 살자" 가난한 아빠를 살린 중학생 딸의 한마디

▲ 아빠 손을 꼭 잡은 소현이

지난해 이른바 '깔창 생리대' 파동 이후 정부는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 생리대 지원을 위해 예산 30억 원을 편성했다. 보건소로 생리대를 가지러 가야 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대리 수령, 택배 수령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소현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여전히 많은 게 현실이었다. 예산 집행률이 62%에 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8월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이후 그마저도 지원이 중단됐다.

YTN은 소현이와 같이 생리대 문제로 고민하는 저소득층 소녀들의 생리대 지원을 위한 스토리펀딩을 진행 중이다. 펀딩에 참여한 후원자에게는 유기농 생리대와 월경 팬티, 보조배터리, 텀블러를 리워드로 증정한다.

"아빠, 살자" 가난한 아빠를 살린 중학생 딸의 한마디

지난해 3월. 아빠는 3번째 산행을 했다. 이번에도 죽기 위한 산행이었다.

"돈도 잃고 사랑하는 아내도 떠났고...마지막까지 왔을 때는 죽음 밖에 안 보입디다"

아빠는 산 중턱에 올라 소주 다섯 병을 마셨다.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새벽 2시, 아빠는 마지막으로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딸은 전화를 받았다.

"소현아. 아빠가 없더라도 주위 도움은 받을 수 있어.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하고, 또 착하게 살아야 해. 알았지?"

눈치 빠른 딸은 갑자기 울면서 대답했다.

"아빠, 살자"

'열한 살. 딸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아빠, 살자" 가난한 아빠를 살린 중학생 딸의 한마디

아빠는 갑작스러운 딸의 대답에 왈칵하며 눈물을 쏟았고, 건조했던 가슴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딸은 울면서 말을 이었다.

"아빠. 죽지 마. 함께 살자. 응? 아빠 능력 있잖아. 능력 있으니까...우리 조금만 더 고생해서 살자. 응?"

아빠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전화기를 부여잡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울었다. 아빠는 눈물을 닦았다.

"고맙다. 소현아. 못난 아빠가 정신 차릴게. 그러니까 소현이도 울지 마. 알겠지?"

아빠는 다짐했다. '그래. 모든 것을 내려놓는 심정으로 새 삶을 살자'

'살자'는 딸의 한 마디가, 그렇게 아빠를 살려냈다.

"아빠, 살자" 가난한 아빠를 살린 중학생 딸의 한마디

산에서 내려오는 길. 밤하늘의 별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술을 좋아했던 아빠는 그날 이후 술을 끊었다. 새로운 변화였다. 그리고 3달이 흘러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딸이 '첫 생리'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월세 15만 원 내기도 빠듯했던 살림에, 아빠는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보건소로 달려갔다. 그런 다음 생리용품을 청구하기 위해 개인 신상이며 신청이유, 그리고 사용용도 등을 적고 서명을 했다.

생리용품을 기다리는 동안 아빠는 딸에게 생리대 하나 사줄 수 없게 된 자신의 처지가, 어쩐지 초라하고 또 한심하게 보였다.

"아빠, 살자" 가난한 아빠를 살린 중학생 딸의 한마디

아빠는 건네받은 생리대를 새까만 봉투에 숨기듯 집어넣고 집으로 향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소현이 아빠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잃고 나니 겸손해집디다. 하지만 딸의 생리대를 얻기 위해 보건소를 갔다 오는 길은, 못난 애비를 더 못나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아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서정호 모바일프로젝트팀장(hoseo@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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