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무직을 알바로" 롯데호텔의 꼼수

단독 "사무직을 알바로" 롯데호텔의 꼼수

2017.09.19. 오전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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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기업의 갑질 문화를 고발하는 시간.

오늘은 롯데 호텔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사무직 직원들을 아르바이트 대체 인력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보도합니다.

호텔 측은 일반 직원들의 현장 경험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호텔 대표이사가 직접 비용 절감과 직원들의 대체 근무 장려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꼼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김영수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서울 소공동 롯데 호텔의 고급 뷔페식당입니다.

식당 직원이 빈 그릇을 치우고 손님 요청에 사진을 찍어주기도 합니다.

조금은 어색한 듯 쭈뼛대는 남성은 정식 식당직원이 아닌 롯데 호텔 본사 IT 담당 직원입니다.

[A 씨 / 롯데 호텔 직원 : 저는 본사 직원인데 잠깐 하루만 이렇게 지원 나와 있는 거예요.]

올해 초 부임한 롯데호텔 김정환 대표이사는 지난달부터 사무직 직원들에게 현장 업무를 시키는 이른바 '스텝 업' 제도 시행을 지시했습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차례 이상 회계와 인사, 구매팀 직원들도 호텔 식당이나 로비에서 일하도록 한 겁니다.

과장 이하 모든 직원에게 의무화한 이 제도의 명분은 현장 경험을 늘리자는 것.

하지만 내부 직원들은 호텔 측이 아르바이트생들의 비용을 아끼기 위해 사실상 직원들에게 잡일을 강요한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B 씨 / 롯데 호텔 직원 : 단순히 접시만 치우고 남은 음식 처리하는 것만 했거든요. 제도 취지 설명했던 것하고는 다른 형태였습니다.]

실제 YTN이 확보한 롯데호텔의 내부 회의록을 보면 김 대표는 아르바이트와 용역 사용을 줄이고, 현장이 바쁠 때는 지원 인력이 도와주라고 강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최저임금과 인건비 상승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말로 사실상 비용 절감을 우회적으로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담당 부서는 스텝 업 제도로 인건비 400만 원이 절감됐다는 보고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C 씨 / 롯데호텔 직원 : 아르바이트비 한 달에 400~500만 원 아끼려고 전 직원을 돌아가면서 그렇게 하고 있더라고요.]

대표이사 한 마디에 식당 빈 그릇을 치우거나 손님 짐을 드는 일에 투입된 사무직 직원은 모두 140여 명.

부랴부랴 제도를 도입한 탓에 심지어 직원 70여 명은 음식점 종사자에게 필수인 보건증도 없이 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B 씨 / 롯데 호텔 직원 : 8월 중순부터 투입되기 시작했는데 9월 4일쯤에 보건증을 발급받으라고 공지가 내려왔거든요.]

이에 대해 롯데 호텔 측은 우수 간부를 육성하기 위해 제도를 시행했지만, 일부 불합리한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롯데 호텔은 직무 능력을 높이려고 좋은 제도를 시행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내부 직원들의 반발과 인건비 아끼기 꼼수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YTN 김영수[yskim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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