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극단적 생각까지" 240번 버스기사의 고백

"마녀사냥...극단적 생각까지" 240번 버스기사의 고백

2017.09.16. 오전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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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240번 버스 논란.

그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버스 기사가 처음으로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마녀사냥'이 내게도 닥칠지 몰랐다. 자살까지 생각했다."

버스 기사 김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옥 같았다. 악몽 같았다"는 말을 되풀이했는데요.

그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왔나 봅니다.

지난 11일 오후 7시쯤.

"아이만 내렸다"고 엄마가 울부짖는데도 버스를 출발시켰고, 또 아이 엄마에거 욕설을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거센 비난이 들끓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가 버스 내부 CCTV를 확인한 결과, 김 씨의 위법행위나 욕설 등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죠.

또 처음 글을 올렸던 네티즌도 기존 글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하는 데 이르렀습니다.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김 씨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껏 당해보지 못한 마녀사냥식 비난에 지금껏 밥 한 끼 먹지 못하고 잠도 못 자며 가족과 함께 정말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극단적 생각까지 했다며 큰 충격으로 가끔 손발도 마비돼 병원에서 정신과 상담까지 권유받았다고 토로했습니다.

사건 발생 다음 날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240번 버스 기사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아버지는 25년 동안 승객과의 마찰 등 민원을 한 번도 받지 않은 분이다"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이 글은 진짜 자신의 딸이 쓴 것이 맞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딸이 울면서 글을 작성했고, 고통스러워하던 딸들은 서울시 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나서야 비로소 웃음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김 씨는 사내 친절상 4차례, 무사고 포상도 무려 2차례 수상하는 등 우수 사원이었습니다.

지난해 정년으로 퇴직했지만 회사 측의 부탁으로 1년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큰 고통에 휴직까지 생각했던 김 씨는 다음 주부터 다시 운전대를 잡기로 했습니다.

"나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김 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유포되면서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는데요.

김 씨의 이 고백이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무분별한 여론재판에 경종을 울리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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