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녀는 왜 8살 어린이를 숨지게 했나?

10대 소녀는 왜 8살 어린이를 숨지게 했나?

2017.07.17. 오후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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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경 /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앵커]
지난 3월 인천에서 일어난 초등생 살인사건. 오늘 공범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있습니다. 사건에 관련된 10대 소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주범인 김 양의 심리평가를 했던 우석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김태경 교수 모시고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공범 박 양에 대한 재판이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2시부터 재판이 시작돼서 내용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는데 공범 친구가 오늘 증인으로 출석을 해서요. 100% 역할극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증언을 했다고 합니다. 이 역할극이라는 게 뭘 말하는 건지, 그리고 일상생활과 구분을 못 했다는 것인지, 어떻게 봐야 되나요?

[인터뷰]
지금 이 사건에서는 역할극을 했지만 현실 검증 능력은 있는 상태에서 역할극을 하는 거고요. 그러니까 시뮬레이션 하듯이 실제로 역할을 나누어서 예를 들면 어디에서 수해 복구를 한다고 하면 수해 복구하는 장면에 대해서 서로 시나리오 없이 역할극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 같고요.

이 사건에서는 박 양이, 김 양이 살인을 저지르고 있을 때 그것이 역할극인줄 알았느냐, 아니면 실제 사건인 줄 알고도 그러한 양상을 보였느냐인데 박 양의 경우에는 지금 역할극인 줄로 알았다는 것이지 역할극과 현실을 혼동했다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건 명백히 구분되어야 돼서요. 두루 혼동했다면 현실 검증력이 쟁점이 될 수 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앵커]
둘이 또 계약연애를 했다는 게 재판에서 밝혀졌습니다. 두 10대 소녀들의 계약연애. 이건 어떤 심리로 봐야 할까요?

[인터뷰]
친밀감을 공고하게 하기 위해서 종종 결혼이나, 정략결혼을 하듯이 그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의형제를 맺어서 혈서를 쓰는 것처럼 그런 맥락일 수 있습니다. 청소년 간에는 계약연애나 이런 것을 생각보다 많이 하고요.

진짜 동성애적인 경향성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동성애를 하는 역할연기처럼 하는 경우도 있고요. 놀이처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그 과정에서 김 양과 박 양이 감정적으로 서로 주종 관계라든가 뭔가 영향을 주고받는, 그런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인터뷰]
계약연애를 만약에 했다면 여성과 남성의 역할을 분명히 구분을 했을 것이고 전통적인 성 역할을 상대방에게 부여했다면 남성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조금 더 주도적이고 여성의 역할을 한 사람이 종, 조금 따라가는, 추종하는 그런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오늘 박 양의 재판이 열렸습니다. 열리고 있는데 증인으로 채택됐던 김 양이 나오지 않았거든요.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요?

[인터뷰]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추정하건대 지금 김 양의 경우에는 심신미약이 인정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서 형량이 굉장히 많이 달라지고요. 아스퍼거를 포함한 정실질환이 있느냐 여부보다 지금 현재 쟁점은 그로 인해서 사건 당시에 심신미약상태에 이르렀었느냐가 쟁점이거든요.

그런데 김 양이 지금 재판 과정에서 보여주는 모든 행동들이 김 양의 사건 당시 심신미약 여부를 판단하는 증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다른 사람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 또한 김 양의 심신미약 여부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워할 수도 있고요. 또 다른 전략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지금도 관심이 모아지는 게 박 양의 심리는 어떤가, 이 부분도 있거든요. 아까 계약연애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 왔습니다마는 박 양이 뭔가 조종을 하거나 지시를 한 게 아니냐. 이게 김 양 쪽의 주장이기도 하고요. 이런 부분에 비춰볼 때 박 양의 심리상태, 사건 당시의 심리 상태 어땠다고 분석을 해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지금 밝혀진 바만으로 말씀드리기는 조금 부담이 있지만 무언가 통제하고 조종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성향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다만 김 양의 주장에 따르면 그런 양상을 추정할 수 있지만 김 양이 만약에 사이코패스적인 경향이 많다면 단순히 누군가 조종하려고 하고 명령한다고 해서 그것에 따를 가능성은 적습니다. 모종의 다른 계약이 있거나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앵커]
그리고 지금 검찰이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 단서 중 하나가 바로 트위터에서 주고받은 내용들 아니겠습니까? 이 내용들을 교수님이 보실 때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지금 공개되어 있는 일부 자료만 본 상태이기 때문에 명료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는데 둘 간에 사용하는, 김 양은 박 양에게 반말을 쓰고 박 양은 김 양에게 존댓말을 쓴다거나 보면 집에서 초등학교가 보인다, 그러니까 박 양이 그 중 하나는 죽겠네라고 답장을 쓴 것과 관련해서 김 양이 아이들이 불쌍하냐라고 물었잖아요.

이것도 어떻게 보면 박 양의 허락을 구하는 것처럼 보여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박 양을 떠본다거나 그런 맥락에서 볼 수도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봐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지금 일부 자료만 가지고 얘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어떻다라고 딱 단정 지을 수는 없겠는데. 그런 정황 중 하나를 가지고 또 얘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 양 같은 경우에는 박 양이 자신의 또 다른 인격, J라고 표현을 했네요. 또 다른 인격을 깨워서 범행을 저지르게 했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어요. 이건 무슨 말로 이해를 해야 될까요?

[인터뷰]
김 양의 경우에는 본인이 A와 J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고 그런 상태임을 박 양이 알고 각각의 성격에게 지시를 내린다는 맥락에서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 이건 다중인격장애라고 우리가 흔히 알려져 있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거든요, 공식명칭은. 거기에서는 본인이 다른 인격을 가지고 있는 것을 깨닫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평생 동안 본인이 다중인격장애인 것을 모르고 살 수도 있고요. 타인이 양쪽 성격 측면을 다 알기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박 양이 김 양의 어떤 면을 보고 다중인격장애임을 인식했는지, 좀 의문스럽기도 하고요. 추정컨대, 지금 자료만으로 보기에 추정컨대 해리성 정체 장애도 일종의 놀이처럼, 역할극처럼 그렇게 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실제로 교수님께서 김 양과 마주하셨을 때 이야기를 나눠봤을 때 어떻게 느끼셨나요?

[인터뷰]
제가 한 4시간가량, 정확하지는 않지만 면담을 했고 심리검사를 진행했는데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고 느낄 수 있는 징후는 없었습니다.

물론 이건 몇 시간 관찰해서 알 수 없는 건 아니긴 하지만 또한 사건에 대해서 굉장히 본인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에도 두려움이고 공포 반응이 별로 없었습니다.

본인이 해리 상태에서 일어났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면 굉장히 공포스러워할 법한데 그런 공포 반응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앵커]
어떤 반응이 있었나요?

[인터뷰]
그냥 담담하게 이야기했고요. 시신에 대해서 이렇게 사건 생각이 촉발됐을 때는 생각했던 것보다 징그러웠다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렇다면 생각을 해 봤다는 이야기이고 생각한 이후에 저질렀다는, 이건 해리성 정체감 장애하고도 맞지 않습니다.

[앵커]
실제로 구치소에서도 본인의 행위에 대한 당혹감이나 반성, 후회 이런 것은 찾아보기가 힘들었고 본인이 그냥 구속돼서 힘들다, 이런 얘기를 했다고 들었거든요. 그만큼 본인의 죄책감이 없다고 봐야 되는 걸까요?

[인터뷰]
그러니까 제가 사이코패스의 한 경향이 있다고 봤던 되게 중요한 포인트가 그 지점인데요. 타인의 고통이나 괴로움에 대해서는 굉장히 냉담하고 담담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이 사건으로 인해서 구속이 되었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내 행복을 전부 차압당했다고 표현한다거나 본인이 금방 살인을 저지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밖에 벚꽃이 제철인데 벚꽃을 볼 수 없었다는 것, 구속이 되어서 굉장히 허송세월을 앞으로 오랫동안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걱정하고 염려하고 눈물 짓고, 이런 양샹을 보였습니다.

[앵커]
그러면 관련해서 재판정에서도 피해자 어머니가 나와서 증언을 하는 과정에서 피의자, 김 양도 눈물을 흘렸다 이런 기사가 있었는데 이건 어떻게 해석을 해야 될까요?

[인터뷰]
일시적으로 감정이 올라왔을 수도 있고요. 그 역시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는 계산된 제스처였을 수도 있고 양쪽이 다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다만 그런 증인신문이 끝난 뒤에 저를 만났을 때는 굉장히 차분한 모습이었고 본인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올 경우에는 그것에 대해서 반박도 할 수 있었고 이의제기도 할 수 있었고 그것에 대해서 제가 적절하게 설명을 하니 그러면 정신감정을 다시 받아보겠다라고 하는 굉장히 빠른 현실 판단도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교수님 말씀으로는 다중인격보다는 사이코패스에 더 가깝다라고 해석을 해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다중인격의 가능성은 사실은 현재로써는 의심할 만한 여지는 없는 것 같고요. 조현병 주장을 처음에는 했었는데 조현병의 경우에는 심신미약이 인정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습니다.

조현병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요. 조현병 주장을 했었는데 조현병이라면 현실 검증 능력이 없어야 하고 판단 능력도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범행 후 한 열흘 뒤에 저를 만났는데 그때까지는 굉장히 명료한 의식 상태였고 판단능력도 온전했고 현실 검증 능력도 양호했고 고도로 침착하고 저하고 심리적인 밀고 당김도 충분히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조현병이라고 보기는 되게 어려웠고 물론 저를 만나지 않은 다른 시점에서는 조현병 증상을 일부 드러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심신미약에 대해서 고려해야 될 정도의 정신적 혼란상태는 없었고요.

아스퍼거 가능성에 대해서도 계속 제기가 되는데 적어도 저를 만날 때는 제 임상경험상 아스퍼거가 의심될 여지가 있다라고 봤다면 관련된 면담을 조금 더 했을 텐데 전혀 징후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아스퍼거는 발달장애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징후가 있고 그 정도가 미약해서 자폐적인 성향은 있는데 지능은 양호한, 지적장애가 아닌 경우 아스퍼거장애 진단을 내리는데 발달장애이기 때문에 꾸준히 그런 양상을 보이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전혀 관찰될 수 없었고 적어도 제가 그때까지 주어진 정보만으로 보면 비교적 발달 과정에서 사회성이나 이런 면에서는 양호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아스퍼거는 사회적인 능력이 없는 상태인데 이 사람의 경우에는 사회적인 능력이 오히려 되게 뛰어났고 눈치도 굉장히 빠른 사람이었습니다.

이건 심리검사를 통해서도 나온 결과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면서도 자신의 욕구나 이런 거에 의해서 관습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행동하는 경향성이 있었습니다. 이건 아스퍼거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스퍼거 가능성도 배제한 상태였습니다.

[앵커]
그러면 교수님과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아까 심리적인 어떤 밀고 당김도 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예를 들면 자신의 감정을 꾸민다거나 사실을 좀 감추고 싶어 한다거나 이런 느낌도 받은 적이 있으신가요?

[인터뷰]
그런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말을 하다가도 뭔가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 입을 다문다거나 저의 표정을 굉장히 많이 살피고 제가 하는 제스처 하나하나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고요.

그런데 이것도 굉장히 과민한 사람들이 보이는 특성일 수도 있지만 그걸 이용해서 자신의 반응, 리액션을 제단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앵커]
그러면 어쨌든 아스퍼거 증후군을 주장하고 있고 또 다중인격장애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 그렇게 해야만, 정신병으로 인정을 받아야만 본인이 감경되니까 그렇게 연기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인터뷰]
저의 평가결과와 과거력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게 말씀드린 것처럼 장애가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증상의 심각성이나 이런 것을 과장하거나 이럴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합니다.

[앵커]
교수님, 마지막으로 이번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등하굣길에 데리러 나오는 부모님들이 또 많이 늘었다고 하고요. 이런 걸 두고 사회적 공포증이다, 이렇게 부르기도 하더라고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일단 막연하게 불안을 조장하는 식의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고요. 아이들에게 공포감만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안전망 구축에 대해서 오랫동안 얘기가 되어 왔는데 해답은 안전망 구축밖에 없는 것 같고요.

특히 성폭력 예방교육이나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굉장히 많이 시키고 있는데 유괴 예방교육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거든요. 그런데 성폭력의 경우에도 다수는 유괴한 뒤에 성폭행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안전교육, 그러니까 유괴 예방교육, 이런 것들을 철저하게 해야 하고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도 더불어서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면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경우 우리는 굉장히 빨리 잊어버리고 피해자가 운이 없었다라고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이건 피해자의 운 때문은 분명히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런 식의 반응들은 오히려 피해자에게 또 다른 고통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원인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예방교육을 좀 계획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재판 결과는 물론이고 비슷한 사건, 비슷한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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