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알바생'에게 뻥 뚫린 인천항 보세창고 보안

단독 '알바생'에게 뻥 뚫린 인천항 보세창고 보안

2017.06.22. 오전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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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통관 절차가 끝나지 않은 화물을 임시 보관하는 인천항 보세창고에서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업체가 맡긴 가방과 신발을 몰래 빼돌려 파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업체는 피해 금액이 수천만 원에 달한다며 분통을 터드렸지만, 관리 책임 있는 담당 세관은 해당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차정윤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가방으로 차곡차곡 채워진 상자 속 한쪽이 텅 비어있습니다.

신발 상자는 아예 빈 껍데기만 남아있습니다.

중국 공장에서 막 도착한 국내 유명 패션 업체의 신상품 상자인데, 뜯어보니 주문 개수보다 한두 개씩 모자란 채로 배달된 겁니다.

야금야금 물건을 빼돌린 범인은 화물이 거쳐 가는 인천항 보세창고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상품을 빼돌린 뒤 인터넷 중고장터에서 몰래 팔다 덜미가 잡혔습니다.

피해 업체는 최근 2년 동안 이렇게 없어진 제품이 5천만 원어치에 달한다고 말합니다.

[박선영 / 패션업체 상품기획팀 수석부장 : 인터넷을 보니깐 출고되기 전 상품들이 여러 개가 다양하게 중고거래 사이트에 판매되고 있어서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주문을 해서 상품을 받아보고 확인하게 됐어요.]

물건을 빼돌린 해당 보세창고에 찾아가 보니 보안 상태는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매일 수백 개씩 들어오는 화물 상자는 감시는커녕 바깥에 방치돼 있습니다.

보세창고는 세관의 허가를 받아야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출입문은 외부인에 대해 어떠한 통제도 없는 상태입니다.

보세창고 운영 업체 측은 물건이 없어진 줄 몰랐다며, 상자 안에 들어있는 품목 상태나 개수까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고 해명합니다.

[인천항 보세창고 관계자 : 우리가 상자를 못 뜯게 돼 있어요. 자체적으로…. 상자를 분실됐다면 얘기를 하겠는데, 안에 제품에 대해서 상자를 못 뜯게 돼 있는데 정확하게 어떻게 된 건지 모르잖아요.]

이처럼 개인이 운영하는 특허 보세구역에서는 지난 5년간 무단반출 등 위법행위 100여 건이 적발됐고, 천6백억 원이 넘는 탈세액이 발생해 매년 국감에서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관은 개인 창고를 보세 창고로 쓸 수 있도록 허가만 내줄 뿐, 물품 관리는 전적으로 창고 운영자에게 있다며 책임을 돌렸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결과에 따라 해당 보세창고에 대해 화물 반입 금지 등의 행정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천본부세관 관계자 : 조사 진행 중이니깐 결과에 따라 행정 제제 대상이 되는 항목이 나오면 규정 검토해서 (제재를) 검토해 봐야겠죠.]

앞서 지난달 인천공항의 세관 창고에서도 창고 담당 직원이 명품 시계와 담배를 몰래 빼돌리려다 붙잡혀, 세관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YTN 차정윤[jycha@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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