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 유족에게 희망을...

강남역 살인사건, 유족에게 희망을...

2017.05.16. 오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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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유족에게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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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만나셨어요? 그 날 이후로?"

1년 전, 딸이 꿈에도 나타나지 않는다며 울었던 어머니는 한참 동안 잇지 못하다 말했다. 딸이 참혹하게 살해된 그 날 이후에도 꿈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딸의 유골이 있는 추모공원에 찾아가 제발 한 번만 꿈에라도 나타나 얼굴을 보여 달라고 말해도 미래(가명)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그리고 다시 흐느낀다.

지난해 5월 17일 새벽 일어난 강남역 살인사건.
범인은 강남역 근처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범행대상을 기다리다, 앞서 화장실을 이용한 남성 6명을 배제하고, 혼자 들어온 미래 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지방에서 일하다 일주일에 한 번 집에 돌아오는 길, 선배를 만나 오랜만에 저녁 시간을 보내던 미래 씨는 일면식도 없는 범인에게 잔인하게 목숨을 잃었다.

강남역 살인사건, 유족에게 희망을...

강남역 살인사건의 1심 선고는 치료감호를 포함한 징역 30년. 남은 가족은 항소했지만 올해 1월 2심, 그리고 지난 4월 대법원도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모(35) 씨의 상고심에서 치료감호를 포함한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판결이 확정된 대법원 법정에서 어머니는 4장의 편지를 제출했다. 편지에서 어머니는 범인 김 씨에게 물었다. “왜 미래를 죽였냐고, 우리 딸의 마지막 모습, 마지막 말이 무엇이었는지라도 알려달라”고. 그러나 범인은 가족에게 할 말이 없냐는 재판관의 질문에 엷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런 기회가 한 번 더 오더라도 똑같이 할 것”이라며, “나는 병이 있는데 감형을 안 해주는 건 억울하다"라고까지 했다.

강남역 살인사건, 유족에게 희망을...

지난해 5월 17일, 이전까지만 해도 미래 씨 가족은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창문 설치 일을 하는 아버지, 공장에 다니는 어머니, 노동자로 일하는 오빠. 그리고 23살 미래 씨의 가족은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화목했다. 그런데 그 당연한 행복은 그날 이후 산산조각이 났다.

1심 형이 그대로 선고된 2심 재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세 가족은 옆 차선에서 끼어든 차량 때문에 사고까지 당했다. 아버지는 어깨와 무릎을 다쳤고, 오빠도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러느라 아버지와 오빠는 더더욱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미래 씨의 죽음 이후, 검찰과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지급한 긴급 구호금으로 생활해 온 지 1년.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 탓에 하루하루 생활도 버거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아마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나약하게 굴지 말고 이제 일어나 일상생활로 돌아가라고, 언제까지 그렇게 낙담하고 있을 거냐고....“

딸의 죽음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세 가족 모두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정신적으로 너무 쇠약해져 일터를 나가지 못한지 1년이 됐다. 법무부 스마일센터와 지역사회 보건소에서 심리 상담을 받고 있지만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하루에도 몇 번씩 밀려오는 분노와 슬픔에서 헤어 나오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강남역 살인사건, 유족에게 희망을...

계절이 네 번 바뀐 지금도 어머니는 딸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는다. 할 수만 있다면 네 식구 모두 그 시절로 돌아가 가난하지만 서로 아껴주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미래가 집에 오면 같이 주말에 영화도 보고, 시장에 가서 떡볶이도 먹고 미래가 좋아하던 빙수도 같이 먹고 싶다. 그 시절이 너무 그리워서 어머니는 다시 흐느낀다.

"여자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세요. 여성이나 어린이 같은 약자가 마음 놓고 공원도 가고, 화장실도 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세요. 그래서 이런 비극이 다른 가족에게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 주세요. 그래야 미래도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강남역 살인사건, 유족에게 희망을...

현재 미래 씨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은 다세대주택 4층, 방 2개짜리 46㎡의 작은 집. 노후 탓으로 옥상에서는 비가 새고, 집안 곳곳에 곰팡이로 도배가 필요하지만,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를 앞두고 미래씨 가족의 재기를 위해 글로벌 공정플랫폼 지쿱(GCOOP)이 선뜻 후원에 나섰다. 지쿱(GCOOP)은 페이스북 공유 수와 좋아요 수에 따라 미래 씨 가족의 집수리 비용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쉐어앤케어 홈페이지에서 미래 씨 가족의 사연을 공유하면 한 건당 천 원, 공유된 게시물에 친구들이 '좋아요'까지 눌러주면 좋아요 하나당 200원이 후원된다. 아래 링크의 '공유로 기부하기'로 후원에 참여할 수 있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한 번의 공유가 미래 씨 가족의 삶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YTN 홍상희 기자
(san@ytn.co.kr)
[사진 출처 = 유가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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