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학생 월급이 쌈짓돈?...명문대 교수들 수십억 횡령 의혹

[취재N팩트] 학생 월급이 쌈짓돈?...명문대 교수들 수십억 횡령 의혹

2017.04.27. 오후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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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명문대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줘야 할 연구비를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경희대 의대와 치대, 한양대 공대 등 주요 대학교수들이 줄줄이 연루됐는데, 횡령 의혹 금액만 수십억 원에 이릅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신지원 기자!

유명대학 교수들까지 연구비에 손을 대는 게 잘 이해가 안 가는데요.

어떤 교수들인가요?

[기자]
지금까지 확인된 인원만 7명인데 교수가 6명, 교수와 공동연구를 한 박사가 1명입니다.

이 중에는 명문 사립대 교수도 포함됐는데요.

일단 경희대학교에서만 치과대학 김 모 교수와 의과대학 박 모 교수가 각각 3억에서 5억에 이르는 연구비를 횡령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박 교수는 사기 혐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한양대 공대 소속 박 모 교수도 최소 1억여 원의 연구비를 빼돌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요.

이 밖에도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등 지방 소재 국립대학에서도 줄줄이 논란이 불거져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상황입니다.

[앵커]
국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인 만큼 쉽게 빼돌릴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대체 어떤 돈을 빼돌린 건가요?

[기자]
만만한 게 학생들 인건비였습니다.

어떤 과제를 제안하면 이에 따른 연구를 하고 결과를 내야 하는데, 교수 혼자서 이 연구를 다 할 수는 없습니다.

그만큼 참여 연구원으로 과제에 상당 부분 기여하는 학생 몫으로 별도 인건비가 지급되는데요

연구실적은 내야 하니까 연구와 직접 관련된 돈을 빼돌리지는 못하고,

언제 교수 추천을 받을 일이 생길지 모르는 학생 돈을 자기 돈처럼 쓴 겁니다.

매달 학생 계좌에 들어온 돈을 현금으로 찾아 자신에게 반납하도록 하거나,

아예 학생 명의로 된 계좌를 걷어 직접 관리한 교수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계좌를 손에 넣으면 정작 학생들은 알지도 못하는 연구에 참여한 것처럼 꾸며 개별수당을 청구하고 교수들이 중간에서 가로채기도 했습니다.

일부 교수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학생들에게 빼앗았던 통장을 돌려주면서 문제가 없는 것처럼 허위진술을 시켰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학생들의 피 같은 돈을 빼돌린 건데, 대체 어디다 썼나요?

[기자]
대부분의 교수는 학생들의 돈을 자신의 출장비로 쓰거나, 연구실 행사비와 자재비로 충당했습니다.

또 마음에 드는 학생에게만 포상 형식으로 급여를 준 교수도 있었는데요.

교수한테 잘 보인 학생은 그나마 일정 금액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한 번이라도 밉보이면 같은 연구를 하고도 적은 돈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밖에도 학생들 인건비를 어떤 동의 절차도 없이 자기 명의로 기부한 교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사용처가 불투명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앵커]
횡령한 돈은 다 찾았나요?

[기자]
연구비를 지원한 한국연구재단은 지난해 대대적인 조사를 거쳐 7명을 상대로 24억여 원을 환수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액이 환수되지는 않은 상황이고, 언제쯤 전부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합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걱정인데요.

교수들에게 돌려받을 돈은 전부 국고로 환수되기 때문에 수년 간 임금을 빼앗긴 학생들은 여전히 빈손으로 남게 됩니다.

[앵커]
이렇게 연구비를 횡령한 교수들은 앞으로 이런 연구는 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기자]
해당 교수들은 당분간 국가지정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야 합니다, 연구비 횡령을 적발한 한국연구재단 측은 해당 교수들이 앞으로 5년 동안 국가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했습니다.

또 교수들을 모두 형사 고발하는 등 엄정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조치가 이뤄진 건 교수들의 횡령 사실이 구체적으로 입증됐기 때문인데요.

각자 소속 대학교에서는 멀쩡하게 강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학교의 명예를 실추한 일인데도 학교 측은 '검찰 수사 진행을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밝힐 뿐, 징계위원회도 열지 않았습니다.

[앵커]
이 밖에도 최근 연구비를 횡령한 다른 사례들도 잇따르고 있죠?

[기자]
대표적으로 국립 인천대학교 교수 6명이 최근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정부나 기업에서 지원한 연구비 중 제자 인건비로 지정된 4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입니다.

교수 한 명당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도 문제가 됐습니다.

해당 교수는 장학금 용도로 5년 동안 모은 2억 5천여만 원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특히 4년 전에도 학생 인건비를 빼돌려 해임됐다가 복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논란이 됐습니다.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이 관행적으로 행해지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YTN 신지원[jiwons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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