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절권 보장하라!" 경희대, 페미니즘 계단 두고 '갑론을박'

"임신중절권 보장하라!" 경희대, 페미니즘 계단 두고 '갑론을박'

2017.04.19. 오후 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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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절권 보장하라!" 경희대, 페미니즘 계단 두고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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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궁에 일해라절해라(이래라저래라) 하지 마!"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내 청운관 건물 계단에 붙은 문구를 두고 학생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교양수업 대부분이 이루어지고 학생식당이 있는 청운관은 경희대 재학생이라는 한 번쯤 가게 되는 건물.

붙어진 문구는 이뿐만이 아니다. '여성≠엄마, 애는 내가 알아서 낳을게' '여자도 오래오래 회사 짬밥 먹고 싶다!' '낙태 금지는 여성의 삶을 금지하는 것' '성별 임금 격차 100:64, 여성은 3시부터 무급이라던데 실화냐?' 등 여성 일자리와 임신 중절 등 여성 인권 관련 문구 약 18개가 계단 사이사이 붙어있다.

"임신중절권 보장하라!" 경희대, 페미니즘 계단 두고 '갑론을박'

1층과 2층 사이,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계단에 붙어있는 문구는 지나가는 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듯했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사진을 찍거나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건전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한 것에 환영한다" "맞는 말만 적혀 있어 속이 후련하다"며 찬성의 뜻을 밝히는 학생도 많았지만, 일부에서는 "내용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표현 자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캠페인 장소와 방법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임신중절권 보장하라!" 경희대, 페미니즘 계단 두고 '갑론을박'

또, 일부 학생들은 "왜 남성의 인권은 다루지 않고 여성의 인권만을 강조하냐" "언어 폭력적인 문구에 불쾌감을 느낀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모습도 보였다. 경희대 자치 교지인 '고황'과 교내 페미니즘 학회인 '여행'의 주관으로 이루어진 이번 캠페인은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여성 정책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고황'의 오명훈 편집장은 YTN PLUS와의 인터뷰에서 "비혼, 미혼, 비출산 결심 여성 등 여성 사회 전반을 고려한 정책이 부족해 이를 공론화 시키고자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들의 현실 개선을 위해 학우들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싶었다는 것.

"임신중절권 보장하라!" 경희대, 페미니즘 계단 두고 '갑론을박'

그러나 예상외로 불거진 논란과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에 대해 오 편집장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내용에 집중하지 않고 표현방식에만 집중해서 비난하는 행위는 이해할 수 없다"며 "사회와 기업 그리고 정부의 정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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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사이에서 캠페인에 대한 찬반여론 사이 갈등과 논란이 퍼지자 주최 측은 현재 이번 사안과 관련한 대자보를 게시한 상태. 오 편집장은 "학내 분위기와 학생들의 반응을 지켜본 뒤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YTN PLUS 김성현 모바일PD
(jamkim@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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