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세월에 긁히고 녹슨 처참한 세월호

긴 세월에 긁히고 녹슨 처참한 세월호

2017.03.23. 오전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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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이 3년의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늘도 바다도 세월호 인양을 간절히 바랐던 듯, 바람도 파도도 잔잔했습니다.

짙은 남색으로 보이는 세월호의 1, 2층 화물칸.

3·4층 객실, 조타실과 객실이 있는 5층까지.

세월호 오른쪽의 전체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모습은 처참했습니다.

우리가 가슴에 묻었던 하얀 세월호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간의 세월을 그대로 보여주듯 누런 색으로 심하게 녹슬었고 여기저기 찢기고, 긁혔습니다.

선체에 쓰여있었던 SEWOL, 세월이라는 글씨도 보이지 않습니다.

1,000일이 넘는 세월을 모진 바다에서 버티며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선체 이곳 저곳에는 구멍이 뚫렸습니다.

물과 배에 남아있던 기름을 빼느라 뚫은 구멍입니다.

선체 위에 검은색 줄이 어지럽게 얽혀있고, 선체 주변에는 그물망이 설치돼있습니다.

미수습자나 구조물 유실을 막기 위해 잠수사들이 설치한 겁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이 부분은 그나마 원형이 보존된 편입니다.

하지만 선체의 왼쪽 면, 그러니까 갯벌에 묻혀 있던 부분은 더 심하게 훼손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선체 내부도 훼손이 심할 것으로 전문가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쯤 세월호는 수면 위 13m까지 올라와 대략 전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입니다.

흐른 세월만큼 부식되고 금 간 세월호, 하지만 바다에 가라앉은 진실만은 녹슬지 않았길, 국민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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