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영화화 논란 "예술 앞세워 유가족에 상처"

세월호 영화화 논란 "예술 앞세워 유가족에 상처"

2017.03.22. 오후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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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영화화 논란 "예술 앞세워 유가족에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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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를 영화화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일권 감독이 연출할 예정인 영화 〈세월호〉는 이창훈 임성민 주연을 맡았으며 개봉 예정 날짜는 2018년 4월로 세월호 4주기에 맞춰서 개봉한다.

영화를 제작하게 된 목적은 "세월호 사고의 생생한 내용을 담아 국민에게 다시 한번 그날의 아픔을 일깨우고자 한다"는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굳이 재현해서 다시 한번 일깨워야 할 필요성이 있는가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영화화를 막아서, 세월호 참사를 망각하자는 것이 아니라, 왜 세월호를 '생생한 사고'로 재현해서 기억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다.

특히, 공개된 영화 포스터와 홍보 영상은 이 영화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무언인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 영화화 논란 "예술 앞세워 유가족에 상처"

영화 포스터 속 세월호는 뱃머리 부분 30여m만을 남기고 완전히 가라앉았을 때 모습으로 사진 속 시간은 오전 11시 18분으로, 바로 전 해경 특공대가 도착했지만 배 안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는 데 실패했을 시각이다.

그러나 영화 포스터는 세월호를 밤처럼 어둡고 비가 내리며, 번개가 치고 있는 배경에 합성했다. 보통 '번개'를 합성하는 영화 포스터는 '재난'을 눈요기로 삼는 영화에 흔히 사용된다.

스펙타클을 강조하는 일종의 '재난 포르노' 영화에 쓰는 홍보 포스터 문법을 그대로 보여주는 〈세월호〉 영화 포스트 카피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해양 재난", "예정된 참사!"라고 적혀있다.

그러나 세월호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다. 책임자도 제대로 처벌되지 않았으며, 시신을 찾지 못한 가족들이 있고, 선체도 인양되지 않았다. 살아남은 사람들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는데 '기억하고 싶지 않은'이라는 홍보 문구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영화 제작을 위한 기금 마련 홍보 영상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세월호 영화화 논란 "예술 앞세워 유가족에 상처"

홍보영상은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는 CCTV 화면으로 시작해 세월호 침몰 당시 구조 영상을 보여주고 유가족의 오열하는 모습과 함께 죽은 단원고 학생이 "가만히 있으래서 가만히 있었는데 나는 이곳에 없어요"라고 말하는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다.

이는 실제 영상을 영화의 잘 짜인 각본과 같이 편집한 것으로 실제 세월호 참사를 서사구조를 갖춘 '비극적인 드라마'로 대상화하는 동시에 볼거리로 전락한 생명이 이미지를 통해 전시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또한, 영화 홍보 영상 수준이 "윈도즈 미디어 플레이어로 자막을 입힌 것 같다"는 반응과 함께 20만원 이상 후원한 사람에게는 제주도 숙박권을 준다는 것도 논란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는 단원고 학생들이 배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다가 난 사고인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후원상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세월호 영화화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한 네티즌은 "영화를 비판하면 세월호 참사를 부정적으로 보는지, 영화 세월호를 비판하였는지 구분할 수 없는 사람들이 등장할 거고, 이는 영화 비판에 대한 일종의 입막음 효과까지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가족들에게 동의를 구한 건지 알고 싶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가족이 상처받을만한 편집과 내용이라면, 특히 재연 배우를 쓰는 내용이라면 그들에게 반드시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영화화 논란 "예술 앞세워 유가족에 상처"


영화 〈세월호〉 감독은 크라우드 펀딩 모집 영상에서 "장편영화의 목적은 유가족 한풀이나 정치적 이해의 득과 실이 아니고 오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함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가족은 '한풀이'만을 원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세월호는 정치적 이해득실의 영역이 아닌 반드시 진상규명이 되어야 할 의문점을 안고 있는 참사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한다면, 안전 캠페인을 만들 일이지 영화로 연출해 크라우드 펀딩을 받을 일은 아니다.

결국, 감독의 이러한 발언은 '예술'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감독 개인의 영화적 연출을 위해 유가족을 기만하고, 전 국민적인 트라우마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편, YTN PLUS와의 인터뷰에서 오일권 감독은 "포스터가 문제가 되고 있다면 수정하겠다. 극장용 포스터 아닌 임시 포스터이다"고 밝혔다. 세월호를 주제로 하는 영화인데 유가족들에게 동의를 구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유가족을) 만나 뵌 분은 없고, 유가족들도 아직 모르고 있다"고 대답했다.

세월호를 주제로 하는 영화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학생들하고 선생님의 관계가 많이 위축되고, 세월이다 보니까 선생님들의 위상을 올려주려고…. 정치적 얘기는 안 한다. 제목 때문에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YTN PLUS 최가영 모바일PD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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