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침식 복구 '주먹구구'...혈세 줄줄

해안침식 복구 '주먹구구'...혈세 줄줄

2017.02.26. 오전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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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매해 심해지는 해안 침식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천억 원을 들여 복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합적인 분석 없이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큰 효과를 보기 어렵고, 심지어 다른 해변에 피해를 주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김주영 기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강원도 남애항입니다.

강원도의 3대 미항으로 꼽힐 정도로 아름다움을 뽐내던 곳.

하지만 주변 해안에서 침식이 심해지면서 제 모습을 잃어가자 정부와 지자체가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양양군청 관계자 : 2000년대 초반에 2004년도인가에 남애 쪽에 침식이 나서 복구 사업을 좀 했었고. 주로 남애 쪽에 침식이 많이 나더라고요. 남애해수욕장 그쪽은 (정부에서 투입된 돈이) 266억 정도네요.]

2000년대부터 침식을 막을 시설을 설치했고 동시에 항구를 따라 바다 전망대를 만드는 등 관광 상품도 개발했습니다.

문제는 부근 소돌 해변에 영향을 미쳐 해안 침식이 악화됐다는 겁니다.

[김인호 / 강원대 교수 : 지금 여기가 소돌항이고요. 바로 저쪽이 보이는 곳이 남해항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모래가 움직이는 것이 남애에서부터 지금 여기 소돌 해변까지 하나의 단일표사계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이런 해석을 할 땐 단일표사계에서 모래 총량을 놓고 해석을 해야 됩니다.]

쉽게 말해 두 해변은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해류, 모래 등에 있어 서로 영향을 주는 지역이라는 겁니다.

이곳 주변 해안에는 북동쪽에서 흐르는 해류와 남동쪽에서 흐르는 해류가 계절에 따라 반복되는데요.

바뀌는 파도의 방향에 따라 모래 역시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해 쌓였다가 다시 반대로 이동하면서 평형을 이루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북쪽인 남애항에 해류를 막는 시설이 만들어지다 보니 남쪽 소돌 해변에서는 모래가 쌓이지 않고 대부분 깎이기만 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때문에 소돌 해변이 망가졌고 복구 사업이 진행됐는데도 채 1년도 안 돼 원래 상황으로 돌아갔다는 얘기.

전문가들은 두 곳을 한꺼번에 검토해 정밀 계획을 세우지 않는 한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별다른 효과가 없을 거라고 지적합니다.

[김인호 / 강원대 교수 : 과거에 보게 되면 연안 정비 사업이 다시 말해서 행정구역별로 이뤄졌다는 거죠. 그런데 이러한 구역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행정구역이지 자연은 어떤 행정구역이 있을 수 없다는 거죠. 자연은 하나라는 개념을 이렇게 도입을 해서 해석을 해야 되는데 그런 것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처럼 연안 정비 사업을 진행한 곳곳에서 문제가 터져 나오는 상황.

정부 사업이 정밀 분석도 없이 주먹구구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제 정부가 연안정비사업을 마무리한 해안 40곳 가운데 절반 가까운 18곳은 지난해 침식 등급 평가에서 여전히 우려나 심각 등급을 받았습니다.

이곳에 든 국민 세금만 최소 800억 원이 넘습니다.

이에 따라 감사원도 정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완주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한 마디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이제는 안 된다. 예산 낭비라고 하는 측면도 있지만 애초에 이 사업 자체 취지가 과연 제대로 효용성 있게 진행이 됐는지 원인이 뭔지 이런 부분들을 추가로 밝혀서 보완될 사항이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정부가 오는 2019년까지 10년 일정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2차 연안 정비사업에 투입될 예정인 예산 규모는 총 1조 9천억 원.

막대한 세금이 바닷가 모래처럼 쓸려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YTN 김주영[kimjy08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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