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관리사무소...관리 안되는 아파트

한 지붕 두 관리사무소...관리 안되는 아파트

2016.10.22. 오전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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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관리비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 되고 있지 않는 아파트.

여러분의 아파트는 지금 어떻습니까?

이광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주민 : 이렇게 더러운 아파트는 없어.]

[주민2 : 여기가 진짜다, 여기가 가짜다 뭐다. 여론들이 그래서 편이 갈라져 있어요 .이 상태로는 서로가, 주민들끼리 치고받고 하게 생겼어요.]

수도권의 한 아파트입니다.

2000세대가 넘는 아파트에 들어서자마자 더러운 외벽과 지저분한 쓰레기 분리수거장이 눈에 띕니다.

한 눈에 봐도 관리는커녕 방치된 모습인데요.

[주민 : 전부 지금 몇 년째 하자보수를 못하고, 손을 못 대고 있으니까 점점 낡아서 사방이 하자 투성인데 얼마나 주민이 답답해]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당장 먹고 사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전기와 수도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주민 : 우리는 하루도 밀리지도 않고 그날 되면 딱딱 빠져나갔는데 이게 이렇게 된다니까]

[주민2 : 처음에는 이쪽 편도, 저쪽 편도 아니고 어느 쪽이 든 편이 아니었고 우리 00 아파트를 잘 세우기 위해서 노력했던...]

[주민2 : 한 사람이 해야 되는데 두 사람이 하니까 저쪽에서는 저쪽대로 날라 오죠. 이쪽에서는 이쪽대로 날라 오죠. 그러면 어디다 내야 될지 모르겠어요.]

주민들의 이야기는 한 개의 아파트에 두 개의 관리사무소가 있어 관리비가 제대로 걷히지 않는다는 건데요,

서로 다른 관리사무소에 관리비를 내는 입주민도 있지만 양쪽 다 못 믿겠다며 아예 안 내는 사람도 부지기수인 상황.

설상가상으로 이 두 개의 관리사무소 소장들이 서로 진짜 라고 싸움이 붙으면서 정작 아파트 관리는 엉망이 돼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미 지난해 8월, 공동 수도는 끊겼고, 공동 전기료는 끊기지 않을 정도만 내면서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민2 : (아파트가) 부실하고 사람 사는데 물도 새고. 하자투성이에요. 이렇게 고통을 받고 살아야 돼. 물도 끊기지 전기도 뭐 끊는다고 한전에서 날마다 야단이지. 이게 무슨 꼴 인지 몰라.]

[주민 : 관리비는 관리비대로 쪼개지고 그나마 쓰지도 못하게 막아 놔서 여기(노인정) 물이 안 나왔어요. 저쪽 집에서 끌어들여서 물이 오고 있잖아요. 그럼 겨울에 저거 얼어서 물이 안 나와요.]

우리는 문제의 관리사무소 두 곳을 각각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컨테이너에 관리 사무소가 차려진 곳입니다.

그곳에서 본인이 진짜 입주자대표라고 주장하는 안씨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구속된 전임 입주자대표 회의 회장이 물러나고 자신이 후임으로 뽑혔다고 주장했습니다.

[컨테이너 관리사무소 소장 : 정식 보궐선거를 한 게 2013년 11월 말 경해서 12월 6일자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됐어요. 선거를 해서 제가 올라가게 된 거죠.]

특히 자신이 고유번호 소유자임을 강조했는데요.

[컨테이너 관리사무소 소장 : 고유번호증이 저한테 아직 있잖아요. (아파트 관리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요. 저 사람들이 일을 꾸며가지고 두 개의 사무실이 된 거예요.]

고유번호란 일종의 아파트 사업자 등록증으로 고유번호가 있어야 입주자대표회장이 관리비 입출금 통장을 개설할 수 있습니다.

안 씨는 고유번호가 없는 상대측 관리사무소는 가짜라며 관리비 입출금 통장도 ‘대포 통장’이라 고 주장합니다.

이번엔 자신들이 ‘원조 사무실’이라고 주장하는 두 번째 관리사무소를 찾아가봤습니다.

27년 전부터 이곳이 진짜 관리 사무소였다고 주장하는 김씨.

[601동 관리사무소 소장 : 입주 초기부터 존재했잖아요. 여기서 주민들과 함께 했으니까 당연히 많은 분들이 여기가 정당성이 있다고 지원을 해주는 거죠. 관리비에 대해서는 (우리가) 더 확실하다고 볼 수가 있죠.]

컨테이너 관리사무소가 가짜라며 안 씨가 갖고 있다는 고유번호는 무단으로 가져간 것이라 고 주장했습니다.

[601동 관리사무소 소장 : 마치 개인 것처럼 가져 간 겁니다. 고유번호증은 개인 소유물이 아닙니다. 주민 전체의 자산인데 그걸 자기 이름으로 일단 가져간 거예요. 그걸 가져가서 관리 사무소를 차린 거예요.]

벌써 3년째.

두 관리사무소의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면서 벌써 소송만 수십여 건.

결국, 피해는 2,000세대가 넘는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주민 : 지금 여기 회장도 못 믿고, 저기 회장도 못 믿고 다 도둑놈들이야 세상에 무슨 이런 동네가 있나 속상할 때가 아주 많아요. 전기 끊는다는 둥 방송에 막 나와. 아휴 이 나이에 이걸 어디로 팔고 어디로 갈 수도 없고]

[주민2 : (공동)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껌껌한데도 (전기를) 안 켜요. 우범지대가 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이게 스트레스가 말도 못해요. 저는 머리까지 말도 못하게 빠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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