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뒤 사고, 산재일까 아닐까?

회식 뒤 사고, 산재일까 아닐까?

2016.09.26. 오전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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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수호 / 변호사

[앵커]
직장 회식자리에 참석해서 술에 취한 뒤에 회식 장소나 귀갓길이 아닌 곳에서 사고를 당했다면 업무와 연관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일단 술을 직장 상사와 했어요. 그리고 나서 술이 취해서 상사의 집으로 갔는데 집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 업무상 재해가 되느냐 안 되느냐는 이런 판단을 해야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일단 재해가 된다고 합니다. 조용성 기자의 보도 먼저 보시죠.

[기자]
지난 2014년 6월 충남 천안시에서 일하는 한국철도공사 직장 선·후배들은 2차까지 회식을 이어갔습니다.

당시 37살 곽 모 씨가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자 직장상사 이 모 씨는 자신의 아파트에 데려가 잠자리를 마련해줬고, 혈중알코올농도 0.226%의 만취 상태인 곽 씨는 아파트 10층에서 떨어져 숨졌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자 곽 씨의 부인이 소송을 냈고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구성원의 단합을 도모하기 위해 부역장 이 씨가 제안해 회식이 이뤄졌고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해 업무와 연관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곽 씨가 숨진 사고가 회식이 이뤄진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 이 씨의 집에서 발생했다는 것만으로 회식과 인과관계가 단절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김규동 / 서울행정법원 공보관 :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회식에 참석하였다가 과음으로 사고를 당한 경우 회식 장소를 벗어난 곳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더라도 회식에서의 음주가 주된 원인이라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판결입니다.]

법원은 곽 씨가 혼자 귀가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판단해 직장상사가 집으로 데려간 점으로 보더라도 회식 때문에 곽 씨가 정상적 판단이 어렵게 된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YTN 조용성[choys@ytn.co.kr]입니다.

[앵커]
상사 집에서 추락사를 했는데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결인데요. 업무상 재해로 보는 가장 큰 근거가 어디에 있는 겁니까?

[인터뷰]
일단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가 인정되는 게 여러 가지가 있는데 출퇴근 길에 당한 교통사고라든지 아니면 또 회식과정에서 생긴 문제라든지 이런 것들이 가장 주된 쟁점이 됩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에는 일단 회식은 했어요. 회식은 그런데 업무의 연장으로 인정이 됐고요. 그런데 회식이 1차, 2차까지 끝났는데 그 후에 상사 집으로 갔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당한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장소적으로는 이미 업무 공간을 벗어났고 또 회식장소도 끝나서 이탈했기 때문에, 끝나고 나왔기 때문에 아니다. 하지만 회식의 연장선상에서 직장 상사가 술에 취한 부하 직원을 데리고 간 것이기 때문에 이 정도면 업무 연관성을 인정하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라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술을 마셔서 2차 장소가 상사의 집이라 하더라도 일단 술마신 것 자체가 업무와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결국 술에 취해서 상사의 집에 갔고 그 시작은 업무로 봐야 된다라고 보는 거 아니겠습니까?

[인터뷰]
그렇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게 요즘 업무상 재해와 관련한 판결이 그때그때 다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2차로 이동하다가, 그러니까 1차에서 술을 마시고 이동을 하다가 계단에서 미끄러져서 골절상의 당한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회식으로 간 노래방에서 비상구를 화장실로 착각해 추락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런데 이때는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송년회 가다가 농수로에 빠져서 숨졌습니다. 송년회가 끝나고 집으로 가다가 농수로에 빠져서 숨진 경우 업무상 재해 인정이 되었습니다.

하나 더 보겠습니다. 그런데 단합대회 참석을 했는데 절벽에서 추락했습니다. 단합대회 중에. 그런데 이건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어떤 법적 판단이 있는 겁니까?

[인터뷰]
이 회식과 관련해서 발생한 사고가 과연 업무상 재해냐 여부를 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만 크게 두 개로 추려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회식 자체가 사용자 즉 회사의 관리감독 범위 내에 있었느냐, 회사가 하자고 하는 그런 빠질 수 없는 업무의 연속이냐가 첫 번째가 되겠는데요. 조금 전에 보신 사례는 전부 다 이 요건을 충족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내용은 두 번째 기준일 텐데요. 두 번째가 이렇게 됩니다. 그 발생한 사고가 통상적으로 그 회식에서 벌어질 수 있는 수반되는 범위에 있는 것이냐 아니면 아주 예외적이고 통상적인 그 회식에서는 사실 발생하기 어려운 사고냐, 그런 것을 두 번째 기준으로 볼 수 있겠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회식으로 간 노래방에서 비상구를 화장실로 착각해서 바로 추락한 사고인지 아니면 단합대회 참석했는데 절벽에서 떨어진다든지 이 정도는 그 회식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그런 통상적인 발생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사고는 아니다라고 봐서 일단 회식 중에 발생한 것이지만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요. 또한 더욱 중요한 것은 회식 중에 발생한 업무상 재해 인정은 굉장히 구체적인 그런 사정을 보아서 판단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기준 하나를 보고 기계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종합적인 사안을 보고 결정하기 때문에 결국은 구체적인 내용을 보지 않고서는 왜 이럴까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죠.

[앵커]
조금 더 구체적인 사안이, 그러니까 정말 업무와의 연관성을 더 따져봐야겠군죠. 사안마다 좀 다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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