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혼·비혼 풍조 만연 자녀 결혼에 무너지는 노후

만혼·비혼 풍조 만연 자녀 결혼에 무너지는 노후

2016.05.19. 오전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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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

[앵커]
우리나라 미혼 남녀의 절반 가까이가 결혼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유니온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에 조사한 결과인데요.

결혼에 대한 가치관은 세대별로도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70세 이상은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60%를 넘었지만, 20, 30대는 5% 정도만이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렵게 결혼을 결심해도 문젭니다.

얼마 전 이런 조사결과가 나왔죠.

한 보험회사에서 설문 조사한 건데요.

최근 5년 안에 자녀를 시집, 장가보낸 부모 10명 중 9명 이상이 자녀의 결혼자금을 지원해줬다고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한 명을 결혼시키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였을까요.

1명당 결혼자금은 5천6백만 원.

자녀가 둘만 있어도 1억 천만 원이 넘는 돈이 있어야 했습니다.

자녀의 결혼자금으로 지원한 돈은 부모의 노후자금이기도 하죠.

모아둔 돈의 절반이 넘는 돈이었습니다.

아들 둔 부모는 부담이 더했습니다.

딸을 시집보내는 것보다 두 배 넘는 자금이 필요했는데요.

평균 9천3백만 원이 넘는 돈이 든다고 답했습니다.

평생 모은 돈을 자녀 시집,장가보내는 데 쏟아붓고 나니 여생이 걱정인 부모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들에게 쓰는 돈이 아까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부담스러운 건 당연한 거겠죠.

[앵커]
결혼과 관련된 얘기가 워낙 많으니까요. 요즘 20대, 30대가 결혼은 선택이다, 필수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뭘까요?

[인터뷰]
일단 걱정이 태산입니다. 일단은 제가 볼 때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가장 크죠. 경제적인 어려움인 것인데 지금 결혼해도 좋다, 안 해도 좋다, 이게 지금 45%가 넘게 나왔잖아요. 문제는 뭐냐하면 실제 결혼비율도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2, 30대 중에서도 결혼을 꼭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5% 정도 조금 넘잖아요.

그런데 지금 실제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 거기에는 무슨 이유가 있냐 하면 첫 번째로는 취업이 안 되고요. 첫 번째로는 취업을 했다고 하더라도 결혼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요.

특별히 집을 하나 구하려고 하면 사실은 1년에 2000만 원씩 힘들게 모은다고 하더라도 한 7, 8년 이상 꼬박 모아야 집을 얻을 수 있으니까 보통 문제가 아니고 더군다나 많은 결혼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결혼은 힘들고, 애 키우는 데 3억이 든다 이러니까 아직 해 보지 않은 결혼에 대해서 예기불안을 하게 됩니다.

사람은 예기불안을 갖게 되면 시작하지도 않은 일에 지레 겁먹고 아예 선택을 안 해버리는 것이거든요. 도피를 하고 회피를 할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의 심리이기 때문에 이런 현재의 경제적인 문제에 가까운 현실에 대한 불안, 또 아직 다가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래가 나를 덮칠 것이라는 이런 예기불안, 이런 세 가지 불안이 합쳐서 지금 세대에 결혼을 자꾸 미혼이 아니라 비혼으로 가져가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데 또 결혼시키는 부모 입장에서는 돈 걱정. 집은 신랑이 해야 하고 혼수는 신부가 해야 된다는 이런 공식 아닌 공식 때문에 고생들 많이 하시지 않습니까?

[인터뷰]
지금 말씀하셨지만 통계도 바로 만약에 100명의 부모가 계시면 거의 90%, 열 분 중에 아홉 분이 자식의 결혼비용을 대고 있다고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사실 대다수의 평균치를 보면 1억이 훨씬 넘는 돈을. 자녀 2명이 있으면 지원을 하거든요. 이게 평균치라고 보거든요. 그렇다고 하면 노후자금 그러니까 내가 노후자금을 써야 되는데 그 돈이 자식들의 결혼으로 들어가서 30% 넘는 분들이 노인빈곤층으로 전락한다는 것이죠.

이런 측면 때문에, 그러나 우리나라 문화적인 정서가 어떤 겁니까? 자식들은 무조건 부모가 결혼을 시켜주는데 지원을 하고 하다 못해 전셋집이라도 얻어주고 그다음에 혼수자금, 이런 부분을 다 지원해 주지 않으면 나중에 부모에 대한 비난이나 대우를 못 받는다는 심리가 상존하고 있거든요. 이런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터뷰]
문제는 부모들이 있는 돈을 다 털어서 한다는 거예요. 지금 현재 아이들을 어떻게 결혼시키는가 봤더니 일단은 예적금 깨는 거는 기본이고요. 거기다 빚을 내는 비율은 12%가 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자식들 시집장가 보내려면 기꺼이 빚을 내겠다고 하는 비율이 23%가 넘어요.

심지어는 아이들 결혼시키려고 집을 파는 분도 계시거든요. 문제는 뭐냐하면 이렇게 딱 결혼을 시키고 나면 이게 내가 앞으로 쓸 노후 자산의 55%에 달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다 쓰고 나면 나머지 50% 정도되는 것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잖아요.

수명이 너무 길잖아요. 결국은 이렇게 쏟아부은 자녀에 대한 부담 자체가 자녀에게로 넘어가게 되는 거거든요. 부양비로. 그런데 자식들이 그만큼 부양을 하느냐는 말이에요.

만만치 않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처럼 노인빈곤이라는 것을 넘어서서 노인파산에까지 이르는 게 사실상 우리 부모들이 아이들을 결혼시키는 데 들어가는 심리적 비용과 경제적 비용, 이런 모든 것들을 합친 결과라고 봐야 되겠죠.

[앵커]
무엇보다 외국 같은 경우에는 결혼식을 할 때 단출하게 하고 부자들은 다르겠습니다마는 대부분 일반인들은 교회나 성당에서 조촐하게 하고 또 자기네들이 알아서 살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만의 문제인가요. 동양문화권의 문제인가요?

[인터뷰]
물론 인도나 파키스탄, 이런 데는 지참금이라는 게 있죠, 거기도 만만치는 않지만. 그래서 우리가 서양의 삶이랑 함께 어깨를 겨루고 있으니까. 서양 같은 경우에는 진짜 아주 스몰웨딩이고요. 우리나라 웨딩드레스 엄청 비싸거든요.

그런데 이 웨딩드레스도 엄마가 입었던 것을 받는 경우도 굉장히 많고. 사실상 결혼비용이 들지 않고요. 문제는 주택이거든요. 그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 서방에서는 매주 위클리로 일주일 살고 그리고 얼마 내고 일주일 살고 얼마 내고, 아니면 한 달에 얼마, 이러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서 한 번에 모두 집을 가져야 된다, 이런 심리적 부담이 적어요.

그리고 남녀가 함께 공히 일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월세를 내는 것이 그렇게 싼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함께 벌어가면서 결혼 생활을 하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사실상 이건 우리나라 전체가 가지고 있는 인식의 문제이고요.

다만 지금 부모님들이 이런저런 걱정도 많지만 30% 정도만이 집도 해 주고 이렇게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시는데 나머지 70%는 뭐냐. 무조건 남자가 하는 것이 아니고 능력 있는 쪽에서 더 하고 아니면 동률로 5:5 정도로 하면 그게 괜찮지 않겠는가라는 입장을 취하고 계시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인식은 점차 서방의 방식으로 조금 더 융통성 있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참 부모가 어렵게 어렵게 마련한, 그렇게 해서 결혼입니다. 그런데 결혼해서 혼수가 적네, 많네, 이거는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 이호선 교수였습니다. 두 분 고맙습니다.

[인터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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